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사고 제로를 향한 한 개발자의 열정

[조재환의 미래車리더]ADAS 1세대 만도 최재범 박사

홈&모바일입력 :2016/08/17 17:34    수정: 2016/08/17 17:56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악조건 속에서도 자율주행차 사고 제로화를 위해 열정을 불 태우는 연구원이 있다. 만도 ADAS 센터 설계1팀 책임연구원 최재범 박사가 그 주인공.

최 박사는 이찬규 현대 공동연구 센터 박사의 추천을 받아 본지 릴레이 인터뷰 시리즈 ‘미래車리더’ 다섯 번째 주인공으로 선정됐다.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 개발을 주도해온 ‘ADAS 1세대’ 박사로 알려진 인물이다.

ADAS는 LKAS(차선유지보조시스템), AEB(긴급제동시스템), SCC(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ASCC(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 등 완전 자율주행 기술 구현에 필요한 주요 기능을 총괄하는 시스템을 가리킨다. 말 그대로 운전자의 편의를 돕는 첨단 주행보조 시스템이나 다름없다.

그는 ADAS 시스템 기술 노하우를 전수받기 위해 지난 2012년부터 2016년까지 약 4년간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학대학에서 학술연수를 받았고, 박사학위를 따냈다. 자율주행 기술에 선도적인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는 게 너무 기쁘다는 최재범 박사를 경기도 판교테크노벨리 내에 위치한 만도 글로벌 R&D센터에서 만났다.

만도 글로벌 R&D 센터에서 포즈를 취한 최재범 박사 (사진=지디넷코리아)

■“새로운 도전을 위해 독일 선택”

한양대학교 98학번인 최 박사는 기계공학 학사학위와 자동차공학 석사학위를 받은 후 지난 2004년 만도에 입사했다. 초기에는 자동차의 샤시 부분 연구에 전념하다 지난 2007년부터 ADAS 관련 연구를 시작했다.

이후 지난 2012년 자동차 기술 관련 연구에 몰두하고 있던 최 박사에게 인생의 기회가 찾아왔다. 회사가 운영하는 학술연수제도를 통해 미국, 독일 등 세계적으로 자동차 산업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현지 대학에서 공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최 박사는 이중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를 선택했다. 상대적으로 학위 따기가 수월하고 여건이 좋기로 소문난 미국 대학을 마다하고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로 한 것이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는 미국 국방성 주최 무인차경진대회에서 전 세계 상위 10위권 안에 들 정도로 실력있는 대학 중 하나입니다. 만도가 그동안 미국 자동차 업체 중심으로 납품한 적이 많았지만, 유럽에는 아직 미약한 부분이 많습니다. 그래서 저와 회사 차원의 새로운 도전을 위해 브라운슈바이크 공대에서 학술연수를 받기로 결심했습니다.”

브라운슈바이크 공대는 박사학위를 직접 받기까지 총 8년 이상이 소요될 정도로 힘든 박사과정을 운영하고 있다. 그러나 최 박사는 힘든 박사과정을 견디고 4년만에 박사 과정을 마치고 그리운 한국 땅을 밟을 수 있게 됐다.

독일 브라운슈바이크 공대에서 자신의 ADAS 개발 능력을 키운 최재범 박사(사진 왼쪽에서 7번째, 최재범 박사 제공)

■“완벽한 ADAS 구현 위해 영하 30도 추위도 버텨”

최재범 박사가 단기간에 박사학위 과정을 마칠 수 있었던 배경은 기술에 대한 열정과 끈기였다. 모든 이가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 개발을 위해 그는 영하 30도의 추위를 숱하게 버텨야 했다.

“만도는 국내 평택, 중국 흑하, 미국 등 전 세계적으로 시스템 성능 개발을 위한 테스트 장소를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이중 중국 흑하 지역은 영하 30도까지 내려갈 정도로 추운 곳이죠. 완벽한 ADAS 시스템 구현을 위해 혹한의 추위를 견뎌야만 했습니다.”

ADAS 시스템은 자동차 관련 기술을 가진 엔지니어 혹은 박사들이라면 쉽게 구현할 수 있지만, 상용화 단계까지 가려면 엄청난 주행 테스트를 거쳐야 한다. 최 박사는 “상용화는 ADAS 시스템 개발에 최대 걸림돌이자 극복해야 할 대상과도 같다”고 말한다.

“ADAS 시스템의 90% 이상은 국내나 해외 연구소에서 만들 수 있지만, 나머지 10%를 채우기 위해선 인고의 시간이 필요합니다. 휴대전화기의 경우 소프트웨어에 이상이 생기면 직접 수리센터로 가서 기계를 고치면 되지만, 자동차 내 소프트웨어가 고장날 경우 바로 생명에 큰 위협이 되기 때문에 혹한 추위, 시골길, 사막 같은 악조건을 견딜 수 있는 ADAS 개발이 필수죠.”

동료와 함께 중국 흑하 지역에서 포즈를 취한 최재범 박사(사진 왼쪽, 최재범 박사 제공)

■“자동차 사고율 제로가 내 꿈”

최재범 박사는 잘 알려진 ADAS 1세대 개발자로 손꼽히지만, 아직 그는 꿈을 이루지 못했다. 완전 자율주행차 시대까지는 아직 해결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또한 설사 ADAS 시스템이 탑재되더라도 자동차 주행 관련 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목표에 대해 물어보자 그는 “자동차 사고율 제로를 만드는 게 꿈”이라고 답했다.

“아직 완전 자율주행 기술 단계를 구현하기 위해선 수 많은 연구가 필요합니다. 갑자기 차선을 변경하는 차량의 모습을 감지해내야 하고, 횡방향 차량 주행의 특성을 파악해야 하는 과제도 많죠. 이를 통해 카메라 기술 구현도 필요하고 주행 환경을 전반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미래형 ADAS 시스템 기술 개발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는 자신의 꿈과 함께 자율주행차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고 한다.

경기도 판교테크노벨리에 위치한 만도 R&D센터 앞에서 포즈를 취한 최재범 박사(사진=지디넷코리아)

“자율주행차를 부정적으로 보는 분들의 공통된 생각이 바로 운전의 재미가 사라진다는 점입니다. 하지만 현대 시대는 기하급수적인 차량의 증가로 인해 스포츠 드라이빙 같은 여유로움을 즐기기엔 많은 제약이 따릅니다. 그러다 보니 자율주행차에 대한 니즈가 생겨나게 되는 것이죠. 자율주행차와 관련된 기술이 성숙해지면 운전 자체의 패러다임이 변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는 자율주행차 관련 기술 개발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경험을 강조했다. 단순히 한가지 분야에만 전념하지 말고 다양한 학문을 깨달으면 향후 연구직 입사 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충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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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도에서는 융합형 인재를 원하고 있습니다. 전자, 전기, 기계, IT, 소프트웨어 등 여러 분야가 하나로 되어가고 있는 시대이기 때문이죠. 여러 분야에 대한 노하우가 쌓이면 추후에 돌아오는 혜택이 많아질 것입니다.”

최재범 박사는 미래車리더 다음 주자로 프랑스 전장부품 업체 ‘발레오’에서 근무하고 있는 조기춘 박사를 추천했다. 지디넷코리아는 조 박사와 연락이 되는대로 인터뷰를 진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