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블TV, IPTV사업자들이 정부에 주문형비디오(VOD) 요금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최근 미래창조과학부가 VOD 요금을 낮추는 경우에만 신고제로 규제를 완화해 주겠다고 행정예고한 데 따른 목소리다.
업계는 새로운 VOD 상품을 개발해 빠르게 시장에 선보이기 위해선 완전 신고제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와 한국IPTV방송협회는 각 회원사들로 부터 '유료방송 이용요금 신고대상서비스 제정안 고시'에 대한 의견을 수렴해 7일까지 미래부에 전달할 예정이다.
미래부는 지난달 17일 신고제로 완화되는 유료방송 요금제의 대상을 ▲유료채널 ▲데이터서비스 ▲요금인하에 한해 VOD로 정한다는 내용의 고시를 제정한다고 행정예고했다. 앞서 지난 1월 시청자가 특정 시간과 특정 콘텐츠를 선택해 이용하는 상품의 경우, 정부 승인제에서 신고제로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의 방송법과 IPTV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했다. 이번 고시는 신고제 대상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위해 마련됐다.
유료방송 업계는 선택형 요금제의 신고제 전환을 환영하면서도 일부 제한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특히 가장 중요한 VOD의 경우 기존보다 낮은 요금의 상품을 구성할 때만 신고제를 적용하고 더 높은 요금의 상품 구성일 경우 기존 승인제를 유지하기로 한 점을 아쉬워했다. 해외 VOD 몰아보기 상품이나 UHD 콘텐츠, 극장 동시개봉작 등 가격 단위가 높을 수 밖에 없는 상품을 시장에 발빠르게 내놓는데 걸림돌이 될 것이란 우려다.
IPTV협회 관계자는 “해외 시리즈 같은 경우 한 시즌이 16개 이상 에피소드로 구성되고 시즌도 10개가 넘는 경우도 많은데 10개 시즌을 다 묶은 상품을 만들려면 가격 단위가 커질 수 밖에 없다”며 "지금 같이 승인제를 유지한다면 이런 몰아보기 상품은 여전히 제때 시장에 내놓지 못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계는 현재 승인받은 최저요금보다 더 낮은 상품이 개발되기 어렵다는 점을 들어 행정 예고대로 고시가 제정되면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제기하고 있다. 현행 허가제 안에서도 VOD요금이 100원부터 2만원(편당 결제해 보는 PPV 상품의 경우)같이 ‘범위’안에서 결정하게 되어 있다. 과연 사업자들이 100원 이하의 상품을 개발해 신고제의 헤택을 볼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다.
이 관계자는 “현재 승인받은 최저 요금보다 낮은 가격으로 상품을 개발할 가능성이 없는데 가격 인하의 경우에만 신고제를 적용한다면 아무 의미 없는 제도 개선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고제 전환하면 VOD 가격 오를까?
미래부는 유료방송 시장에서 VOD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는 추세에 따라 VOD 정책은 신중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3일 개최된 유료방송 요금규제 완화 토론회에서 손지윤 미래부 뉴미디어과 과장은 "시청자들의 시청형태가 VOD로 옮겨가고 있는 과정이기 때문에 단순한 부가서비스로만 보기 어렵다”며 "이 이슈가 유료방송 전체에 있어서도 장기적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보고 조심스럽게 접근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번 고시에서 요금을 낮추는 경우에만 신고제로 전환하기로 한 것도 혹시 모를 VOD요금 인상의 우려를 원천차단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미래부관 박철환 사무관은 “유료방송 요금 신고제가 처음 도입되는 것인 만큼 인상 우려가 있는 VOD에 대해선 제한을 뒀다”며 “선택형 상품 중 VOD가 주력 상품인 만큼 사업자들에게 규제 완화의 체감은 덜하겠지만 VOD는 향후 시장상황을 보면서 검토해 나가야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래부가 우려하고 있는 요금 인상에 대해 유료방송업계는 케이블TV, IPTV 이외에도 VOD서비스를 접할 수 있는 경쟁 플랫폼이 많은 환경에서 지나친 우려라고 반박하고 있다. 넷플릭스, 왓차, 푹 등 경쟁 플랫폼과의 가격경쟁력에서 차이가 발생하면 안되기 때문에 VOD요금이 신고제로 바뀐다 해도 유료방송 사업자들이 함부로 VOD 가격을 올리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유료방송업계는 가격인상 문제가 우려된다면 독점적 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지상파 등 일부 콘텐츠에 대해서만 승인제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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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토론회에서 아주대 김성환 교수 역시 "콘텐츠 제작사가 가격을 설정하는 구조이므로 플랫폼간 경쟁이 아니라 콘텐츠 지배력에 대한 평가가 있어야 한다”며 "콘텐츠 지배력에 대한 영향이 없을 만한 VOD는 풀어주고 지상파 같이 지배력이 우려되는 상품에 대해서는 규제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IPTV협회 관계자는 "지상파 등 일부 독점적 가격 결정권을 행사할 수 있는 콘텐츠에 대한 신고제 전환을 유보하고 그 외 모든 VOD 콘텐츠에 대해서는 자유로운 신고제 전환을 실시해 시청자의 편익 증대 및 다양한 콘텐츠의 시청 접근 가능성 증대를 이끌어 낼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