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콜계획 퇴짜에 임원진 피소 '폭스바겐', 판매는 급증?

리콜 관련 무성의한 태도 도마...판촉 강화로 판매량 상승

카테크입력 :2016/06/07 17:15    수정: 2016/06/07 17:32

정기수 기자

디젤차량의 배출가스 조작 파문을 일으킨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불성실한 리콜 계획서를 정부에 제출해 결국 세 번이나 퇴짜를 맞게 됐다. 회사 측은 정부와 접점을 모색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조한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폭스바겐 차량을 구매한 국내 소비자들 역시 뿔이 났다. 본사 전 회장 등 최고경영진을 사기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 디젤 게이트 파문이 전 세계적으로 불거진 지 9개월여가 지났지만 국내 소비자들은 현재까지 리콜이나 보상 등을 받지 못한 상태다. 다만 이같은 악재에도 불구, 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달 판매량은 4월 판매 부진을 한 달 만에 털고 큰 폭의 회복세를 기록했다.

환경부는 7일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가 제출한 리콜서류에 대해 불승인(반려) 처분을 내렸다. 임의설정을 인정한다는 등 핵심 보완사항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신형 티구안(사진=폭스바겐 코리아)

리콜계획 반려는 올해 1월 13일과 3월 23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당시 환경부로부터 퇴짜를 맞은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이달 2일 보완 계획서를 다시 냈지만 또 다시 반려됐다. 이번에 환경부가 내린 리콜계획 불승인은 리콜계획 보완과 달리 리콜계획 자체를 무효화하는 것이다.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는 리콜절차를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이에 대해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관계자는 "환경부의 발표 내용에 대해 면밀히 검토 중"이라며 "향후 환경부와의 접점을 모색해 가기 위해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성실하게 협조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폭스바겐 본사가 독일 정부에 제출한 리콜계획서도 일부만 제출됐다. 폭스바겐코리아는 국내에서 가장 많이 판매된 티구안 차량 2만4천대의 개선 소프트웨어를 제출했다. 또 올해 말까지 순차적으로 리콜명령을 받은 15개 차종 12만6천대 전체에 대한 소프트웨어를 제출하기로 했다. 소프트웨어 제출계획은 2일 1차종(티구안), 13일 3차종(아우디 A4 2.0·A5·A6), 27일 1차종(아우디 A4 30), 12월 12일 1차종(제타 2.0) 순이다.

다만 환경부는 폭스바겐 측이 임의설정을 시인할 경우 소프트웨어 검증에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환경부에 따르면 폭스바겐이 제출한 티구안 차량 개선 소프트웨어는 현재까지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리콜 승인을 받지 못한 상태다. 한국 정부로부터 리콜명령을 받은 폭스바겐 15차종 역시 현재까지 독일 인증기관으로부터 리콜 승인을 받지 못했으며, 미국은 지난 1월 폭스바겐의 리콜계획서를 반려했다.

환경부 관계자는 "제작차 배출허용기준과 인증 위반, 리콜명령 이행 위반 등으로 서울중앙지검에 폭스바겐을 고발한 상태"라며 "향후 폭스바겐 측이 임의설정을 인정할 수 있도록 촉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기존 구매 고객들의 불만은 날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이날 법무법인 바른은 아우디폭스바겐 구매자 500여명을 대리해 마틴 빈터콘 전 폭스바겐 그룹 회장과 엔진개발 총 책임자였던 볼프강 하르츠 등 독일 본사 관계자 7명과 안드레 콘스브룩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 대표 등 한국지사 관계자 2명 등 총 9명을 특정경제범죄법상 사기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 고소했다.

바른 측은 "현재까지 형사 고소 제기에 동의한 차량 구매자 수는 2천여명에 이른다"며 "서류 준비 관계로 우선 500여명만 고소장을 접수한 뒤 나머지 피해자 1천500여명도 곧 고소에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 1월 환경부 등의 고발장을 접수, 수사에 착수한 검찰은 지난 1일 아우디폭스바겐의 유로6 차량 배출가스 문제를 확인하고 차량 950여대를 압수해 조사하고 있다.

한편 폭스바겐코리아의 지난 5월 판매량은 2천326대로 전월(784대) 대비 3배 가까이 급증했다. 6위까지 미끄러졌던 수입차 판매 순위도 다시 4위로 뛰어올랐다. 같은 계열사인 아우디코리아의 판매량(2천336대)을 더하면 1위 BMW(4천651대, MINI·롤스로이스 판매량 제외)를 상회한다. 폭스바겐의 대표 모델인 티구안 2.0 TDI 블루모션도 지난달 769대가 팔려 수입 베스트셀링카에 다시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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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파사트, 제타, CC에 한정됐던 무이자 할부 혜택을 골프, 티구안 등 전 차종으로 대상으로 확대하고 10%가 넘는 특별할인을 실시하는 등 판촉 강화가 주효했다는 분석이다. 이 회사는 올 3월에도 무이자 판촉에 힘입어 3천700여대에 달하는 판매량을 기록한 바 있다. 업계에서는 폭스바겐코리아의 판매 상승세가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올 하반기 국내 시장에 2세대 신형 티구안의 출시가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구형 모델 소진을 위해 할인 폭을 확대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폭스바겐코리아의 올 1~5월 국내 누적 판매량은 1만629대에 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