올해 파리모터쇼에서는 컴팩트한 크기의 소형 전기차가 대세로 떠올랐다. 테슬라와 GM의 경쟁이 예상됐던 컴팩트 전기차 시장 대결 구도가 폭스바겐, 르노, BMW, 다임러(스마트) 등의 가세로 다자간 대결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9월29일(현지시간)부터 10월16일(현지시간)까지 파리 포르트 베르사유 박람회장에서 열리는 파리모터쇼에서 크게 주목받고 있는 전기차는 르노 ZOE(조에), 폭스바겐 I.D., BMW i3, 벤츠 스마트 전기차 라인업(스마트 포투 카브리오 일렉트릭 드라이브) 등이다. 국내 자동차 업체의 경우 현대자동차가 아이오닉 위주의 전시공간을 꾸며 컴팩트 전기차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이들 차량의 특징은 바로 장거리 주행과 첨단 사양 탑재에 초점이 맞춰졌다.
르노 ZOE는 한번 충전시 최대 400km까지 주행(유럽 NEDC 기준) 할 수 있는 신형 모델로 파리모터쇼에 등장했다. 2020년 양산 예정인 폭스바겐 I.D.는 배터리팩 성능에 따라 최소 400km에서 6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BMW 신형 i3는 삼성SDI의 94Ah 배터리 셀 탑재로 300km 이상 주행 할 수 있게 됐다. 스마트 브랜드는 주행거리가 상대적으로 짧지만, 레이더 장치 등의 첨단 사양이 담긴 초소형 전기차를 판매할 예정이다.
이같은 기존 완성차 업체들의 움직임은 보다 진보적이고 혁신적인 전기차 기반 스마트카를 만드려는 테슬라, 구플, 애플 등을 견제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디터 제체 메르세데스-벤츠 회장과 권문식 현대기아차 연구개발본부장 부회장의 경우 신흥 업체들이 전기차 등을 만드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아직 이들이 차를 만드는 노하우가 부족하기 때문에 기존 자동차 업체들을 따라잡기엔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이유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은 테슬라의 발빠른 움직임을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난 4월 공개된 보급형 모델 3가 자동차 업체간 신경전을 촉진시키는 원동력이 됐기 때문이다. 또 GM이 볼트(Bolt) EV의 최대 주행가능거리를 기존 321km에서 383km까지 끌어올려 컴팩트 전기차 경쟁에 대응하기 위한 업체 간 신경전이 불가피했다.
국내 전기차 전문 분석기관인 SNE리서치 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 세계 전기차 출하량은 약 287만대로 예상되며, 2020년엔 864만대, 2025년엔 2천376만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같은 시장 전망이 현실화되면 향후 10년 내 전기차 시장이 가솔린 시장을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에 각 업체들이 오는 2020년께 전기차 대중화 시대의 원년을 선포할 가능성이 높다.
400km 주행 가능한 ZOE를 내놓은 르노는 자율주행 기술이 장거리 전기차 시장 성공을 이끌 수 있는 중요한 요소로 바라봤다. 오는 2020년 손과 눈을 전방에서 뗄 수 있게 하는 기술을 양산형 전기차에 접목시키겠다는 것이다. 자율주행 기술은 내연기관차보다 전기차 등의 친환경차에 접목시키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에 르노가 이같은 계획을 발표한 것으로 보인다.
폭스바겐은 오는 2020년 양산화 예정인 I.D.로 자사의 미래 전략인 '투게더-전략 2025'를 견고히 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5년까지 100만대 이상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는 것이 폭스바겐이 밝힌 미래 전기차 시장 포부다.
현대기아차는 2020년 최대 400km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를 출시하겠다는 기존 계획을 유지할 계획이다. 친환경차 부품 개발 총괄을 담당하는 문대흥 현대차 부사장은 지난 21일 기자와의 만남에서 “전기차 라인업은 앞으로 소형부터 제네시스 브랜드까지 범위가 늘어날 것”이라며 “현재 현대차는 각 차종의 특성에 맞는 전기차 개발에 몰두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같은 자동차 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은 전기차 배터리 업계에 크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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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총 28개의 글로벌 자동차 업체(현대기아차, GM, 포드, 크라이슬러, 아우디, 다임러, 르노, 볼보, 상하이자동차 등)로부터 82개 배터리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있는 LG화학은 오는 2020년 매출 7조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를 통해 연평균 55%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장거리 주행 전기차는 이제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왔다"며 "충전 인프라 등의 현실적 제약을 탈피할 수 있는 전략을 내세운 기업이 향후 치열한 컴팩트 전기차 경쟁에 승자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바라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