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정현정 기자)좋은 생활가전 제품은 에너지 효율이 높고 소음과 진동이 적어야 한다. 또 오랫동안 사용할 수 있는 내구성도 갖춰야 한다. 생활가전에 있어 모터와 컴프레서는 인간의 심장 또는 자동차의 엔진에 비유된다. 생활가전 제품이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가전의 성능과 수명을 결정짓는 모터와 컴프레서 기술력이 반드시 필요한 이유다.
LG전자는 생활가전 핵심부품인 모터와 컴프레서 생산에 55년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 그동안 축적된 기술력에 표준 규격 보다 훨씬 가혹한 환경에서 수십만회 진행되는 품질 테스트도 품질 경쟁력에 원천이다. LG전자는 이같은 자신감을 바탕으로 업계 최초로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와 세탁기에 탑재되는 DD모터에 대해 10년 무상보증을 시행하고 있다.
LG전자 생활가전 컨트롤타워가 위치한 경상남도 창원시. LG전자는 창원시 성산구 가음정동과 성산동에 각각 1공장과 2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1976년 설립된 창원 1공장은 연면적 28만 제곱미터 규모로, 냉장고, 정수기, 컴프레서 등을, 1987년부터 가동을 시작한 연면적 52만6천 제곱미터의 2공장에서는 세탁기, 에어컨, 청소기, 모터,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LG전자가 올해 2월 지역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창원시로부터 부여 받은 명예도로인 'LG전자로(路)'를 지나 창원1공장에 들어서면 수십 대의 컨테이너 차량, 한창 건설중인 20층 규모의 창원R&D센터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LG전자는 내년 말까지 창원R&D센터, 직원 생활관 등을 신축하기 위해 약 2천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LG전자는 핵심부품에서 완제품까지 H&A사업본부 내에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있다. 전 세계 종합 가전 업체 가운데 모터, 컴프레서 등 부품 사업을 직접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기술이나 투자가 장기간 축적돼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쉽게 사업에 나서기는 힘든 분야다.
창원공장에서는 생활가전 완제품 뿐만 아니라 핵심부품을 개발하고 생산이 함께 이뤄진다. 창원 2공장에서 모터를 생산해 같은 공장에서 세탁기, 건조기, 식기세척기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에 바로 공급하고 있다. 1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냉장고와 정수기에 공급하고, 2공장에서 생산된 컴프레서는 같은 공장의 에어컨 생산라인에 투입된다. 부품과 완제품 간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최적의 품질과 고성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다.
LG전자는 창원 2공장 C동에서 세탁기, 식기세척기, 건조기 등에 들어가는 모터와, 에어컨, 냉장고에 탑재되는 컴프레서용 모터 등을 생산하고 있다. 자석과 코일로 이뤄진 모터는 코일 감기, 코일 연결, 검사 등 크게 3단계를 거쳐 완성된다. 모터의 경우 많은 양의 코일을 균일하게 감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마치 물레를 곱게 짜는 것과 같다. 총 11개의 생산라인은 생산품목에 따라 공정 방식, 라인 길이 등이 다르다. 라인 길이는 짧게는 10m, 길게는 50m다.
공장 입구에서 가장 가까운 라인은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용 모터를 생산하고 있다. 코일을 감는 설비 10여 대가 컨베이어 벨트 위 모터들의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며 천천히 흘려 보낸다. 코일을 감는 설비 옆에는 무게가 200kg이 넘는 코일 통이 있다.
총 11개 라인 중 3개 라인에서 세탁기용 DD모터가 생산된다. 창원공장에서 생산되는 모터 가운데 DD모터가 30% 이상으로 가장 많다. DD모터 라인에서는 다른 라인과 달리 5대의 로봇이 분주하게 모터를 옮기고 있다. 코일을 감는 공정도 위쪽과 아래쪽 두 방향에서 동시에 이뤄져 6초에 DD모터 1대씩 생산된다.
생산라인 옆에 있는 신뢰성 실험실에서는 다양한 모터들이 품질테스트를 받고 있다. 작업자들은 에너지 효율 측정을 비롯해 소음, 진동, 수명 등을 실험한다. 국가별 표준 규격보다 더 가혹한 조건에서 실험하고 있다는 게 LG전자의 설명이다.
이 곳에서는 코드제로 싸이킹의 2세대 스마트 인버터 모터 100여대가 전원을 켜고 끄기를 수 천 회 반복하고 있었다. 이 모터는 흡입력이 205W(와트)로 무선청소기용 모터 가운데 세계 최고 수준이다. 바로 옆에는 DD모터가 심하게 흔들리는 둥근 판 위에 고정된 채 진동 실험이 진행되고 있었다. 격렬한 흔들림에도 정상적으로 작동하는지를 확인하는 과정이다. DD모터는 이 실험에서 단 한 번도 실패한 적이 없다고 현장 관계자는 전했다.
냉장고, 에어컨, 정수기 등에 사용되는 컴프레서용 모터는 창원 2공장에서 생산된 후, 창원 1공장 B1동에 있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으로 이동된다. LG전자는 B1동 2층의 3개 라인에서 냉장고용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냉장고와 정수기에 사용되는 소형 컴프레서, 일반 컴프레서 등을 생산하고 있다. 품목에 따라 다르지만 짧게는 3초에 컴프레서 1개씩 만들어진다.
맨 안쪽 위치한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 생산라인에서는 70m 라인을 통과하면서 조립, 용접 등 총 10개의 공정을 거쳐 제품이 완성된다.
모터 생산라인에서 만들어진 리니어 모터는 컴프레서 생산라인에 투입되면 가장 먼저 코어와 체결된다. 코어는 모터에 전기를 흘려 보내주는 전자석으로 철심처럼 생겼다. 자동화 설비는 리니어 모터의 영구자석과 전자석 간의 간격인 '에어갭(Air gap)'을 최소화해 더 작은 전류를 만들어내 컴프레서 성능을 높여준다.
리니어 모터는 직선운동을 하기 때문에 가로 방향의 길다란 형태로 피스톤과 4쌍의 스프링을 연결한다. 탄성력이 높은 스프링을 균형이 유지된 상태에서 체결하는 것이 모터의 효율을 높이는 데 중요하다.
크기, 형태 등이 다른 컴프레서들은 제조 공정이 모두 끝난 후 뒤쪽의 검사실로 모인다. 작업자들은 모든 컴프레서에 대해 진동, 소음 검사를 거친 후 냉매 유출 여부를 검사하기 위해 컴프레서 내부에 공기를 투입한 후 대형 수조에 넣어 기포가 생기는지 확인한다.
이후 컴프레서는 전용 승강기를 이용해 2층에서 1층으로 이동하고 검사 공정까지 완료한 후에 냉장고, 정수기, 에어컨 등을 만드는 생산라인으로 옮겨진다.
B1동 건물 앞쪽의 신뢰성 실험동에서는 'R-134a' 냉매를 적용한 냉장고용 컴프레서를 테스트하고 있다. R-134a 냉매는 주로 미국에 판매되는 냉장고에 쓰이는 냉매다. 이 곳에서는 작은 서랍 구조의 300여 개 설비가 컴프레서 하나하나를 가혹 조건에서 테스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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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는 인버터 리니어 컴프레서에 대해 10년 무상보증을 하는 만큼, 전원을 켜고 끄는 것도 수십만 회 반복한다. 압력과 부하를 높여 부품의 마모가 생기는지를 확인하고, 영하의 극한 조건에서도 냉매가 정상적으로 순환하는지 등을 테스트한다. 컴프레서에 연결되는 부분에 수박만한 얼음이 생길 정도다.
노태영 LG전자 컴프BD 담당 상무는 "모터와 컴프레서는 생활가전의 심장이자 핵심 경쟁력"이라며 "세계 프리미엄 가전 시장을 선도하는 배경에는 핵심부품에 대한 꾸준한 투자가 자리잡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