델코리아 "EMC 통합 이후, 준비는 하는데…"

김경덕 대표, 통합 일정 관련 EMC 임원과 상반된 시각…"결정된 건 없다"

컴퓨팅입력 :2016/06/10 13:27

세계 IT업계가 기업용 스토리지 업계 1위 EMC와 서버 업계 2위 델의 결합에 주목하듯, 한국에서도 국내 서버 및 스토리지 시장 선두권에 있는 델코리아와 한국EMC의 통합 이후 상황에 비상한 관심이 쏠렸다. 이런 가운데 김경덕 델코리아 대표는 내부적으로 한국EMC와의 통합을 준비하고 있긴 하지만, 향후 어떤 방식으로 변화할 지 결정된 사항이 지금은 전혀 없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9일 서울 삼성동에서 연례행사 '델솔루션서밋'과 함께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합병 이후 국내 조직의 변화에 초점을 맞춘 기자의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우리는 글로벌(본사 통합)이 끝나야 움직일 거다. 델코리아 내부적으로는 EMC 제품 교육을 받고, 한국EMC에서도 델 제품 교육을 받고 있는 상황인데, 공식적으로 영업이라든지 고객에게 가서 (제안)할 때에는, 따로 움직이고 있다. (델 EMC 인수계획 발표 후) 지금까지 계속 그래 왔고, 그 때(통합 완료)까지는 이렇게 갈 거다.

김경덕 델코리아 대표. 2016년 6월 9일 델솔루션서밋 기자간담회 질의응답을 위해 배석한 모습.

앞서 EMC 본사는 10월 1일 이후를 '델테크놀로지스'라는 이름의 합병법인 출범 기점으로 예고한 상태다. 그러나 김 대표는 델 본사가 EMC 본사를 인수합병하는 절차가 완전히 마무리된 뒤에야 두 한국지사의 영업, 마케팅 등 조직 통합이나 업무분장과 물리적인 통합 등 실질적인 '변화'가 시작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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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사 인수합병 절차는 당초 일정대로 착착 진행 되고 있다. 우리는 그 일정별로 결정되는 사항을 따를 수밖에 없다. 글로벌하게 정해지면 (한국지사도) 합쳐지는 거다."

이는 기자가 지난달 EMC월드2016 3일차 현장에서 만난 데이빗 웹스터 EMC 수석부사장과의 질의응답을 통해 얻은 답변과는 상반된 얘기다. 웹스터 수석부사장은 당시 델과 EMC 합병 이후 델테크놀로지스의 통합 체제 출범 일정이 각 지역별로 어떻게 적용되겠느냐는 기자의 물음에 다음과 같이 답했다.

"전세계 직원들이 '데이 원(Day 1)'부터 같은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그들로부터 모든 파트너와 고객들에게 일관된 메시지가 갈 거다. (일반적으로 예상하는) 델과 EMC 본사끼리 먼저 통합되고 그 변화가 그 다음 각 지역 법인에, 그 다음 고객에 단계적으로 적용되는 게 아니다. 데이 원은 인수절차와 합병이 종료되는 시점부터다. 한국에서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웹스터 수석부사장은 EMC의 아태지역담당 임원으로, 김경진 한국EMC 대표의 직속상관이다. 단순히 지역 사정에 어두운 EMC 본사 임원의 무리한 발언이라고 치부하기에는, 그 직급이 주는 무게감이 상당하다. 이와 관련한 김경진 한국EMC 대표의 공식 의견은 확인되지 않았다.

다만 웹스터 수석부사장의 해당 발언에 대해, 외국계 본사의 인수합병으로 한국에서의 조직 통합과 구조조정을 경험한 바 있는 국내 업계 종사자들의 공통된 의견은 '다소 이상적인 목표'라는 것이었다. 한국EMC 소속 임직원들의 생각이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경덕 델코리아 대표에게 이런 웹스터 수석부사장의 발언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현장에서 나온 얘기가 구체적으로 어떤 내용이었을지는 잘 모르겠다. 일반적으로 본다면 본사의 EMC 인수 작업이 완료되고나서 세일즈(양사 영업조직)가 통합돼 들어가는 수순이 될 거다. 그 전까지 우리가 나름대로 준비를 하긴 해야 한다. (통합 이후 변화를) 염두에 두고서. 사전 교육도 받으면서."

이번 EMC월드에서 공식 발표된 내용 중엔 웹스터 수석부사장의 발언 외에도 통합 이후의 변화를 암시하는 소식이 있었다. 내년부터 EMC월드 대신 '델EMC월드(가칭)'라는 이름의 컨퍼런스가 개최된다는 예고였다. 이는 두 회사의 엔터프라이즈 고객 대상 메시지가 각 지역별 마케팅 실무 차원에서도 조정될 것이란 얘기다. 특히 본사의 EMC월드가 델EMC월드로 재편된다면, 델의 지역별 엔터프라이즈 부문 마케팅 행사 관련 자산들이 EMC 쪽으로 이관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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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엔터프라이즈 파트너를 대상으로 하는 파트너프로그램 차원의 통합 역시 추진될 가능성이 높은 사안이다. 앞서 델이 인수한 '퀘스트소프트웨어'를 델소프트웨어그룹(DSG)으로 흡수하면서, 수년간 한국에서도 델코리아와 퀘스트소프트웨어코리아의 파트너프로그램 통합이 진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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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대표에게 이런 관측을 어떻게 생각하느냐 묻자, 다음과 같이 대단히 조심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아무도 모른다. 사실, 공식적으로 결정된 것은 없다. 아마 델과 EMC가 점차 마케팅 활동 차원의 통합을 하긴 할 건데… 동일 고객 대상으로 하는 세션이나 행사들은 통합 가능성을 봐야겠지. 지금 델은 델 파트너, EMC는 그쪽 파트너가 있는데 (파트너프로그램은) 조정을 해야 한다. 하지만 어느날 갑자기 합친다, 통보하고 어느 한 쪽을 없애고, 그러진 않을 거다. (파트너 도움을 받고 있는) 고객들이 있으니까. 어떤 방식으로 갈지는 모르겠지만 고객 의견을 구하면서 시간을 두고 진행될 것 같다. 여러가지 준비되고 있는 사항(구상안)들은 있지만 정식 통합 되면 이후 (본사 결정에 따라) 하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