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총수 지배력 강화...내부지분율 상승

롯데 증가폭 가장 커...순환출자도 가장 복잡

디지털경제입력 :2016/07/07 15:48    수정: 2016/07/07 16:18

정기수 기자

대기업의 총수 지배력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의 내부지분율은 1년 전보다 상승했지만, 정작 총수 및 총수 일가가 보유한 주식 수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와 그 일가가 적은 지분으로 더 막강한 지배력을 행사하는 구조가 더 공고해진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가 7일 공개한 '65개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대기업집단)의 주식 소유 현황' 분석 결과에 따르면. 지난 4월 기준 총수가 있는 45개 대기업 집단의 내부 지분율이 57.3%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내부 지분율(55.2%)보다 2.1%P 늘어난 수치다.

구체적으로는 계열사 지분율은 50.6%, 임원 등 기타 2.6%, 총수 2.1%, 친족 2.0%였다. 총수일가 지분율은 4.1%로 전년 대비 0.2%P 하락한 반면, 계열사 지분율은 2.1%P 상승했다. 특히 롯데의 내부지분율 증가 폭이 가장 컸다. 롯데의 내부지분율 83.3%로 전년 대비 21.3%P나 급증했다.

(표=공정거래위원회)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가 해외 계열회사의 국내계열회사 소유지분을 '내부지분'으로 정정함에 따라 전체 내부지분율이 크게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롯데는 올 2월 이른바 '신동주-신동빈'의 형제의 난이 불거지면서 16곳의 해외 계열사가 11곳의 국내 계열사가 출자한 사실이 드러났다.

상위 10대 기업으로 대상을 좁히면 이같은 경향이 더 심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총수가 있는 상위 10대 대기업 집단의 내부지분율은 57.6%로 1년 전보다 4.0%P 높아져 지난 1996년 이후 가장 높았다. 10대 대기업 내부지분율은 2012년 55.7%로 정점을 찍은 뒤 2013년 52.9%, 2014년 52.5%, 2015년 53.6%로 등락을 반복하다 올 들어 급증했다.

구체적으로 보면 총수(0.9%) 및 총수일가(1.7%)가 가진 지분율은 2.6%로 0.1%P 감소했으나 계열사 지분율은 54.9%로 4.3%P 올랐다. 총수 지분율은 2014년 이후 1% 미만으로 내려가고 총수일가 지분율도 2007년 이후 하락 추세인 반면, 계열사 내부지분율은 50%대 중반까지 치솟았다.

재계 관계자는 "대기업 집단의 외형이 커지면서 얼마 되지 않은 총수일가의 지분율로는 지배구조를 유지하기 힘들다"면서 "우회적으로 계열사라는 고리를 통해 그룹 전체를 지배하는 왜곡된 구조가 심회되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낮은 대기업은 금호아시아나(0.3%), SK(0.4%), 하림(0.8%), 현대중공업(0.9%)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총수일가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은 한국타이어(42.6%), 중흥건설(33.7%), KCC(28.3%), 동부·부영(26.8%)의 순이었다.

계열사 지분율이 높은 대기업은 이랜드(82.4%), 롯데(80.7%), 신세계(70.4%), 현대중공업(69.6%) 등으로 나타났다. 계열사 지분율이 낮은 대기업집단은 한국타이어(17.8%), 동국제강(21.8%), KCC(22.2%) 등의 순이었다.

총수 없는 대기업의 내부지분율은 11.0%로 전년(20개 집단, 11.3%)보다 0.3%P 감소했다. 전체 대기업집단의 내부지분율은 29.9%로 지난해(61개 집단)보다 0.5%P 상승했다.

순환출자를 보유한 집단은 올 4월 기준 삼성·현대차·롯데·현대중공업·대림·현대백화점·영풍·현대산업개발 등 8곳으로 지난해보다 3곳이 줄었다. 한솔·한진·한라가 순환출자 고리를 모두 해소한 탓이다. 지난해 459개에 달했던 순환출자 고리 수는 94개로 365개 감소했다. 롯데(349개)의 순환출자 고리가 많이 감소했고 삼성(3개), 현대차(2개)도 일부 감소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롯데의 순환출자 감소폭이 가장 컸다"면서도 "롯데의 순환출자 고리는 여전히 전체 대기업의 71.3%에 달할 정도로 가장 복잡한 출자 구조를 지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순환출자 고리가 많은 대기업 집단은 롯데(67개), 삼성·영풍(7개), 현대차·현대산업개발(4개), 현대백화점(3개)의 순이다.

특히 총수가 있는 대기업이 총수 없는 대기업보다 상대적으로 출자구조가 복잡하고, 출자단계도 더 많았다. 총수가 있는 대기업은 수평·방사형 출자 등으로 얽힌 경우가 많아 평균 출자단계가 4.0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가 33.2개에 달했다. 다만 총수있는 대기업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SK, LG 등 19곳은 평균 출자단계가 3.3단계였다.

실제 총수가 있는 대기업 중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지 않은 집단 26곳이 경우 139개 금융보험사를 보유 중이거나 순환출자를 형성하고 있었다. 총수가 없는 대기업은 수직적 출자의 비중이 커 출자구조가 단순해 평균 출자단계가 1.6단계, 평균 계열회사 수는 12개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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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관계자는 "다수 대기업이 금융사를 보유하고 복잡한 출자구조를 보이고 있는 게 현실"이라며 "금산분리를 강화하면서 단순·투명한 소유구조를 유도할 수 있는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간금융지주회사 제도는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사 보유를 허용하되, 금융·비금융간 교차출자를 금지하고 금융 부문이 클 경우 의무적으로 중간금융지주회사를 설치해 금융 건전성 감독 등을 받도록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