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눅스 사랑한다던 MS, PC는 아니었나

컴퓨팅입력 :2016/09/23 15:40

마이크로소프트(MS)가 일부 윈도10 탑재 노트북에 리눅스를 설치하면 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2일(현지시간) 미국 지디넷 등 외신에 따르면, 커뮤니티 사이트 레딧에 레노버의 요가 900 ISK2 울트라북 시그니처 에디션에 리눅스를 설치하자 PC를 쓸 수 없게 됐다는 글이 올라왔다.[레딧 스레드 바로가기]

레노버 요가2

이 노트북은 윈도10 기반 제품이다. 리눅스 설치 후 노트북에 탑재된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가 RAID모드에서 잠겨버리면서 기기를 사용할 수 없게 되는 것이다.

그러다 베스트바이 레노버 요가 제품 리뷰란에 동일 내용의 글이 달렸다. 이에 레노버 프로덕트 엑스퍼트란 인물이 MS와 계약에 따라 시그니처 에디션 기기에 윈도10 홈 외에 다른 운영체제를 설치할 수 없게 했기 때문이라고 답글을 달았다.

레노버 측은 기기에 다른 OS를 설치할 수 없도록 조치하지 않았다고 전혀 다른 공식 입장을 내놨다. 이에 혼란이 더 커졌다.

MS는 지난 3년간 리눅스를 비롯한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에 매우 전향적인 태도를 보이며 이미지를 혁신해왔다. 사티아 나델라 최고경영자(CEO)가 공개석상에서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고 발언할 정도였다.

베스트바이 레노버 요가900 ISK2 노트북 리뷰에 달린 답글

레노버와 MS의 거래로 윈도10 노트북에 리눅스를 설치할 수 없게 했다는 의혹에 그간의 노력이 순식간에 물거품으로 돌아갈 처지였다.

미국 지디넷의 스티븐 보간니콜스 기자는 "레노버 시그니처 에디션 PC는 벤더에서 선탑재 SW를 심지 않은 순수한 윈도10을 탑재했다"며 "대체 OS를 막을 수단을 갖고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레노버 제품 전문가의 글은 (레노버가 아니라) 베스트바이 포럼 측의 무인 모니터링에 따라 작성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결과적으로 이 의혹은 일종의 헤프닝이었다. 레노버 요가 시그니처 에디션에 장착된 인텔의 SSD 드라이버가 리눅스에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로 밝혀졌다. 윈도는 인텔의 스토리지 드라이버를 지원하지만, 리눅스가 해당 드라이버를 지원하지 못해 생긴 현상으로 보인다.

리눅스 커널 전문가 메튜 가렛은 블로그를 통해 "인텔은 SSD에서 ‘스탠더드’ 모드와 ‘RAID’ 모드를 제공하는데, 인텔이 아직 RAID 모드를 지원하는 리눅스용 드라이버 패치를 제공하지 않아 생긴 문제"라고 설명했다.[메튜 가렛 블로그 바로가기]

레노버 요가 노트북의 경우 펌웨어가 기본적으로 SSD의 RAID 모드를 기본으로 설정해뒀다. 이는 사용자 임의로 바꿀 수 없는 부분이다. 때문에 리눅스를 설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메튜 가렛은 인텔의 책임에 무게를 실었다. 인텔에서 리눅스 커뮤니티에 새로운 드라이버 개발을 위한 자원을 제공하지 않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미국 지디넷은 레노버 측에의 책임에 무게를 뒀다. 레노버가 리눅스를 지원하는 SSD 드라이버 패치를 내놔야 한다는 것이다. 인텔의 SSD지만 투입되는 드라이버는 레노버에서 수정한 것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레노버 측은 미국 지디넷에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업계는 SSD에 RAID를 도입하고 있고, 레노버는 이런 변화를 선도한다"며 "기기에 다른 OS 설치를 막지 않지만, 대안 OS 벤더가 적절한 드라이버를 내놓아야 한다"고 해명했다. 이어 "드라이버가 리눅스 측에서 나오면 사용자는 RAID 모드에서 그 OS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샤티아 나델라 MS CEO는 작년 'MS는 리눅스를 사랑한다'는 입장을 공식화했다.

리눅스를 레노버 시그니처 에디션 노트북에서 사용하려면, 리눅스 OS 배포회사에서 드라이버를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기기의 드라이버를 만들어 공급하는 리눅스 회사는 없으므로 레노버의 주장은 비현실적이다.

대신, 레노버가 리눅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 드라이버 코드를 공유해야 한다. 혹은 레노버가 리눅스 드라이버 커널 커뮤니티에 하드웨어와 설계에 대한 상세내용을 제공해야 한다. 이를통해 세계 어느 곳의 어떤 선량한 개발자가 드라이버를 만들어 공개하게 되는 것이다. 현재 레노버는 코드 제공이나 커뮤니티 협조 같은 식의 행동을 취하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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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레노버는 리눅스를 잘 지원해온 회사였다. 반면, MS는 리눅스의 적으로 통했다. 이같은 이미지가 겹치고 일련의 논쟁이 진행되면서 비난의 화살이 MS로 집중된 모양새다. 최근까지 MS의 친오픈소스 행보에 의구심을 보내던 여론이 특이점을 만나 폭발한 것이다.

하지만 MS는 깃허브 오픈소스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직원을 참여시키는 회사다. 올해 MS는 1만6천419명의 깃허브 오픈소스 프로젝트 기여자를 고용하고 있다. 2위는 페이스북으로 1만5천682명이다. 구글은 1만2천140명으로 5위다. 또한, MS는 올해 4월 열린 리눅스콘에서 화웨이, IBM과 함께 최상위등급인 다이아몬드 스폰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