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애플의 폐쇄적인 근거리무선통신(NFC) 정책에 반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아이폰6에서부터 탑재된 NFC 기능을 애플페이 외에는 사용할 수 없도록 막아놓아 외부 회사들이 이를 활용한 각종 서비스를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불공정하다고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9일 한국NFC, 이비카드, 코나아이, 인터페이, KTB솔루션, 테크앤로법률사무소는 애플의 NFC API 비공개 정책에 대한 토론회를 열고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공정위에 관련 내용을 제소하는 한편 방송통신위원회에 민원을 제기하고, 앞서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던 호주은행들과도 공조할 계획이라고 12일 밝혔다.
애플은 아이폰6 이후 버전에서부터 NFC 기능을 지원하는 칩셋과 안테나을 탑재했지만 현재 애플페이 외에 용도로는 쓰지 못하도록 폐쇄적인 정책을 취하는 중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기업들은 이 때문에 아이폰에서는 국내서 NFC를 기반으로 서비스 중인 지하철, 버스, 택시에 대한 교통카드, 서울시 택시안심귀가, 경찰청 NFC신고시스템, 신용카드사가 제공 중인 모바일결제(앱카드), 신용카드 본인인증, NFC간편결제 등을 활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앞서 7월 말 벤디고 앤 아델레이드 은행, 커먼웰스뱅크, 내셔널오스트레일리아 은행, 웨스트팍 등 호주 주요 4대 은행은 애플이 NFC 기능을 활용할 수 있는 API를 지원하지 않는 탓에 자사 모바일결제앱을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을 들어 이 나라 공정위에 해당하는 호주 경쟁 및 소비자 위원회(ACCC)에 제소했다.
이들 은행은 "애플이 카메라, 마이크로폰, 가속도 센서, 와이파이, 블루투스, 터치ID 지문센서 등에 대해서는 외부 앱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API를 공개했음에도 불구하고 유독 NFC에 대해서는 열어주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제소장에 따르면 지난 3월 프랑스 이동통신사인 오렌지는 애플에게 아이폰의 NFC기능을 오렌지 캐시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서도 쓸 수 있도록 열어달라고 요청했다. 이에 대해 애플은 6월 애플페이를 프랑스에서도 쓸 수 있도록 허용했지만 오렌지는 자사 고객들이 오렌지 캐시 버츄얼 카드를 애플페이 월렛에 집어넣어서 쓰는 방법 외에는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결국 애플페이를 통하지 않고서는 오렌지 캐시 앱이 아이폰의 NFC 기능을 사용할 방법이 없게 된 것이다.
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핀테크 기업들은 "사실상 결제와 인증서비스 등에 대해 국제표준으로 자리잡은 NFC기능에 제한을 둔 것은 자사 서비스(애플페이)를 위해 경쟁서비스 출현을 막는 부당행위에 해당될 수 있다"며 "애플은 NFC 외에 트러스트존과 같은 보안영역도 관련 API를 제공하지 않아 개발이 불가능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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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태언 테크앤로법률사무소 대표 변호사는 "거대플랫폼 사업자인 애플이 이용자들의 서비스 선택권을 가로막는 이익침해행위이자 자신의 플랫폼을 이용하는 핀테크 사업자들과 경쟁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행위"라며 "방통위, 공정위, 한국소비자원 등 관련 당국이 조속히 이를 시정해 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들 기업들은 핀테크산업협회를 통해 이달 중 추가로 참여할 업체들을 모아 관련 부처에 민원을 제기하고, 앞서 애플에 제소한 호주 은행들과도 공조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