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는 경제나 제도 그리고 문화 등 사회 전반에 걸쳐 아직까지도 산업화 시대의 풍습에 지나치게 얽매어 있다. 이 모든 게 4차 산업혁명의 걸림돌이다. 산업화 시대의 마지막 유물을 깨야 한다. 의식혁명이 절실한 단계다.”
지디넷코리아가 지난 18일 오후 서울 한 호텔에서 ‘한국형 4차 산업혁명 어떻게 준비해야 하나: ‘C-뉴딜’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마련한 미래전략 특별좌담회에 참석한 패널들은 혁명적 변화가 요구된다는 데 일치된 의견을 보였다.
이날 좌담회에는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현대원 대통령비서실 미래수석,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김진형 KAIST 교수 등이 패널로 참여했고 본지 김경묵 대표가 사회를 맡았다. 2시간 넘게 격의 없는 토론이 진행됐다.
패널들은 4차 산업혁명의 경우 기존 1, 2, 3차 산업혁명과 달리 산업구조를 재편하는 산업혁명인 동시에 인간의 의식적인 행위가 중요한 사회혁명이기도 하다는 지디넷코리아의 문제 의식에 대부분 동의했다. 이들은 또 지디넷코리아가 한국형 모델로 제언한 ‘C-뉴딜’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C-뉴딜은 ‘창조적(Creative)인 한국형(Corea) 뉴딜’의 약어로, 민간이 자발적으로 창의적인 혁신을 할 수 있도록 범국가 차원에서 규제 완화를 골자로 법제도를 혁신하고 미래형 인재 육성을 위한 교육 개혁 등을 통해 새로운 생태계를 만들어가자는 사회운동의 성격을 지닌다.
이날 좌담회는 이를 위한 대강의 전략을 모색하는 토론 위주로 진행됐다.
그 내용을 총 3편으로 나누어 지상 중계한다.
여기에 실린 텍스트는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패널의 진의를 훼손하지 않는 선에서 어느 정도 편집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전체 내용을 담은 동영상도 공개할 예정이다.[편집자주]
■“생산성보다 새로운 가치가 중요한 시대다”
(사회: 김경묵 지디넷코리아 대표. 이하 사회)
우리나라 IT 정책을 책임지는 가장 핫(hot)한 분들이 오셨다. 국가 중요 아젠다이기 때문에 여러분을 모셨다. 지디넷코리아는 지난주 내내 한국형 4차 산업혁명 모델을 찾기 위해 시리즈를 연재했다. 시리즈에서 ‘C-뉴딜’을 제언했다. 구체적인 전략으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전진기지로 활용하자고 제언했다. 찬반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오늘 좌담회에서는 이를 포함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다 해보자.
먼저 지금 왜 4차 산업혁명이 화두가 되고 있는가. 그게 과연 우리에게 목숨을 걸 만큼 절실하고 절박한 과제일까.
(송희경 새누리당 의원. 이하 송 의원)
지난주 포켓몬고가 속초를 뜨겁게 달궜다. 그전에 알파고 열풍도 있었다. 포켓몬고는 증강현실을 이용한 것인데 일본의 닌텐도와 미국의 벤처회사가 만든 것이다. 속초 행 고속버스 티켓이 수십만원이고 민박을 찾기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그에 따른 역기능과 순기능이 있을 수 있는데 이는 나중에 논의하자. 그보다 중요한 것은 증강현실과 내비게이션의 정보를 융합시킴으로써 과거와는 전혀 다른 엄청난 결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다.
이 사건은 4차 산업혁명이 기존 산업혁명과 질적으로 다르다는 점을 상징한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는 생산성 혹은 효율성의 경쟁시대였다. 하지만 이제 그런 경쟁의 시대는 끝났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생산성보다 새로운 효과 혹은 새로운 가치를 찾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졌다는 뜻이다. 세계가 온라인인지 오프라인인지 모르는 혼합된 실제현실인 포켓몬고에 열광하는 이유를 거기서 찾아야 할 것이다.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뀌었고 그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혁명적인 의식개혁이 필요하다. 지금이 그 시점이고 시간을 늦춰서는 안 되는 상황이다.
■“노동과 경제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
(현대원 대통령비서실 미래전략수석, 이하 현 수석)
중요한 포인트를 얘기했다. 4차 산업혁명을 제 버전대로 정의하면 ‘노동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인류의 노동은 그 양태나 속성이 계속 변해왔는데 핵심적인 추세는 기계가 인간의 노동을 대체한다는 점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는 그 대체 범위와 속도가 과거와 비교할 수 없다는 데 특징이 있다. 단순한 노동과 연산은 인간이 할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경제의 본질도 바뀌고 있다. 과거에는 생산성 향상이 핵심이었다. 그것을 통해 부가가치를 확대해왔다. 그러나 이제 경제의 핵심 패러다임은 가치를 높이는 게 아니라 전혀 다른 가치를 창출하는 쪽으로 급격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새로운 가치의 창출은 급속히 발전하는 기술과 인간 창의성의 결합을 통해 만들어진다.
그게 핵심 경쟁력인 시대가 됐고 그 싸움 과정을 제4차 산업혁명이라고 부르는 듯하다.
나라 사이에는 그걸 잘 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경제 전쟁에 돌입한 것이고 그 전쟁의 결과가 나라의 운명을 결정할 것이다.
■“(소문은 안 났지만) 우리도 착실히 준비해왔다”
(최재유 미래창조과학부 제2차관, 이하 최 차관)
미래부가 지난 2014년 7월 대통령을 모시고 '소프트웨어(SW) 중심사회'를 선포한 적이 있는데 그게 사실은 4차 산업혁명을 대비한 준비였다.
미래부는 또 지능정보기술이 앞으로 핵심이 될 것으로 보고 지난해 하반기부터 전략을 준비하고 대비했다. 올 3월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바둑대결을 계기로 지능정보사회를 몸으로 체득하는 계기가 됐다. 구글이 1천억 홍보효과를 봤다고 하는데 그 효과로 국민들이 지능정보기술을 온몸으로 인식하는 계기가 됐다.
그러다보니 이후 미래부가 지능정보산업전략을 발표한 것이 뒷북치는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 이전부터 준비했었던 것이다. 오는 10월에는 지능정보사회 종합 발전전략을 내놓을 계획이다. 사회 각 분야에 SW를 중심으로 한 지능정보기술을 잘 적용하게 하는 것이 핵심이다.
(현 수석)
그 얘기에 조금 보태면 4차 산업혁명이 나오는 동안 우리 정부는 무엇을 하고 있었나 하는 말씀을 많이 하시는데 사실 이는 내용에 대한 부정확한 이해에서 오는 것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을 조금 더 구체적으로 정의하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진화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및 과학기술에 창의성과 감성이 결합해서 신산업을 창출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신산업과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국민들의 삶이 나아지는 것이고 그걸 만드는 과정이 4차 산업혁명인 것이다.
그런데 이 말은 어디서 많이 듣던 얘기 아닌가.
그렇다. 바로 박근혜 대통령이 주창하는 ‘창조경제’다.
우리는 이미 창조경제를 통해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해왔다. SW 중심사회 선포도 그 일환이다.
■“SW중심사회를 만드는 게 4차 산업혁명이다”
(김진형 KAIST 교수, 이하 김 교수)
4차 산업혁명이라고 특별한 것이 아니다. 용어의 성찬이 있겠지만, 결국 핵심은 SW 혁명이다. 그걸 IT 혹은 디지털 혁명이라 할 수도 있고 디지털 사회라고 할 수도 있다. 문제는 SW이고 SW를 이해하는 세상을 만들 수 있는 지가 관건이다.
우리의 경우 IT 시장이 통신 위주로 발전해왔다. 그래서 IT 전문가는 물론이고 사회 전반적으로 SW의 본질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나라다. SW를 알고 그 생태계를 키우는 방안을 진실로 고민해야 하는데 이에 동의하지 않는 세력도 적지 않다.
결국 SW가 인간의 삶에 변화를 줄 것이고 그 경쟁력을 가진 나라가 더 부강해질 것이다.
2013년 타임지가 커버스토리에 ‘구글이 죽음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고 썼는데 생명과학회사도 의료회사도 아닌 구글에 왜 이런 질문을 던졌을 지 생각해봐야 한다.
이 질문을 고민하는 것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SW 중심사회를 진짜 제대로 건설해야 할 이유가 충분하다.
(송 의원)
용어는 관점에 따라 다양하게 부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4차 산업혁명이라는 용어를 쓰는 것은 그 급박성과 보편성을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하면 될 듯하다. 중요한 것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경제의 패러다임이 급변했고 지금 우리 경제 또한 ‘골든타임’을 지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사회 전반의 개혁을 위해서는 4차 산업혁명이란 용어가 적절하다고 생각한다.
(사회)
초반부터 토론이 열띤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의 중요성 그리고 긴박성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하는 것 같다. 그렇다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우리의 강점과 약점은 뭘까.
■“2등은 수익 내기 어려운 세상이 오고 있다”
(김 교수)
약점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SW, 지식, 과학기술에 대한 기본 체력이 아직 약하다는 점이다. 생태계도 아직 약하다. 하드웨어는 값을 지불하는데 SW와 지식은 공짜라는 인식이 여전하다. 사회가 근본적으로 바뀌어야 할 부분이다. 또 세상은 변하는데 사회 문화 전반이 낡은 산업사회의 제도와 관행에 묶여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변화의 속도가 느리다. 낡은 관행과 기득권 세력 때문이다. 새로운 변화를 받아들일 수 없도록 만드는 제약 요소가 많고 그래서 역동성이 떨어진다.
강점은 개개인의 창의력이 있고 신바람이 나면 엄청난 일들을 벌이는 민족이라는 점이다. 요즘은 다소 약해지기는 했지만 공동체 의식도 강점이다. IT 인프라가 하드웨어 중심이기는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비교적 잘 돼 있다. 삼성 같은 능력 있는 대기업도 있다. 그나마 상당히 준비가 돼 있는 사회다.
우리는 산업사회 끝자락에서 성공했다. 그런데 이제 새로운 시대가 왔다. 이번 경쟁은 진검승부다. 산업사회에서는 현대자동차처럼 세계 5등도 수익을 내고 살 수 있지만 SW가 중심인 미래 사회에서 2등은 수익 내기가 어렵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최 차관)
2000년대 초반 지식정보산업과장이었다. 그 때는 SW 저작권 보호를 위해 노력했었다. 공짜로 생각하고 복제해서 쓰는 게 거의 70%에 육박했다. 매년 미국으로부터 저작권보호를 강화하라는 통상압력을 받았다. 대검찰청과 협력해 불법복제를 단속할 수 있는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받았다. 그래서 지금은 많이 좋아졌다. SW의 가치를 인정하는 것이 많이 확산됐다. 그래도 SW 서비스가 공짜라는 인식은 더 개선될 필요가 있다.
SW 중심의 4차 산업혁명을 성공시키려면 지금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지식재산의 가치를 인정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국가적 책무라고 생각한다.
10월에 ‘지능정보사회 종합대책’을 내놓을 계획이고, 여기에는 인력양성계획, R&D를 통한 기술개발도 포함된다. 교육, 의료, 산업 분야에 어떻게 활용해야 하는지, 어떤 제도를 가져갈 것인지를 담아서 발표를 할 것이다. 그동안 정부가 주도를 많이 해 왔지만 4차 산업혁명에서는 민간이 중요한 시대가 됐다.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민간의 창의력이 솟아날 수 있는 정책을 담아야 할 것으로 본다.
■“4차 산업혁명은 기술 못잖게 의식 개혁도 중요하다”
(사회)
개인적으로는 4차 산업혁명은 기술혁명이기도 하지만 의식혁명이 뒤따르지 않으면 힘들다고 본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정치권에서 미래비전을 선점하기 위해 치열하게 경쟁할 것 같다. 최근 국회에서 여야가 힘을 합쳐 4차 산업혁명포럼을 발족해 협치의 상징으로 주목을 받기도 했는데 현재 국회 열기는 어느 정도이고 어떤 논의가 이뤄지고 있나.
(송 의원)
열기가 엄청 뜨거워진 것 같다. 4차 산업혁명을 정의하는 프레임은 다르지만 뭔가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는 충분해보인다. 국회에 58개 연구단체가 등록돼 있는데 이 중 9개 정도가 4차 산업혁명 아젠다를 다룬다. 여야가 전부 참여하는 미래일자리특위도 있는데 이것또한 4차 산업혁명과 무관치 않다. 새누리당 자체도 미래특위라는 게 있는데 여기서도 비슷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나라 경제를 살리는 문제에 고민이 깊은 곳이라면 이를 논의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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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요한 것은 내수시장이다. 성공사례를 만드는 게 절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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