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메신저 규제에 착수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직접 이해당사자가 될 미국과 ‘메신저 전쟁’을 벌일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다.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가 왓츠앱, 스카이프 같은 온라인 메시징 서비스에 대해 통신사업자에 준하는 규제 잣대를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향후 파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같은 소식은 파이낸셜타임스 보도로 널리 알려지게 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15일(현지 시각) EC가 인스턴트 메신저와 인터넷 전화에 대해 유무선전화에 준하는 강력한 규제를 적용하는 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왓츠앱이나 스카이프 같은 사업자들도 통신사업자들처럼 ‘보안 및 기밀유지 규정’을 준수해야만 한다. EC는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법 초안을 오는 9월 중 공식 발표할 예정이라고 외신들이 전했다.
■ 법제화 땐 미국과 힘겨루기 불가피
메신저가 사실상 유무선 전화 기능까지 수행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한 새로운 규제 기준이 필요하다는 의미인 셈이다.
인터넷을 통해 영화 등 각종 서비스를 제공하는 OTT 사업자들에게도 같은 의무를 부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EU가 메신저나 OTT 사업자들에 대해 대대적인 규제 칼날을 들이대는 논리는 분명하다. 얀 필립 알브레흐트 독일 녹색당 소속 EU 위원은 가디언과 인터뷰에서 “통신사업자들이 인터넷 서비스업체들에 의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면서 “따라서 (인터넷 사업자들을) 똑 같은 방식으로 다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C의 이 같은 정책이 법률로 공식화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법 초안이 발표되면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유럽 의회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외신들은 연내에는 이 법이 발효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EU가 메신저 사업자에 대해 통신에 준하는 규제를 가할 경우 미국과의 힘겨루기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왓츠앱이나 스카이프처럼 규제 대상이 될 서비스가 전부 미국 기업들 소유이기 때문이다. 현재 왓츠앱은 페이스북이 갖고 있으며 스카이프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업 부문이다.
■ 언론자유 vs 사생활 우선 갈등 빗나
그 동안 EU는 구글, 페이스북 등 미국 기업들을 규제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이런 상황에서 메신저 사업자들에게 통신에 준하는 규제를 할 경우 양측이 감정이 더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을 전망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페이스북, MS를 비롯한 900여 인터넷 사업자를 대표하는 테크UK는 EC 측에 규제 권한을 행사할 경우 초래될 부작용에 대해 신중하게 생각해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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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특히 EC가 추진하는 법안이 사물인터넷, 스마트시티를 비롯한 인터넷 기반 차세대 서비스를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우려된다고 경고했다.
가디언은 또 EC가 이번 법안을 밀어부칠 경우 언론자유를 중시하는 미국과 사생활 보호를 우선하는 EU 간의 갈등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