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안방극장 시대가 활짝 열렸다. 대박난 인기영화라도 극장개봉 이후 단 60일 안에 집에서 주문형비디오(VOD)로 볼 수 있게 됐다. 영화 '터널'같이 극장에서 한창 티켓몰이를 하고 있는 중인데도 VOD로 서비스하는 경우까지 등장했다. 영화 VOD 시장이 극장 못지않은 주요 수익원으로 부상한 결과다. 극장에서 인기가 시들해져 소비자들의 기억에서 잊혀지기 전 빠르게 VOD로 선보이는 게 전체 매출 상승에 더 도움이 된다는 계산도 깔렸다.
23일 IPTV 업계에 따르면 올해 흥행 영화들은 극장 개봉 이후 60일 안에 VOD 서비스를 개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흥행작들이 보통 60~90일 걸렸던 것과 비교하면 홀드백기간이 상당히 단축된 것이다.
지난해 인기영화 ‘베테랑'과 ‘암살'은 각각 극장개봉 65일, 86일 후 VOD서비스를 개시했다. 반면 올해 흥행 영화인 ‘곡성', ‘터널', ‘부산행'은 각각 43일, 31일, 55일로 줄었다. 극장에서 인기 없는 영화만 VOD로 빨리 나온다는 통념이 깨지고 있는 것이다.
IPTV3사는 지난 2014년부터 ‘극장동시상영’이라는 이름으로 최신영화 VOD를 1만원에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그간 같은 극장동시상영이라도 영화의 흥행여부에 따라 VOD로 출시되는 기간에 차이가 있던 게 사실이다. 일반적으로 극장에서 크게 재미를 못본 영화들이 VOD로 좀 더 빨리 나오고 흥행작일 수록 VOD로 넘어오는 기간이 긴 경향이있었다.
이런 변화는 영화 VOD 시장이 무시못할 규모로 성장했기 때문에 나타난 것으로 풀이된다. 한 IPTV업계 관계자는 "영화사 입장에선 극장 매출과 VOD 매출을 모두 극대화하기위한 전략을 짜는 것이 중요해졌다"며 "극장 매출을 잠식하지 않으면서 VOD 매출을 극대화 할 수 있는 시점을 찾다보니 조금씩 VOD 출시가 빨라지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발표한 '2015 한국영화산업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영화 디지털 온라인 시장 (IPTV.케이블TV.인터넷 VOD 포함)은 지난 2010년 1,109억에서 지난해 3000억 규모로 3배 가량 커졌다. 전체 국내 매출에서 VOD매출의 비중도 2010년 8.6%에서 지난해 16.3%로 늘어났다. (2010년과 2015년 극장 매출은 각각 1조1,684억, 1조7,154억)
영화배급사 관계자는 “영화의 장르적 특성이나 글로벌 라이선스 계약 조건 등에 따라 각 영화마다 VOD출시 전략이 달라질 수 있지만 최근 VOD 시장이 영화시장에서 무시못할 중요한 매출원으로 자리잡은 만큼 전체적으로 VOD출시 경향이 빨라진 경향이 생겼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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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OD시장이 성장하면서 이제 극장 개봉 중인 인기 영화를 VOD 출시하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영화 ‘터널'이 대표적이다. 쇼박스는 이달 4일까지도 박스오피스에서 1위를 지키고 있던 터널을 9일 VOD로 서비스하기 시작했다.
IPTV 업계 관계자는 “9월7일 밀정이 개봉하면서 터널의 극장 매출 점유율이 크게 떨어졌는데 제빨리 VOD를 선보인 덕분에 VOD 시장에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며 “성장하고 있는 영화VOD 시장을 아주 전략적으로 활용한 사례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