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는 왜 로봇에 신발생산 맡길까

[김익현의 미디어읽기] 개인맞춤-경비절감 '지향'

데스크 칼럼입력 :2016/09/28 14:11    수정: 2016/10/02 07:30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세계적인 스포츠용품업체 아디다스는 지금 ‘로봇 혁명’ 중이다. 핵심 상품인 신발을 로봇들이 만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그 첫 결과물이 지난 주 공개됐다. IT 전문매체 리코드에 따르면 아디다스는 독일 남부 안스바흐에 있는 ‘스피드 팩토리’에서 생산한 신발 프로토타입을 공개했다.

스피드 팩토리는 일반적인 신발공장과 조금 다르다. 전 생산공정을 로봇으로 처리하는 공장이기 때문이다. 지난 5월 스피드 팩토리를 공개했던 아디다스는 이날 첫 프로토타입을 내놨다.

여기서 두 가지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아디다스가 도입한 로봇 생산 시스템인 스피드 팩토리. (사진=아디다스)

첫째. 아디다스는 왜 로봇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려는 걸까?

둘째. 신발생산을 로봇 공장에 맡길 경우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외주 생산공장들은 어떻게 될까?

일단 첫 번째 의문부터 풀어보자. 그리고 이 의문을 풀기 위해선 요즘 화두가 되고 있는 4차산업혁명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 독일 4차산업혁명과도 밀접한 관련

4차산업혁명은 올초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을 계기로 세계의 화두가 됐다. 하지만 한 발 앞서 4차산업혁명을 추진해 온 나라가 있다. 바로 독일이다.

독일은 2011년 4차산업혁명(Industrie 4.0)이란 화두를 들고 나왔다. 그리고 4년 만인 지난 해 4월 4차산업혁명 참조모형을 공개했다. 의사소통 플랫폼을 기반으로 제조업과 스마트 산업의 유기적 결합을 꾀하는 것이 독일 4차산업혁명의 기본 모형이다.

그 중엔 로봇과 근로자의 협업을 통한 작업환경 변화란 대목도 눈에 띈다. 이를 통해 일자리와 가격 경쟁력을 동시에 유지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런 환경이 조성될 경우 저임금 지역을 찾아 떠났던 자국 기업들이 다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강하게 드러냈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아디다스의 로봇 공정 전환이 예사로운 움직임이 아니란 걸 알 수 있다.

(사진=아디다스)

하지만 독일 국가 전략만으론 설명이 부족하다. 나라에서 하란다고 무턱대고 따라할 기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더구나 서유럽 국가에서 그런 막무가내는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아디다스는 왜 로봇 생산시스템에 관심을 보이는 걸까? 단순히 생산 비용을 더 낮추기 위한 것일까?

물론 그런 측면도 있다. 자국내 고용 창출이란 가치도 당연히 고려했을 것이다. 하지만 단순히 그런 부분만 있는 건 아니다. 여기서 4차산업혁명의 또 다른 화두인 ‘수요 창출’이란 가치와 만날 수 있다.

■ "모든 사람에게 개인맞춤형 신발을"

3차산업혁명까지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는 게 기본 모델이었다. 하지만 4차산업혁명은 없는 수요를 만들어내는 게 또 다른 과제다. 이 과제에 대한 해답 중 하나는 개인 맞춤형 생산이다.

신발을 예로 들어보자. 그 동안 신발은 ‘대량 맞춤형’ 생산 체제였다. 표준 체형 사람을 기준으로 정해진 크기의 신발을 생산했다. 소비자들은 대충 자기 발에 맞는 신발을 신었다.

하지만 우샤인 볼트 같은 세계적인 육상 선수나 리오넬 메시 같은 프로축구 스타들은 달랐다. 그들은 자기 발에 딱 맞는 신발, 자기만을 위해 제작된 신발을 싣는다.

일반인들은 왜 신발을 맞춰 신지 못하는 걸까? 당연한 얘기지만 그렇게 하자면 비용이 너무 많이 든다. 게다가 제작 기간도 길기 때문에 효율적이지도 않다. 차라리 대충 비슷한 신발을 신으면서 발을 맞추는 게 낫다.

우사인 볼트 (사진=우사인 볼트 공식 트위터)

그런데 로봇과 사물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이런 상황이 달라지고 있다. 이젠 모든 사람들이 우샤인 볼트나 리오넬 메시처럼 자기만을 위해 만든 신발을 신도록 만드는 게 한층 수월해지게 됐다.

아디다스가 로봇 생산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도 그런 차원에서 이해할 수 있다. 로봇 공장은 장기적으론 개인의 취향과 발 모양 등을 고려한 맞춤형 신발을 만들 수 있게 된다.

로봇의 도움을 받아 개인 맞춤형 신발을 좀 더 빠른 속도로 생산하겠다는 것이다.

리코드에 따르면 현재 아디다스 공장들은 신발 한 켤레를 만드는 데 수 주가 걸린다. 하지만 생산공정 대부분을 자동화할 경우 5시간 만에 신발 한 켤레를 완성할 수 있게 된다.

현재 아디다스는 독일 안스바흐에 ‘스피드 팩토리’란 로봇 공장을 건립하고 있다. 또 내년에는 미국 애틀랜타에 두 번째 스피드 팩토리를 만들 계획이다.

■ 당장은 아시아 공장 정책 큰 변화 없을 듯

이제 두 번째 질문으로 넘어가보자. 아디다스가 로봇 공정을 도입할 경우 아시아 생산 공장들은 어떻게 되는걸까?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나 남미에 있는 아디다스 하청 공장들의 관심은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아디다스의 혁신 및 기술 책임자인 게르트 만츠는 지난 5월 로봇 공장 건립 계획 발표 당시 “지금 당장은 아시아 하청공장을 대신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시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우리 목표는 완전 자동화는 아니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독일 로봇 공장에서 만든 신발은 아시아에서 생산된 제품과 같은 가격에 팔리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도 그렇다. 현재 아디다스는 연간 3억1천만 켤레 가량의 운동화를 생산하고 있다. 그런데 애틀랜타에 건립될 스피드 팩토리의 내년 생산 목표는 5만 켤레다. 아직은 전체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수준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론 얘기가 달라진다. 아디다스는 독일, 미국에 이어 영국과 프랑스에도 스피드 팩토리를 만들 계획이기 때문이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어느 순간에는 전면적으로 로봇 생산 시스템으로 전환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사진=아디다스)

실제로 아디다스는 최근 들어 아시아 지역에서 생산 비용 상승 때문에 압박을 받고 있다. 현재 약 100만 명 가량을 고용하고 있어 인건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

반면 로봇 생산 공장에선 이런 부담을 확 줄일 수 있다. 미국 애틀랜타에 건립될 스피드 팩토리의 전체 고용 인원은 약 160명 가량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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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아디다스가 로봇 생산 쪽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은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라고 봐야 한다. 개인 맞춤형 신발을 좀 더 빠른 속도로 생산하는 것이 첫번째요, 인건비 부담을 줄이고 자국내 고용을 늘리려는 게 두 번째다.

참고로 아디다스 라이벌인 나이키도 최근 로봇 공장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