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은 190원, IPTV는 왜 지상파와 400원에 계약했나?

코너 몰린 지상파 손 들어준 배경에 '관심'

방송/통신입력 :2016/06/02 16:00

IPTV 3사가 지상파 방송사와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올해부터 3년 내 400원까지 단계적으로 인상키로 합의 하면서, 서둘러 합의가 이뤄진 배경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최근 지상파의 CPS 400원 인상 요구에 대해 법원에서 근거가 부족하다고 잇따라 판단한 판결이 연달아 나와 협상에서 유리한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IPTV가 쉽게 인상요구를 수용한 것이 혹시 최근 이동통신 업계 최대 화두인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 관련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법원 판결에 마음 급해진 지상파, IPTV 압박?

IPTV3사는 최근 지상파방송과 올해 360원, 2017년 380원, 2018년 400원 까지 CPS를 인상하는 데 합의했다. 현재 CPS 280원에서 42.8%까지 인상하게 된다.

유료방송 사업자들은 지상파 실시간 방송을 가입자들에게 재송신할 때 콘텐츠 저작권료로 매월 가입자당 CPS를 적용해 지상파 방송 3개사에 각각 지불해야 한다. CSP가 280원에서 400원으로 오르면, 1300만명 가입자를 보유한 IPTV가 지상파에 지급해야하는 재송신 규모는 1310억에서 1872억원으로 껑충 뛴다.

가입자와 매출은 증가하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상태인 IPTV 3사가 지상파 측 요구를 수용한 배경을 놓고 업계의 궁금증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최근 유료방송과 지상파 진영간 진행중인 CPS 법적 분쟁에서 유료방송 쪽에 유리한 판결이 연이어 나오고 있는 상황인데, 왜 최종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합의를 끝냈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많다.

올 초 서울중앙지방법원과 청주지방법원은 각각 가입자당 190원, 170원을 지상파측에 손해배상 금액으로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린 바 있다. 지난 3월 서울고등법원은 지상파 방송 3사가 케이블TV사업자 CMB를 상대로 CPS 400원 인상을 요구하며 제기한 방송판매 금지 가처분 소송을 기각했다. 서울 고법은 “지상파 측은 콘텐츠 제작비용이 증가하였다거나 채무자들이 지상파방송 채널 사이에 배치되는 홈쇼핑 채널로부터 얻은 매출이 증가하였다는 등의 막연한 사정을 들고 있을 뿐, 수긍할 만한 합리적인 산정근거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도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케이블TV 업계는 법원이 최근 지상파의 CPS 인상 주장에 불리한 판결을 연달아 내리자, 지상파 측이 IPTV와 협상을 서둘렀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IPTV업계에서도 "최근 지상파 방송사가 CPS 계약 협상을 상당히 서둘렀다"는 얘기가 나온다.

한 케이블TV 업계 관계자는 "최근 법원 판결을 보면 최종 판결에서도 지상파 측에 불리한 결과가 나올 가능성이 있어, 지상파는 400원 인상을 고집할 명분이 없어진다"며 "최종 판결이 나오기 전에 최대한 빨리 사업자 간 협상을 끝내고 싶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은 소송에서 지상파 측이 이번 IPTV와 협상 결과를 근거 자료로 제출할 가능성이 있다"며 "진행 중인 소송에 영향을 주려고 IPTV와 서둘러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IPTV는 왜 서둘러 합의했나?

일각에서는 최근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어수선한 통신사에 지상파측 압박이 훨씬 잘 통했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IPTV 사업자들은 케이블TV와 지상파 간 CPS 소송 결과를 지켜보며 대응하겠다는 입장이었다. 지난 2월엔 케이블TV와 IPTV 관계자들이 한차례 만나 지상파 CPS 공동대응을 논의하기도 했다.

그러나 IPTV 3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것이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 인수합병 건 때문이라고 논의에서 지상파가 다시 한번 강한 영향력을 보여준 것이 CPS 협상에도 작용했을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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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 방송사 협의체인 한국방송협회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인수합병 불허를 요구하는 의견서를 지난 2월, 4월 두차례 걸쳐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했다. 이 밖에도 지상파 뉴스, 각종 토론회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밝혀 왔다.

한 유료방송업계 관계자는 “인수합병 건으로 지상파 힘이 여전히 강하다는 사실을 통신사들이 다시 한번 느꼈을 것”이라며 “서두를 이유가 없는 상황에서 CPS 계약이 이뤄진 것도 지상파 눈치를 본 결과로 밖에 해석이 안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