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모델 3', 장거리 전기차 경쟁에 불 붙이다

[상반기 자동차 결산 ①] '모델 3' 공개 이후 전기차 경쟁 치열

홈&모바일입력 :2016/06/22 08:53

올 상반기 하이브리드, 순수 전기차 등을 아우르는 전 세계 친환경차 시장은 격하게 요동쳤다. 이중 가장 돋보였던 차종은 바로 전기차. 주목을 받은 업체는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다.

테슬라는 지난 4월 1일(한국시각) 미국 LA 근교 테슬라 디자인 스튜디오에서 보급형 전기차 '모델 3' 공개행사를 진행했다.

당시 행사는 모델 3의 일부분을 공개하는 성격이었지만,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큰 반향을 일으켰다. 모델 3가 기존에 출시된 모델 S, 모델 X보다 저렴한 3만5천달러에 판매되며, 한번 충전으로 최대 346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성능을 갖췄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에서 구매가 가능한 모델 3는 오는 2017년 말 출시를 위해 미국 내 주요도로에서 최종 담금질에 들어갔다. 북미지역에 우선적으로 판매한 후 순차적으로 유럽, 아시아 지역에 모델 3를 내놓겠다는 것이 테슬라의 목표다.

테슬라 모델 3 (사진=테슬라)

■발등에 불떨어진 기존 완성차 업계

모델 3가 대중에게 공개되자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은 잇달아 장거리 전기차 출시를 위한 출사표를 던졌다.

모델 3 공개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은 업체는 바로 GM이다.

GM은 모델 3 공개보다 더 이른 시점에 쉐보레 '볼트(Bolt) EV'를 공개했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CES 2016에서 공개된 볼트 EV는 3만달러 가격대와 321km 주행거리로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특히 볼트 EV는 LG전자 전장제품과 LG화학 배터리가 탑재돼 국내 기업의 전기차 시너지 효과에 대한 기대감도 커졌다.

하지만 이같은 기대감은 3개월만에 모델 3 때문에 묻히고 말았다. 미국 환경보호청(EPA) 인증을 받은 모델 3의 주행 거리가 볼트 EV보다 약 20km 높게 측정됐기 때문이다. GM의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보였다.

한번 충전으로 최대 321km까지 주행할 수 있고 3만달러 선에서 판매되는 GM 볼트 EV(사진=지디넷코리아)

GM은 테슬라의 모델 3 공개 이후 일주일도 채 지나지 않아 별도의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는 의미다. 간담회에 참석한 GM 엔지니어들은 “올해 말 출시되는 볼트 EV의 주행 가능 거리는 CES 2016 때 발표됐던 200마일보다 높을 것”이라고 밝혔다. 배터리 관련 기술 개발에 전념해 합리적인 가격의 장거리 주행 전기차를 내놓겠다는 계획이다.

현대차도 분주해졌다. 현대차는 이달 말부터 최대 191km 주행가능한 아이오닉 일렉트릭 양산에 들어갔지만, 해당 주행거리는 출시 예정인 볼트 EV와 모델 3에 한참 못미친다. 이 때문에 해외 업체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장거리 전기차 개발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모델 3 열풍이 거세지자 안병기 현대차 연료전지개발실 이사는 미국 자동차 매체 오토블로그를 통해 장거리 전기차 개발 계획을 밝혔다. 그는 “현대차는 오는 2020년 한번 충전으로 250마일(약 4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이오닉 일렉트릭 출시를 계기로 2018년 최대 321km, 2020년 최대 400km까지 주행할 수 있는 전기차를 순차적으로 내놓겠다는 것이다.

아이오닉 일렉트릭(사진=현대차)

현대차는 GM과 마찬가지로 LG화학을 친환경차 개발의 전략적 파트너로 여기고 있다. 아이오닉 하이브리드와 일렉트릭에 활용되는 배터리는 LG화학의 파우치형 배터리이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에너지 밀도가 높아 장거리 주행에 적합한 LG화학 배터리를 활용해 테슬라 등과 경쟁하겠다는 방침이다.

폭스바겐, 아우디, BMW 등 독일차 업체들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디젤게이트 사태로 회사 창립 이후 최대 위기를 겪고 있는 폭스바겐 그룹은 전기차를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핵심으로 바라보고 있다. 마티야스 뮬러 폭스바겐 그룹 회장은 “오는 2025년까지 30종의 순수 전기차를 출시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오는 2025년에는 최소 200만, 최대 300만대의 순수 전기차를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BMW는 기존에 출시된 전기차 'i3'의 주행거리를 늘릴 계획이다. 삼성SDI의 94Ah 배터리 셀 96개를 차량 내부에 탑재시켜 300km대 주행거리를 실현시키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삼성SDI 제주국제전기차엑스포 부스에 전시된 BMW i3 (사진=지디넷코리아)

■하반기, 첨단 사양 경쟁 치열할 듯

올해 상반기에는 모델 3를 계기로 장거리 주행에 대한 자존심 경쟁이 치열했다면, 하반기에는 첨단 기술 경쟁이 뚜렷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중 가장 큰 핵심은 자율주행 기술 경쟁이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의 경우, 하이브리드 사양에 없는 주행 조향 보조 시스템(LKAS)가 탑재됐다. 제네시스 이상의 고급 차량에서만 볼 수 있는 사양이다. 또 자동 긴급제동 시스템(AEB), 어드밴스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ASCC) 등이 탑재됐다. 이 정도 사양이라면 약 12초 동안 손과 발이 개입되지 않는 자율주행을 즐길 수 있다.

현대차 아이오닉 일렉트릭 원격주차용 차량 내부. 차체 스티어링 왼편에는 LKAS 버튼이 자리해있고, 스티어링 휠 오른편에는 ASCC 작동 버튼이 자리했다. (사진=지디넷코리아)

GM은 차량 공유 서비스 업체 리프트와 손잡고 2017년 5월 자율주행이 가능한 볼트 EV 택시 모델을 선보인다. 최근 모델 3 대항마 모델 출시를 선언한 포드도 5조원 이상을 투자해 자율주행 기술이 탑재된 전기차를 출시할 계획이다.

자율주행 기술 뿐만 아니라 원격 조종, 디지털 룸미러 기술 등도 향후 친환경차 시장에 돌풍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볼트 EV의 경우 후방카메라 연동 디지털 룸미러, 스마트폰 연동 블루투스 로우 에너지 등의 기술이 탑재됐다.

후방 카메라 화면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는 캐딜락 CT6 탑재 디지털 룸미러 (사진=캐딜락)

후방카메라 연동 디지털 룸미러의 경우, 일반 룸미러 시야보다 300% 이상 뚜렷한 시야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지난 2월 미국 NHTSA의 사용 허가를 받은 디지털 룸미러는 초보 운전자들의 시야 확보를 도울 수 있는 기술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BMW는 손동작만으로 무인주차가 가능한 i3 차량을 지난 1월 CES 2016에 선보인 바 있다. 이 기술은 아직 실용화 단계는 아니지만, 향후 BMW의 대표 첨단 기술로 자리매김할 가능성이 높다.

테슬라는 아직 모델 3의 구체적인 사양에 대해 공개하지 않았다. 지난 4월 1일 열린 모델 3 공개 행사가 ‘파트 1’으로 여겨져왔기 때문. 테슬라는 추후 ‘파트 2’ 행사를 통해 모델 3의 자세한 사양을 공개할 예정이다.

테슬라 모델 3 실내 (사진=테슬라)

업계에서는 테슬라 모델 3의 핵심 첨단 사양을 헤드업 디스플레이(HUD)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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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트 1’ 행사 당시 공개된 모델 3는 계기반이 없는 채로 공개됐다. 소비자들은 이를 두고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한 소비자는 트위터에서 "모델 3 차량 내 계기반과 헤드업 디스플레이가 없다는 게 마음에 안든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는 이에 대해 "모델 3 차량 실내에 계기반이 없는 이유를 파트(part) 2 발표 때 알게 될 것이다“라고 답했다. 아직 첨단 사양에 대해 보여줄 게 많다는 것이 그의 메시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