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폭스바겐 본사가 국내에 가솔린 차량에 판매하면서 배출가스 인증 기준을 맞추기 위해 소프트웨어(SW) 조작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해당 차종은 지난해 3월부터 국내 판매된 폭스바겐의 주력 모델인 '골프 1.4 TSI'다.
가솔린 차량에 대한 배출가스 조작은 물론, 독일 본사가 개입한 정황이 발견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최기식)는 독일 본사가 골프 1.4 TSI 차종에 대한 SW 조작을 지시했다는 이메일 등 증거자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인증담당 이사 윤모씨 진술 등을 확보했다고 17일 밝혔다.
검찰이 소프트웨어 조작차량으로 지목한 차종은 7세대 골프 1.4 TSI다. 이 차량은 작년 3월부터 판매된 가솔린 모델로 국내에 1천567대가 팔린 것으로 파악됐다. 우리나라는 가솔린 차량의 배출가스 허용 기준을 유럽기준(유로)보다 더 까다로운 미국의 초저공해차(ULEV) 기준을 적용한다. 문제가 된 7세대 골프 1.4 TSI은 수입 당시 이 기준을 적용하게 되면 국내에서 운행이 불가능했다.
검찰에 따르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해당 차종을 지난 2014년 1월 18일 인증 절차 없이 국내에 들여왔다. 같은 해 5월 국립환경과학원은 이 차의 질소산화물(NOx) 배출량이 국내 휘발유 차량 배출허용 기준보다 많이 나와 인증을 불허했다.
이후 폭스바겐 측은 사설기관에 다시 시험을 의뢰했지만 결과는 변하지 않았다. 이에 독일 본사는 그해 6월 말 '배출가스 관련 부품 작동을 제어하는 ECU(전자제어장치) 설정을 바꿔 배출가스량을 감소시켜라'고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에 지시했다.
대기환경보전법에 따르면 배출가스 관련 부품이나 SW를 바꾸려면 인증을 받아야 하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ECU를 몰래 조작한 뒤 다시 사설시험기관에 의뢰했다 바꾼 SW로 사설기관에서 재실험한 결과에서도 배출가스 기준 초과였지만, 독일 본사는 10월 중순 재차 SW를 개발해 또 몰래 바꿨고 11월 국립환경과학원의 2차 시험에서는 배출가스 허용기준을 통과했다. 몰래 바꾼 SW는 내구성 시험 등을 거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립환경과학원은 SW 조작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고 결국 지난해 3월 인증서가 발부되면서 해당 차종은 국내 시장에 판매됐다. 수입부터 인증서 발부까지 약 1년 2개월에 걸친 기간 동안 국립환경과학원은 네 차례에 걸쳐 해명을 요구했지만,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측은 ECU 조작사실을 숨긴 채 '시험 조건이 잘못됐다'는 등 거짓말로 차량을 계속 들여왔다.
국내 판매된 골프 1.4 TSI 차량 가운데 배출가스 인증을 받기 전에 불법으로 들여온 차가 461대, 불합격 판정과 재인증 신청 등이 진행되는 과정에서도 410대를 더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나머지 696대는 SW 교체 후 수입 통관된 차량이다. SW를 바꾸게 되면 과다한 배기가스를 배출하는 등 차량 내구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해당 차량은 현재 유럽 일부 국가(포르투갈)와 일본 등에서도 판매되고 있다. 다만 배출가스 인증기준이 까다로운 미국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는 "SW 변경도 인증 사항이기 때문에 독일 본사도 불법 행위라는 걸 인지했을 것"이라며 "글로벌 자동차 회사가 범죄가 될 만한 일을 지시했다는 것이 이해가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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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폭스바겐 측에 대기환경보전법 위반과 사문서변조, 변조 사문서 행사 등 혐의를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한편 검찰은 폭스바겐이 연비 시험성적서와 배출가스 및 소음 시험성적서 등을 조작하고 미인증 부품 변경 차종을 축소해 환경부 과징금을 적게 낸 정황도 잡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