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시스 G80 체험관 가보니 "名車에 취하고 서비스에 반하고"

브랜드·차량 '일대기' 한 눈에...20명 구루가 밀착 응대

카테크입력 :2016/08/26 08:00

정기수 기자

개관한 지 2년 3개월여가 지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국내 프리미엄 수입차 브랜드들의 심장부로 불리는 서울 강남구 도산공원 사거리에 자리잡고 있다. 현대모터스튜디오 바로 맞은 편에는 BMW와 메르세데스-벤츠의 전시장이 위치해 있고 인근에는 마세라티, 인피니티, 렉서스 등 고급 수입차들의 매장도 밀집해 있다.

현대차에 있어서 현대모터스튜디오는 거세지는 수입차 공세에 맞선 안방 사수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상징적 공간인 셈이다. 현대차는 최근 이 곳에서 프리미엄 브랜드 제네시스의 두 번째 모델인 'G80' 체험관을 운영하면서 준대형세단 시장에서 기존 수입차들과 정면 승부에 나섰다.

지난 25일 오전 무더운 날씨로 행인의 발걸음이 다소 뜸했던 바깥과는 달리, 현대모터스튜디오 안은 제네시스 차량을 둘러보기 위해 방문한 고객들로 분주했다.

이의준 구루가 제네시스 G80 3.8 파이니스트 모델의 인테리어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판매 목적이 아닌 車문화 전달하는 '응대', 만족도 높아

"기존 수입차 매장의 차량 판매가 목적인 영업사원들의 고객 응대와는 서비스에 대한 고객 만족도가 다를 수밖에 없죠."

G80 가망 고객으로 등록한 기자가 내방하자 깔끔한 쿨비즈 차림의 이의준 구루(Guru)가 반갑게 맞이하며 이같이 소개했다. 구루는 인도어로 '스승'을 뜻한다. 총 20여명의 그루가 이곳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이들은 현대차그룹과 자동차 문화에 대한 전문지식을 갖춘 인력으로 고객 응대와 가이드 투어를 담당한다.

신차가 나올 경우 가장 먼저 개발팀이 직접 구루들을 모아 프리젠테이션과 질의응답을 통해 차량의 상세한 정보를 알린다. 이후 구루들은 실제 시승을 통해 모델의 장단점을 파악, 고객에게 전달할 채비를 마친다.

이날 체험한 프로그램은 '제네시스 프리미엄 가이드 투어'다. G80을 사전 계약했거나 계약을 고려하고 있는 가망 고객을 대상으로 진행된다. 주중 평일에는 3회, 주말에는 4회가 진행된다. 2시간 정도 진행되며 짧지만 G80의 도심 시승도 가능하다.

G80 3.8 파이니시트 모델(사진=지디넷코리아)
G80 디자인의 모태가 된 콘셉트카 HCD-14(사진=지디넷코리아)

현대모터스튜디오는 1층과 2층에 각각 아트 갤러리와 오토 라이브러리가 있고, 핵심 공간인 3~5층 전시관은 제네시스의 '과거-현재-미래'를 컨셉트로 각각 구성됐다. 체험은 5층 전시장부터 시작됐다. 웰빙 음료와 초콜릿, 쿠키 등 간단한 다과를 내온 이 구루에게 대뜸 제네시스 브랜드에 대해 질문하자 10여년의 준비 기간을 거친 탄생 배경과 디자인 개발 과정, 브랜드 방향성은 물론, G80에 대한 상품 설명까지 막힘없이 조리있게 풀어냈다.

5층에서는 G80은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의 디자인이 탄생한 전 과정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G80 디자인의 모태가 된 콘셉트카 HCD-14의 실물부터 최종 디자인 품평회에 올라왔던 G80의 모형, 2세대 제네시스(DH) 디자인 스케치 시안 등도 전시돼 있다. 한 쪽 벽면을 가득 채운 G80의 '테이프 드로잉'도 눈에 띈다. G80 디자이너 등이 직접 참여해 만 이틀에 걸친 실제 작업 과정이 옆에 있는 모니터를 통해 영상으로 소개되고 있었다.

G80의 '테이프 드로잉' 작품(사진=지디넷코리아)

이 그루는 "제네시스 브랜드가 세상에 나오기까지의 치열한 고민이 담긴 과정을 다양한 모형과 작품, 콘셉트카를 통해 자연스럽게 고객들에게 전달하는 데 주력했다"고 설명했다.

4층으로 내려와 전시된 G80의 최상위 트림인 3.8 파이니스트 모델 앞에 선 이 구루는 전시된 차량을 한 바퀴 돌며 전·측·후면부 디자인 개선과 엔진, 주행성능, 인테리어 등 6가지 단계에 걸쳐 상세한 차량 설명을 이어갔다. 제네시스의 현재를 책임지고 있는 피터 슈라이어 현대차 디자인센터 총괄 사장과 제네시스 디자인 담당 루크 동커볼케 전무를 비롯해 G80 개발에 참여한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사진으로 만든 작품도 한 편에 자리잡고 있다.

피터 슈라이어 사장을 비롯한 현대차 디자이너들의 사진(사진=지디넷코리아)

마지막으로 찾은 3층은 제네시스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곳이다. 강렬한 느낌을 자아내는 터빈 레드 컬러의 G80 스포츠가 눈길을 끈다. 이 색상은 스포츠 모델 전용이라고 이 구루는 설명했다. G80 스포츠는 올 하반기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이 구루는 고객의 동선을 따라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며 친절하게 답변했다. 내심 만족스럽지 않거나 다소 의아한 표정을 지으면 전시 차량이나 모형, 디자인 예상도를 곁들여 이해를 도왔다.

이 구루는 "지난 주말에는 900여명의 방문객이 이 곳을 찾았다"며 "30~40대 실수요층은 물론 가족 단위와 대학생 등 젋은 고객의 비중도 늘고 있다"고 귀띔했다.

터빈 레드 컬러의 G80 스포츠(사진=지디넷코리아)

■G80 시승 고객들 "名車 향기 물씬"

전시관 체험을 마친 뒤에는 G80 3.8 파이니스트 모델로 도산공원 사거리 일대에서 약 1시간 동안 시승 체험이 진행됐다.

이 구루는 차량 탑승 이전 스마트폰으로 G80 고객에게 3년동안 무상으로 제공되는 '블루링크'를 시연했다. 차량 외부에서 원격 시동과 도어 개폐는 물론 전조등 및 경고음 켜기, 공조장치 작동, 차량상태 확인 등 다양한 기능을 무선으로 작동시킬 수 있다. 이 기능은 해외에서도 스마트폰에 '현대 블루링크 애플리케이션'만 설치하면 이용이 가능하다. 해당 기능을 실행하고 10분간 사용하지 않으면 알아서 종료된다.

이의준 구루가 G80에 적용된 블루링크 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지디넷코리아)

G80의 외관은 사람의 눈 형태에 가깝게 디자인 된 풀 LED 헤드램프가 가장 눈에 띈다. 앞 뒤 범퍼 하단부에 크롬 몰딩을 적용해 고급감도 높였다. 실내는 2세대 제네시스(DH)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기어 박스 주변의 디자인과 색상이 고급스럽게 변경됐고, 치(qi) 규격을 만족시키는 스마트폰 무선충전 시스템이 탑재됐다. 갤럭시 S7 이상의 기종만 지원한다.

평일 오전에 진행된 시승인 만큼, 주변 도로가 혼잡해 주행 성능을 테스트 하기에는 충분치 않았다. 간신히 올림픽대로에 진입해 가속을 시도하자 낮은 RPM에서도 100km/h까지 순식간에 올라갔다. 이 모델은 최고출력 315마력, 최대토크 40.5kg·m의 성능을 지녔다. EQ900(해외명 G90)에 먼저 적용된 8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NVH(소음 및 진동)가 크게 개선돼 정숙성도 높아졌다.

신호 정지에 대기하고 있자 이 구루가 기어 레버 뒤편에 위치한 '오토 홀드' 버튼을 누르고,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도 좋다고 말을 건넨다. 이 기능이 실행되자 브레이크를 밟지 않아도 계기판에 오토 홀드라는 녹색 불이 점등되며 정지 상태가 유지된다. 이 기능은 가속 페달을 밟으면 자동으로 해제된다. 정체 구간에서 운전자의 피로도를 더는 데 도움이 될 듯 하다.

시승 체험에 사용된 G80 3.8 파이니스트 모델(사진=지디넷코리아)

시승 구간이 짧은 데다 정체가 반복돼 이 차에 탑재된 준자율주행 기능을 사용해 보지 못한 데 대해서는 시승을 함께 한 탑승자 모두가 아쉬움을 표했다. G80에는 부분적인 자율주행이 가능한 '제네시스 스마트 센스(GENESIS SMART SENSE)'가 EQ900에 이어 두 번째로 적용됐다.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과 주행 조향보조 시스템(LKAS) 등 기존 탑재 기능 외에도 제네시스 브랜드가 첨단 주행보조 기술을 접목해 국내 최초로 개발한 고속도로 주행지원 시스템(HDA)이 탑재됐다. 기존ASCC와 LKAS를 결합시켜 한 단계 발전시킨 HDA의 경우 고속도로에 진입하지 않으면 활성화 자체가 되지 않는다. 이 기능은 전방 카메라와 레이더 등 센서를 통해 고속도로 주행시 차간거리 제어는 물론 차선 유지와 가감속, 조향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날 기자와 함께 프로그램에 참여한 고객들의 만족도는 예상한 대로 높은 수준이었다. 독일 브랜드의 준대형 세단을 타고 있다는 40대 남성은 "현재 차량을 구입하면서 받았던 응대와 비교해도 손색이 없다"면서 "프리미엄 브랜드에 걸맞게 차량은 물론 브랜드 전체의 철학을 설명한 점과, 구매 유도가 없는 구루의 응대도 부담감이 없어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G80 구매를 고려하고 있는 남편을 대신해 직접 시승하러 왔다는 30대 여성은 "자동차에 대해 상대적으로 지식이 부족할 수밖에 없는 여성들에게도 많은 도움이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말했다.

이 여성은 몇일 전 한 수입차 매장에서 영업사원에게 홀대받은 사연을 소개하기도 했다. 방문 목적을 묻는 영업사원에게 "그냥 한 번 둘러보러 왔어요"라고 답하자 이내 홀로 남겨두고 자리를 떠났다고. 이날 투어 내내 구루의 응대에 대해 일행 중 유달리 감탄사를 연발했던 그녀의 행동이 이해가 되는 대목이다.

G80 3.8 모델 실내(사진=지디넷코리아)

■브랜드 인지도·판매 상승 효과 '톡톡'

지난달 7일 G80의 본격 판매와 함께 시작된 제네시스 프리미엄 가이드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한 가망 고객들의 경우 바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이 구루는 귀띔한다. 구루들은 판매와 관련해서는 업무를 담당하지 않는다. 단 계약을 원하는 고객이 있을 경우 담당 카마스터에게 연결해 준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모터스튜디오의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과 차별화된 고객 응대가 해당 차량은 물론, 프리미엄 브랜드로 출발한 지 얼마 안 되는 제네시스가 고객들에게 각인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미치고 있다"면서 "특히 기존 수입차를 애용하던 고객들이 방문 뒤 구입 결정을 굳히는 데도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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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80은 출시 첫 달인 7월 국내 시장에서 총 3천200대가 팔려나갔다. 판매 기간이 채 한 달이 안 되는 점을 감안하면 향후 판매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경쟁 차종으로 꼽히는 메르세데스-벤츠 E클래스는 지난달 1천215대가 판매됐다.

밀려드는 주문에 G80은 지금 계약해도 차량을 건네받기까지 약 2개월이 걸린다. 출시 전 사전계약만 1만대를 넘어서기도 했다. 판매가격은 3.3 모델 ▲럭셔리 4천810만원 ▲프리미엄 럭셔리 5천510만원, 3.8 모델이 ▲프레스티지 6천170만원 ▲파이니스트 7천170만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