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료방송에 주문형비디오(VOD) 서비스가 도입된지 올해로 10년이 됐다. TV VOD 서비스 시장은 지난해 기준 6천500억원 규모로 성장하며 이제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TV VOD는 이제 유통 사업자인 유료방송 업체들은 물론, 영화사, 방송사 등 콘텐츠 제작사의 중요한 수익원으로 자리잡았다. 또 영상 콘텐츠에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는 문화가 싹트는데 기여했고, 시청자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에도 변화를 가져와 실시간 방송의 영향력이 작아지게 만들었다. 시청 행태가 실시간 방송에서 VOD 등으로 다변화 되면서 광고시장의 이동도 가져왔다.
■ 10년전 하나 TV로 시작된 VOD 서비스, 6천500억 규모 시장으로 성장
국내 최초 VOD 서비스는 2006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한 하나TV다. 지난 2008년 SK브로드밴드에 인수돼 현재 SK브로드밴드 Btv로 서비스되고 있다. SK브로드밴드는 지난달 말 하나TV로 시작한 Btv의 출시 10주년을 기념해, 내부 행사를 열기도 했다.
10년 전 당시 하나TV는 원하는 콘텐츠를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는 ‘TV포털’이라는 콘셉트로 등장했다. 지상파 방송사 및 영화사 등 총 200여 개사에서 총 7만여 편의 콘텐츠를 확보해, 서비스 1년 만에 50만 명의 가입자를 유치하는 등 큰 관심을 받았다.
이후 IPTV 3사와 디지털케이블TV를 통해 VOD 서비스가 본격 도입되면서 VOD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크게 확산됐다. 하지만 VOD 이용에 대한 소비자 인식이 높아지고 유료 결제 사용자가 늘어나는데는 시간이 좀 더 걸렸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 조사(VOD시청자 동영상 콘텐츠 소비 보고서)에 따르면 3일에 한 번 이상 VOD를 이용한 사람의 비율은 2011년까지 5%에 불과했다. 그 숫치가 꾸준히 증가해 2014년엔 약 20%까지 늘었다.
VOD 시장이 본격적으로 성장한 것도 최근 3~4년 사이 일이다. 2011년 1천948억에 불과하던 VOD 시장은 2013년 4억331억 규모로 껑충 뛰었고 지난해는 6천508억 규모까지 성장했다.
■ 유료방송-콘텐츠 제작사 VOD로 함께 성장
유료방송 기본료가 수 년째 1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급격히 성장하고 있는 VOD 시장은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금맥이나 다름 없다. 이제는 고객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단순한 부가서비스를 넘어 가장 중요한 수익 창출 창구로 자리잡았다.
실제 최근 발표된 '2015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유료방송사업자들의 기본료 매출은 전년 대비 3.7% 증가하는데 그쳤지만, VOD 매출은 13.5%나 증가했다. 방송수신료 매출에서 VOD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도 크게 늘어나 지난 2011년 10.0%였던 것이 2015년에는 23.3%까지 확대됐다.
영화 제작사와 방송사에게도 VOD는 중요한 콘텐츠 유통시장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TV VOD 영화 순위 1위를 차지한 ‘베테랑’은 95만 건의 이용건수를 기록했고 2위 쥬라기 월드와 3위 암살도 각각 70만 건을 기록했다. 극장에서 별로 흥행하지 못한 영화도 TV VOD를 통해 패자부활의 기회를 얻는 경우도 생기고 있다. 영화 간신의 경우 극장 관객은 약 110만 명에 그쳤으나, VOD 이용건수는 50만 건 이상을 기록하기도 했다. 최근엔 극장 개봉과 동시에 TV VOD를 통해 공개하거나, TV VOD에서만 유통하기 위해 콘텐츠를 수입해 오는 경우도 많아지고 있다.
최근 광고 매출 감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상파 방송사들도 VOD를 포함한 방송프로그램 판매 매출은 증가 추세에 있다. 특히 2013년 9월부터 지상파 프로그램 VOD 홀드백 기간(프로그램이 무료 VOD로 제공되기까지 기간)을 1주에서 3주로 변경한 후 월정액 상품(PPM)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가 높아진 것이 매출 성장에 영향을 줬다는 평가가 많다. 소비자들이 건당 1천500원인 VOD를 약 10편 시청할 가격(1만3천원) 이면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월정액 상품이 더 경제적이라고 받아들여 PPM 결제가 늘었고, 단가 높은 상품을 판매하게된 방송사들의 수익도 늘었다는 분석이다.
■ 콘텐츠 소비에도 영향…’불법 콘텐츠 유통 줄고, 시청 행태도 변화'
TV VOD 시장의 활성화는 콘텐츠 소비 문화와 방식에도 영향을 미쳤다.
TV에서 대부분의 개봉 영화와 방송 프로그램 VOD를 손쉽게 볼 수 있게 되면서, 번거롭고 바이러스 감염 등의 위험부담이 있는 불법 다운로드가 줄어들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IPTV 3사의 경우 3사 각각 15만~20만 편의 VOD를 보유하고 있고 최근엔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 소비자들의 볼 거리가 더욱 늘었다. 해외 시리즈물, 인기 애니메이션, 멀티채널네트워크(MCN) 콘텐츠를 독점 공급하기도 하고 자체제작 콘텐츠도 제작하고 있다.
관련기사
- 미래부, 케이블TV 종합대책...어떤 내용 담길까?2016.08.04
- 짜증나는 VOD광고...건너뛰기 가능해질까?2016.08.04
- IPTV '폭풍성장' vs 케이블TV '끝없는 추락'2016.08.04
- TV VOD 1인당 월평균 97분 시청2016.08.04
한국저작권단체연합회는 2015 저작권 연차보고서에서 영화 콘텐츠의 경우 IPTV와 온라인 VOD 시장이 활성화되는 등 합법적인 콘텐츠 구매 환경이 확산되면서 합법저작물 시장 침해량이 전년 대비 4.2%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단 방송 콘텐츠의 경우 매회 실시간 방송이 불법 복제돼 스트리밍 사이트를 통해 유통되는 현상은 아직 줄어들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청자들의 방송 시청 행태도 실시간에서 비실시간으로 이동하고 있다. 최근 KISDI의 TV VOD 이용실태 조사에 따르면 개인 당 월평균 97분, 가구별 월평균 158분 씩 VOD를 시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행태 변화는 광고시장에도 영향을 줬다. 나스미디어에 따르면 IPTV의 VOD 광고는 2013년 400억원 규모에서 2015년 약 900억 수준까지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