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기업과 은행 간 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견제가 이뤄지는 추세는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은 핀테크 스타트업들이 은행들이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딜레마에 빠졌다고 보도했다.
핀테크 기업들에게 은행들과 협업은 스타트업이 경험하지 못했던 각종 규제를 해결하는데 지원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특히 스타트업들에게는 큰 도움이 된다. 더구나 자금을 지원받거나 은행이 가진 인프라와 보다 긴밀히 협력해 서비스를 빠르게 내놓을 수 있게 된다는 사실도 강점이다.
그렇다고 은행과 협업이 반드시 좋은 것만은 아니다. 핀테크 기업들에게 그동안 은행이 받아야 했던 모든 종류의 면밀한 조사를 받아야하는데다가 그동안 외쳤던 파괴적 혁신을 이루지 못하고 전통 은행들에게 굴복했다는 인상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핀테크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한 은행과만 제휴해야하는 탓에 다른 여러 은행들과 제휴할 시기가 늦춰지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P2P대출 회사들이 상대적으로 저조한 실적을 보이는 중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핀테크 기업들이 은행과 협업하지 않을 경우 자사 서비스에 대해 사용자들이 등을 돌릴 때를 대비해 기댈만 한 자금줄이 없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에서는 은행들이 핀테크 기업들의 후방에서 혹은 공개적으로 해당 서비스나 관련 웹사이트를 지원할 때 특히 대출 관련 사항에 대해 연방예금보호공사(FDIC)가 나서서 면밀한 조사를 수행한다. 송금에 대해서는 캘리포니아 주, 텍사스 주 등에서 규제가 있다.
무디스 투자자 서비스는 P2P대출을 통해 발행된 대출채권을 분석한 결과, P2P대출 스타트업들이 은행과 파트너십을 맺었을 때 더 큰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다. 고객을 찾는 수고를 덜고, 투자자들로부터 펀딩을 받는데 드는 비용도 줄게 된다는 의견이다.
물론 좋은 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보고서는 "(P2P대출 관련 핀테크 기업에게) 이러한 협업은 모델 리스크, 각종 규제, 대출실적의 불확실성 등 여러 문제를 해결해야한다는 부담을 주며 은행들 스스로 유사한 금융플랫폼을 만들어내는 탓에 경쟁도 치열해지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은행과 협업이 약이 되는 것은 맞지만 언제든지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유사한 서비스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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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렴한 수수료로 국제 송금 서비스를 제공해 온 트랜스퍼와이즈는 은행들과 파트너십을 맺으면서 빠르게 성장했다. 미국 내에서는 50개 주 중 47개 주가 송금을 위한 별도 라이선스가 필요했다. 그러나 지난해 트랜스퍼와이즈는 일부 주에서 은행과 파트너십에 대한 면밀한 검토를 받아야 했다. 이들 주의 금융당국이 돈을 송금하려면 은행을 통하지 않고 직접 라이선스를 등록해야한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아이러니한 것은 핀테크 기업들 단독으로는 더이상 금융업계에 파괴적인 혁신을 이루기가 힘들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금융사가 수백년 간 그래왔던 것처럼 고객을 제대로 파악해야한다는 부담감과 함께 자금세탁방지법(AML)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엄격한 규제를 핀테크 기업들 혼자서 풀어내기가 만만치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