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혁명 엔진될 '규제프리존' 반년째 답보

[4차산업혁명, 규제 개혁부터-⑤]

컴퓨팅입력 :2016/09/08 18:14

정현정 기자

4차산업혁명의 물결 속에서 세계 주요 기업들은 '퍼스트 무버'가 되기 위한 미래 성장동력 발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미국 아마존은 드론을 택배 배송 서비스에 활용하는 ‘프라임 에어’ 드론배송 시스템을 추진하고 있다. 구글은 2020년 상용화를 목표로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기술을 개발 중이다.

새롭게 쏟아져나오는 융복합·신산업 기술 개발을 위해 각국 정부도 대응에 나섰다. 미국은 2011년부터 '메이킹 인 아메리카'를 기조로 '첨단제조파트너십'이라는 제조업 혁신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독일은 ‘인더스트리 4.0’, 중국은 ‘중국 제조 2025년’ 정책을 가동하며 신산업 육성을 통한 주도권 싸움에 나섰다. 이런 전략 기조 아래서 주요국들은 기업이 필요한 핵심 분야에 대한 규제 개혁도 단행하고 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업체 딜로이트 기준 세계 5위의 제조업 강국이자 세계 최고 IT 인프라를 갖춘 우리나라도 이런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 산업 패러다임 변화에 맞춰 14개 지역 맞춤형 27개 전략산업을 선정, 미래성장주도형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정부는 빠른 변화와 혁신에 대응하기 위한 규제개혁 핵심 정책으로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국회에 제출해 추진한 상태다. 하지만 이 법은 국회를 제대로 통화가지 못한 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다.

지난 국회에서 논의됐던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19대 국회가 종료되면서 자동폐기됐다. 20대 들어서도 석 달이 넘도록 본회의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구글의 자율주행차 (사진=씨넷)

■'규제프리존 특별법'은 반년째 표류 중…

규제프리존은 지방자치단체가 스스로 선정한 지역 유망산업 분야에 대해 파격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제도다. 기업의 창의적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데 필요한 제반 활동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는 네거티브 규제를 도입하고, 기존에 적용되던 규제에 대한 다양한 특례를 선택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규제프리존이 도입되면 지역별 미래 먹거리를 집중 육성하는 기반을 갖출 수 있게 된다. 국가 차원의 네거티브 규제체계 도입 및 규제혁신의 결정적 촉매가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궁극적으로 양질의 일자리 창출 및 민간투자 촉진으로 이어질 수 있을 전망이다.

안전과 보건 등 필수 규제를 제외하고는 민감한 규제라도 규제프리존에 한정해 특례가 부여된다. 그 뿐 아니다. 사업화를 위한 시범사업 등도 규제프리존 내에서 자유롭게 허용되며, 다양한 인센티브도 지원되기 된다. 시도별 지역전략산업에 대해 자유로운 기업활동을 보장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이를 통해 규제프리존은 융합형 신산업들에겐 인큐베이터 역할을 한다. 기업들이 혁신을 위한 실증공간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이를 통해 실증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는 규제를 철폐 또는 완화하기 위한 규제 개혁의 시간을 벌어줄 수 있다.

규제프리존 법제화가 융합형 신사업 창출에 필요한 요소로 꼽히는 건 이런 배경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 드론, 사물인터넷 등 4차산업 생태계를 마련하기 위해선 규제프리존 법제화가 필수적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이웃나라 일본은 이미 3년 전부터 국가전략 특구법을 제정해 신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도쿄 인근 치바시 지역이 규제 없는 특구로 지정되는데 걸린 시간은 40일에 불과하다. 지금은 세계 첫 드론 택배 상용화 추진을 눈 앞에 두고 있다.

전국 14개 시도별 지역전략산업 (자료=정책공감 블로그)

■ 규제프리존에서는 '드론'날고 '자율차' 달리고

특히 4차산업혁명 시대 대표 유망 산업 중 하나로 꼽히는 자율주행자동차 발전을 위해 규제프리존은 필수적인 요소로 꼽힌다. 현재 이 분야에서는 구글, 테슬라 같은 IT 기업 뿐 아니라 전통 자동차업체들까지 경쟁적으로 뛰어들면서 차세대 주도권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율주행차를 개발하기 위해선 자유롭게 테스트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실제로 미국은 이미 자율차 시험주행 허가제를 실시하고 있다. 중국 또한 실도로 주행이 이뤄진 상태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우 제한된 공간에서만 자율차 주행 실험을 할 수 있다. 그러다보니 기술개발과 연구에 제약이 되고 있다. 현재 대구가 자율주행차 규제프리존으로 지정돼있지만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반년 가까이 국회에 계류되면서 진도가 나가지 않고 있다.

규제프리존 특별법이 통과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장이 자율주행차 임시운행허가권을 갖게 된다. 또 자율주행차 관련 비식별화 정보는 위치정보보호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관련업체들이 기술 개발을 하는 데 한층 용이한 환경이 조성된다.

드론도 마찬가지다. 그 동안 우리나라에선 드론 관련 제도이 지속적으로 개선됐다. 12kg 이하였던 비행승인 및 기체검사 면제범위가 미국 기준인 25kg 이하로 완화했다.

하지만 드론 특성상 수도권 비행금지구역, 공항 인근 구역 등 까다로운 규제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다. 규제프리존이 허용될 경우 이런 규제로부터 최대한 벗어나 실증사업을 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규제프리존이 도입될 경우 드론산업은 드론 관련 마이스터고 지정 요건 완화, 무인기 비행시험 전용공역 지정 근거 마련 등의 특례를 받을 수 있다.

이밖에도 바이오 산업의 경우 의약품 및 의료기기 허가에 대한 우선 심사, 의료법인의 부대사업 범위를 조례로 정할 수 있도록 허용된다. 관광산업의 경우 제주, 부산, 강원도 등 관광특성화 지역에서는 숙박공유 서비스가 허용되고, 사물인터넷(IoT)는 비식별화된 개인정보의 이용범위 확대 등이 적용되고, 첨단센서는 기간통신사업자의 통신기기 제조관련 겸업승인 제도가 폐지된다.

기업의 자유로운 활동을 가로막는 과도한 규제와 제약은 연구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4차산업혁명 시대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서는 규제프리존 특별법을 신속하게 실행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주문하고 있다.

김선일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장은 "정부가 규제개선 정도가 아닌 규제프리존으로 입법하고자 하는 배경에는 세계 모든 국가, 지자체들이 경쟁적으로 규제 개선, 세계 혜택 등 조건으로 글로벌 기업 유치에 나서고 있어 앞으로 도래하는 신사업 패러다임에서는 더이상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없다"면서 "창조적 아이디어와 혁신적 발상에 의한 신산업 모델을 다양하게 모색해가며 세상에 없던 새로운 룰과 최소한의 규제로 만들어가야하기에 규제프리존부터 시작돼야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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