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남아에서 한국 드라마와 예능이 큰 인기를 끌고 있지만 정작 국내 방송사들은 저작권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동남아 지역 전역에 월 20~25 달러면 한국 실시간 방송을 볼 수 있는 불법 서비스가 널리 퍼져 있어, 국내 방송사들에게 저작권 대가가 전혀 돌아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현지 정부의 적극적인 관리감독을 요구하기도 쉽지 않다. 저작권 보호 조치에 노력을 기울인다고 자국 이익에 도움이 될 요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최근 베트남에 국내 한 OTT(Over The Top) 기술개발업체가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고 있어 주목된다.
DDM24는 실시간 채널 전송에 최적화된 콘텐츠전송서비스(CDN) 기술을 보유한 회사다. 인터넷망을 통해 실시간 방송을 전송하고, 사용자들이 OTT 디바이스를 통해 방송을 시청할 수 있게 하는 기술이다.
DDM24는 국내 채널을 모아 베트남 재송출 라이선스 계약을 맺고, 베트남 내 인터넷망을 확보하고 있는 국영 미디어그룹 VTC를 통해 가입자들에게 방송을 보내주는 사업을 진행중이다.
DDM24와 VTC의 협력 사업은 국내 방송콘텐츠가 해외에서 저작권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는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현지 정부나 사업자의 개입을 이끌어 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는 점에서 합법적인 콘텐츠 유통을 위한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동안 국내 방송사들이 4~5년 전부터 소송이나 합법적인 서비스 출시 등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 봤지만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음성적으로 퍼져나가는 불법 서비스를 잡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DDM24에 따르면 베트남에서 10여개 사업자가 한인을 대상으로 한국 방송 채널을 불법 송출하고 있고, 3만 명의 가입자가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보통 이같은 불법 서비스의 월 사용료는 20~25달러로, 60만~75만 달러(7억~8억800만원)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현지인 대상 불법 서비스 역시 매우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DDM24 안상준 대표는 "이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선 방송채널 사업자들이 개별적인 노력보다 현지 상황에 맞게 현지 정부나 국영기업 등을 활용하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국영기업이 한국 방송 콘텐츠 유통에 대한 허가권을 가지게 되면 자신들의 이익 보호를 위해 불법 유통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국내 중소 사업자인 DDM24가 베트남 국영 미디어 그룹인 VTC를 상대로 협상을 이끌어 낼 수 있었던 데는 우리나라 정부기관의 지원도 큰 보탬이 됐다. 안 대표는 K콘텐츠 뱅크라는 한류 방송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운영하는 한국전파진흥협회에 도움을 요청했고, 미래부와 진흥협회가 지원하기로 결정하면서 협상이 급물살을 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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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파진흥협회 김승환 과장은 "이번 사례가 동남아 전역 30~40만 명에 이르는 교민들을 대상으로 방송 콘텐츠를 유통하는 새로운 모델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봤다"며 "미래부와 전파진흥협회는 국내 사업자들이 해외 국영 사업자와 콘텐츠 저작권을 거래하는데 손해보지 않도록 협상력을 배가하는 역할을 했다"고 말했다.
DDM24는 현재 국내 지상파 방송사 및 주요 방송채널사업자(PP)와 콘텐츠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있다. 올해 3분기 중에는 VTC를 통한 실시간 한국 방송 서비스가 가능해 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인도네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전역으로 사업 모델을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