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 표준을 둘러싼 공방이 해결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표준은 정해졌지만 논란이 됐던 콘텐츠 암호화 문제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았다.
지상파 방송사와 TV 제조사간의 협의 사항으로 미뤄놨기 때문이다. 게다가 방송사와 제조사들은 UHD TV 수상기에 안테나를 내장하는 문제를 놓고도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에 따라 내년 2월 세계 최초로 지상파 UHD 방송을 도입한다는 일정에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 고개를 들고 있다.
■UHD 암호화, 논란 여전
미래창조과학부는 26일 국내 지상파 UHD 표준방식을 담은 ‘방송표준방식 및 방송업무용 무선설비 기술기준’(이하 고시) 고시 개정을 추진한다고 행정예고했다.
고시에 따르면 논란이 됐던 콘텐츠 암호화는 사업자간 협의 사항으로 남았다. 콘텐츠 보호기술은 지상파와 제조사가 협의를 거쳐 시청자가 방송을 시청하는데 제약이 없도록 조치가 이뤄진 후에만 도입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콘텐츠 보호란 방송사가 콘텐츠를 암호화한 상태로 송출하고 암호화 해독 장치(소프트웨어)가 탑제된 TV에서만 수신할 수 있게 하는 개념이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불법으로 방송을 녹화해 상업적으로 이용하려는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 UHD 도입시 콘텐츠 보호 기술이 적용돼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TV 제조사들은 콘텐츠 보호기술을 적용할 경우, 정합성 테스트 등에 따른 개발기간이 소요돼 UHD 본방송에 맞춰 TV를 생산하는데 어려움이 따르고, 유지보수 문제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반대입장을 나타내고 있다. 또 이미 TV에 불법 콘텐츠 유통을 막기위한 디지털 콘텐츠 저작권 보호 기술(DRM)이 탑재되어 있고, 암호화를 적용하더라도 불법 복제를 막을 수 있는 것도 아니라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입장이다.
정부도 TV제조사가 지상파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암호화 수용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기조다.
미래부 관계자는 “방송을 암호화해서 송출하더라도 수신단(TV)에서 암호화를 풀 수 있는 모듈이 없으면 방송을 볼 수 없기 때문에 암호화 문제는 지상파와 TV제조사간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라면서 “수신단(TV제조사)에서 콘텐츠 암호화 도입에 합의 하지 않았는데, 정부가 이를 고시로 강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정부는 시장의 원리에 따라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틀을 마련하는 역할을 할뿐”이라며 콘텐츠 암호화 문제에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은 배경을 설명했다.
■UHD 안테나 내장..."재주는 제조사가, 실속은 지상파가?"
지상파 직접 수신율을 높이기 위해 UHD TV에 안테나가 장착돼야 한다는 지상파 측 요구도 지상파UHD 상용화를 앞두고 풀어야할 숙제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안테나가 장착돼야 시청자들이 지상파 방송을 무료 보편적으로 시청할 수 있는 환경이 확보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TV제조사들은 지상파 방송사가 해결해야할 직접수신율 개선에 들어가는 부담을 사실상 제조사에 떠넘기는 것으로 보고 반발하고 있다. 특히 직접 수신율이 현재 10%도 안되는 상황에서 소수의 사용자를 위해 모든 TV에 안테나 장작을 고려하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안테나를 내장하면 제조 단가가 올라가고, TV 디자인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쉽게 양보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안테나 장착 문제도 사업자간 협의로 해결될 수 밖에 없어 난항이 예상된다. 수신 환경 개선은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현안이지만, 방통위는 안테나 문제를 정부에서 강요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고 보고 중재에만 나선다는 입장이다.
■ 내년 2월 지상파UHD 방송 차질?
업계에서는 콘텐츠 암호화, 안테나 장착 문제로 지상파방송사와 TV제조사간 팽팽한 힘겨루기가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자칫 내년 2월로 예정된 지상파UHD 본방송 도입에 차질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 TV제조사들은 “지상파 방송사들이 요구하는 콘텐츠 암호화, 안테나 장착을 적용할 경우 내년 2월까지 UHD TV를 출시하는 것은 현재로서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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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지상파 방송사가 암호화해 방송을 송출했을 때 시중에 판매되고 있는 UHD TV에서 방송을 수신할 수 없는 사태가 벌어질 수도 있다. 세계 최초 지상파UHD 상용화라는 타이틀이 허울좋은 구호로 그칠 가능성도 크다는 것이다.
이같은 우려에 대해, 미래부 관계자는 “내년 2월 UHD 방송을 시작하는데 암호화 문제는 아주 핵심사항이 아니다”며 “협의가 되지 않았는데 지상파 방송사가 콘텐츠를 암호화해서 보내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