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약 없는 '노후경유차 폐차' 지원...속타는 車업계

입법 지연에 시행 시기 오리무중...구매심리 얼어붙어

카테크입력 :2016/08/22 16:35    수정: 2016/08/22 16:36

정기수 기자

정부의 개별소비세 인하 종료에 따른 후폭풍으로 지난달 내수시장에서 판매 절벽이 현실화된 자동차업계가 연이은 악재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우선 개소세 인하 종료의 대안으로 정부가 내놓은 노후 경유차 교체 지원책 시행이 기약없이 미뤄지고 있다. 내심 9월부터 신차 출시와 판촉 등을 통해 판매 확대를 별러왔던 자동차업계로서는 답답한 노릇이다. 통상 국내 자동차 시장은 휴가철이 종료된 직후인 9월부터 성수기를 맞는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 6년간 8월 평균 판매량은 10만8천324대로 하반기 중 가장 낮았다. 하지만 9월에는 11만7천367대로 회복된 후 4분기에 판매가 늘어나는 추세를 나타냈다.

그랜저(사진=현대차)

통상 연중 판매량이 낮은 8월인데다 올해는 개소세 인하 종료에 따른 선수요로 지난달 국내 자동차 시장은 급격히 얼어붙었다. 지난달 현대·기아자동차, 한국GM, 쌍용자동차, 르노삼성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5개사의 국내 판매량은 12만1천144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6% 줄었다. 특히 개소세 인하 마지막 달인 전월 대비로는 24.8% 급감했다.

정부는 당초 하반기 자동차 내수시장의 판매 견인을 위해 지난 6월말 경유차 교체시에는 '개소세 인하 혜택'을 준다는 카드를 꺼내들었다. 하지만 지원계획 발표 이후 두 달여가 훌쩍 지난 시점에서도 여전히 정확한 시행 시기를 가늠하기 어렵다. 일각에서는 지원책이 시행되도 적기를 놓쳐 효과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 지원 계획의 골자는 10년 전인 2006년 12월 31일 이전에 등록된 노후 경유차를 교체할 경우 개소세 70%를 감면해주는 것이다. 계획대로라면 노후 경유차를 폐차하고 신규로 승용차를 구입할 경우 개소세 70%가 감면돼 개소세율이 기존 5.0%에서 1.5%로 인하된다. 승용차 1대당 감면받는 개소세 한도는 100만원이다. 여기에 개소세의 30% 수준인 교육세와 부가세 10% 등을 감안하면 총 143만원의 세금 감면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실제로 현대차 아반떼 1.6모델은 66만원, 쏘나타 2.0은 95만원, 그랜저 2.4는 126만원가량 세금이 줄어든다. 여기에 업체별 프로모션이 적용될 경우 실제 가격 인하폭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그동안 개소세 비적용 대상이었던 화물차와 승합차도 노후 차량 폐차 후 신차 구입시 동일하게 취득세(100만원) 감면 혜택이 주어진다. 정부는 10년 이상 노후 경유차를 400만대로 추산하고, 이 중 10%인 10만대 정도를 정책 시행에 따른 교체 수요로 내다봤다.

하지만 이 정책은 발표 이후 아직까지 국회에서 표류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 시행을 위해서는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이 필요하다"면서도 "국회가 해당 법안 개정안을 추가경정예산 처리 시 일괄 처리키로 방침을 정한 뒤 추경을 둘러싼 논쟁만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개소세 인하 종료 이후 내수 시장에 판매 절벽이 현실화된 만큼, 판매 지원책이 절실한 시점이지만, 정부가 대안으로 제시한 정책이 정치권의 소모적인 논쟁으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어 시행 시기를 가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버스와 트럭 등에 대한 취득세 감면은 정부 입법 형태로 올해 정기국회에서 처리될 예정이다. 시행은 내년 1월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여 하반기 판매 증대에는 전혀 효과가 없을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이미 발표된 일련의 정책들이 시행되지 않을 경우 오히려 내수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정책 시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증가해 구매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현대·기아차와 한국GM 등 주요 완성차업체의 노조의 파업이 심화되며 생산 차질을 빚고 있는 것도 하반기 판매 전망을 어둡게 하는 요소다. 현대차 노조는 사측의 임금피크제 확대안에 반발, 이달 22일까지 총 11차례의 부분 파업을 벌이고 있다. 이로 인해 1조원을 상회하는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회사는 추산하고 있다.

지난 2년간 무분규 타결에 이르렀던 한국GM도 올해는 노조 파업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지난해 1조원에 달하는 순손실을 냈지만, 노조는 기본급 15만2천50원 인상과 성과급 400%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이미 8차례 파업을 벌인 데 이어 23일에도 부분 파업을 예고한 상태다.

업계 관계자는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 정책 시행이 늦어지는 데다 노조 파업까지 겹쳐 하반기 판매 확대를 위한 뚜렷한 돌파구를 찾지 못하는 업체들이 전전긍긍하는 모양새"라며 "정책 조기 시행은 물론, 사측과 상생을 위한 노조의 발상 전환이 요구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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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업계 CEO들 역시 노후 경유차 지원책이 시급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난 17일 열린 '주형환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자동차업계 CEO 간담회'에서 정진행 현대차 사장은 하반기 내수 전망과 관련해서는 "쉽지 않다"고 답한 뒤, 정부의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정책의 조속한 시행을 촉구했다. 그는 "정부의 노후 경유차 폐차 지원정책 관련 법이 국회에 계류 중인데, 법 시행을 기다리는 대기 수요가 많다"면서 "가능한 빨리 진행될수록 하반기 판매에 도움이 많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