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10개월만에 유료화 나선 웹RTC 전문 벤처 '구루미'

다국적 IT업체 뛰어든 웹기술 분야서 수익화 주목

컴퓨팅입력 :2016/07/18 16:48    수정: 2016/07/19 13:20

영상협업 전문 신생 벤처 '구루미(gooroomee)'가 동명의 영상 커뮤니케이션 서비스에 유료 구성을 더했다. 기술력을 통한 차별화에 초점을 맞춘 한국 스타트업이 글로벌 IT거인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웹RTC(WebRTC) 표준 분야에서 수익화에 나선 사례이어서 눈길을 끈다.

구루미는 사람들이 '온라인 회의실'을 만들어 고화질 다대다 화상회의와 문서 공유로 협업할 수 있게 해 주는 서비스다. 주된 기능은 별도 프로그램 설치나 장비 구축 없이 카메라가 달린 컴퓨터의 웹브라우저 하나만 있으면 작동한다. 지난해 12월 서울 삼성동에서 열린 'W3C HTML5 컨퍼런스'를 통해 공식 소개됐다.

구루미를 서비스하는 '회사' 구루미는 올해 설립 2년차를 맞은 신생 벤처다. 창업자인 이랑혁 구루미 대표는 지난해 9월 회사를 차렸다고 밝혔으니, 회사 운영 기간은 만 1년도 안 되는 셈. 이 대표는 작년말 컨퍼런스 참가를 앞두고 이를 예고하는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컨퍼런스 당일 현장에서 서비스 소개 부스를 운영한 것 외에 별다른 홍보를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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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측은 이달 첫날부터 '구루미 영상커뮤니케이션 유료 서비스'를 시작했다. 유료 사용자들은 문서공유, 화면공유, 6명 이상 입장, 최다 64자의 영상 레이아웃 기능을 쓸 수 있다. 로고 변경, 라이브 방송, 상설 미팅룸 유지시간 설정, 지난 미팅 이력 보기도 된다. 무료 사용자도 문서공유, 화면공유, 라이브방송 기능을 쓸 수 있으나 최다 5명 입장, 최다 5자 영상 레이아웃, 상설 미팅룸 1시간 유지라는 제약을 받는다.

구루미가 2016년 7월 1일부터 웹RTC 표준 기반 다자간 영상회의 서비스에 유료 구성을 갖췄다. [사진=구루미 공식사이트 캡처]

구루미가 7개월간 무료로 운영한 화상회의 서비스의 누적 집계를 보면 회의와 교육을 위한 미팅룸이 약 8천700여개(월평균 1천200여개) 생성된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 측은 양적인 사용자 확충보다는 소규모라 하더라도 충성도가 높은 고객층을 확보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다.

■신흥 웹표준 '웹RTC' 전문 기술벤처 구루미

구루미 서비스는 웹RTC라는 최신 웹표준 기술을 응용해 개발됐다. 국외에선 실시간 영상 협업 솔루션과 서비스 제품을 보유한 다국적 IT업체와 각국 통신사 및 통신장비 제조사들이 이 기술에 적극 투자하면서 그 이름값을 띄우고 있다.

웹RTC 표준 관련 국내 업계의 관심도는 상대적으로 낮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모질라, 애플 등 주요 브라우저 개발사 모두 웹RTC 지원을 예고했다. PC와 모바일 기기를 비롯한 모든 브라우저 사용자가 그 영향권에 놓여 있다는 얘기다.

웹RTC는 글로벌 영상회의 솔루션업체 폴리콤이 인정한 브라우저 기반 협업 환경의 기반 역할을 할 기술일 뿐아니라 페이스북이 어도비 플래시를 대신해 파일공유 서비스에 투입한 기술이기도 하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몇년 전부터 영상전화 서비스 스카이프에 웹RTC 기술을 녹이려 애쓰는 중이고 애플 역시 자사 브라우저에 웹RTC 표준을 수용하기로 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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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장비업체 에릭슨, 한국 SK텔레콤, 미국 AT&T 등 통신사들은 개발자들이 자사 통신망을 활용해 여러 단말 환경에 호환 가능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도록 웹RTC 개발 관련 도구를 제공하고 있다. 기업용 네트워크 장비 시장의 거인 시스코시스템즈 역시 협업솔루션 강화를 위해 관련 소프트웨어 업체를 인수함으로써 기술 확보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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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립 10개월만에 유료서비스 시작한 이유

구루미는 국내서 찾아보기 어려운 웹표준 기술 중심 벤처로 기술적 차별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 뿐아니라, 설립한지 1년도 안 된 시점에 비교적 이르게 수익화에 나섰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유료 서비스를 내놓은 배경을 들어 봤다. 거칠게 요약하면 서비스 개선에 도움이 될만한 정보와 고객 반응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지난해 12월 W3C HTML5 컨퍼런스 현장에서 운영된 구루미 시연 부스와 이랑혁 대표(왼쪽에서 2번째). [사진=구루미 https://gooroomee.com/ ]

이랑혁 구루미 창립자 겸 대표는 "무료 사용자들 중 서비스 유료화를 빨리 진행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다"며 "고민 끝에 7월 1일부터 무료와 유료 기능을 구분해 제공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그는 이 조치에 대해 "전면 유료화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사용자 요청에 따라 유료 서비스 구성을 갖추긴 했지만, 기존 무료 서비스를 없애려는 의도가 아니라는 뜻이다.

그는 또다른 서비스 유료화 사유로 "서비스 운영 품질과 기술 개선을 위해 사용자들로부터 상세하고 정확한 고품질 피드백을 받고 싶었다"는 점도 언급했다. 구루미 무료 서비스에 접속한 수만대 기기의 사용자들로부터 그간 '서비스가 좋다'든지 '편리하다'는 등의 단순 칭찬은 많이 들어 왔지만, 기술 기업에 필요한 분석적 피드백을 모으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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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는 금물이다. 구루미가 유료 서비스 1차 목적을 고퀄 피드백 확보에 뒀다 해서 사업 수익성 자체를 뒷전에 놨다는 얘긴 아니다. 현재 구루미는 아직 투자 유치 계획을 구체화하지 않았다. 이 대표가 향후 신생 벤처 창업자로서 투자자들 앞에 나서더라도 당장 일정 규모의 무료 사용자 기반을 갖췄다는 점과 유료 서비스를 통해 적게나마 수익을 내고 있다는 점은 향후 성장성과 독립성에 중요한 요소가 될 수 있다.

구루미는 개인 및 기업 사용자들에게 모두 제공하는 웹RTC 기반 영상회의 및 협업서비스뿐아니라, 이런 시스템을 기업에서 자체 구축할 수 있는 실시간 공유 솔루션 '구루미S3(Smart Share Server)' 공유서버를 보유 제품으로 소개하고 있다. 내부에서 필요하다면 기존 국내 화상회의 및 원격협업 솔루션 시장을 겨냥해 이를 상용화하는 방식의 B2B 사업도 고려할 수 있을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