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터넷(IoT) 시장에서 반도체 회사들의 전통적인 영업 전략을 고수하기 어렵다는 주장이 나와 주목된다. 벤처 회사들이 아이디어 중심으로 뭉쳐 IoT에 뛰어들고 있다. 기존에 반도체 수요를 이끄는 대형 제조사 고객과 사업 방향이 다르다는 이유에서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딘 프리먼 리서치 총괄부사장은 9일 서울 코엑스인터컨티넨탈 호텔서 열린 로컬 브리핑을 통해 “IoT 사업을 하는 기업들의 스펙트럼(범주)을 살펴보면 다국적 기업도 있지만 작은 신생 기업이 많이 뛰어들고 있다”며 “IoT 시장은 지금까지 익숙한 반도체 시장과는 다르다”고 밝혔다.
IoT 시장이 틀림없이 커질 것이란 전망은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고, 연결된 세상을 위해 통신사가 가진 네트워크 수요가 급증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또 사물 단에 필요한 센서부터 콘트롤 시스템과 데이터 처리를 위한 중앙 집중형 컴퓨팅 시스템에 반도체가 쓰일 곳이 도처에 널려있다.
하지만 반도체 공급 측면에서 IoT 시장은 기존 휴대폰이나 PC 산업과는 다르다는 지적이다. 서비스와 제품 플랫폼이 파편화에 가까울 정도로 세분화된 시장이다.
딘 프리먼 부사장은 이에 IoT 시장을 두고 반도체 회사들은 낚싯대 하나로 월척 물고기를 잡는 것이 아니라 어망을 치고 여러 물고기를 기다리는 방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비유했다.
그는 “반도체 회사들이 IoT 시장에서 고객을 어떻게 찾아 판매하느냐고 자주 묻곤 한다”면서 “잠재적으로 수천명의 작은 고객들이 있는 다른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르다는 의견을 준다”고 말했다.
가트너가 실제 조사한 2017년 기준 세상에 쏟아져 나올 IoT 솔루션 가운데 50% 이상이 회사 설립 3년도 되지 않은 벤처 기업들이란 예도 들었다.
과거 라디오 키트를 구입해 납땜질을 하면서 라디오를 조립하던 행태를 현재 IoT 사업을 시작하는 이들과 유사하다는 의견도 내놨다. 인텔이 내놓은 에디슨 보드나 삼성의 아틱 플랫폼이 IoT 현직 개발자들에게 과거 라디오 키트와 같다는 뜻이다.
때문에 프리먼 부사장은 “반도체 회사는 세일즈와 마케팅 팀을 중심으로 심각하게 분화된 시장을 대상으로 다시 한번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계 내에서 다양한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것도 IoT 시장의 반도체 영업을 위한 중요한 요소로 들었다. 대표적으로 전문적인 서비스 공급 업체나 유통망과 손을 잡아야 한다고 예를 들었다.
프리먼 부사장은 “어떤 회사가 IoT 서비스를 만들기 전에 SI 회사나 전문 용역, ODM 같은 회사를 먼저 찾고 이 회사들이 어떤 반도체가 들어가는게 적합한지 조사한 뒤 개발자들을 통해 설계 스펙을 마련한다”며 “최근 항공기 엔진이나 발전소향 IoT 제품에 집중하는 GE도 여러 외부 협력업체를 쓰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텔이 개발자 포럼에서 줄(Joule) 플랫폼을 발표하곤 하는데 이 역시 주요 고객과 함께 산업용 IoT 서비스 개발을 위해 필요한 컴퓨팅이나 분석 능력을 갖추기 위해 공동 개발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통망을 예로 든 점은 IoT 상품을 만드는 개발자 눈에 들어야 한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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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소비재를 하는 회사들은 슈퍼마켓이나 할인점에 눈높이에 들어오는 진열 공간을 찾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다”며 “IoT 개발자들이 여러 솔루션 중에 자신들이 알고 있던 것만 찾는다거나 자신이 원하는 기능의 보드나 칩을 찾는데 그들 눈에 들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IoT 개발자들은 지금 나와있는 반도체 제품 중 익숙한 것을 보면 그들에게 정작 필요한게 많이 없다”며 “개발자 커뮤니티를 형성해 회사가 가진 솔루션을 지속적으로 소개하고 개발자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나도록 애써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