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타임워너를 산다고?
지난주 애플이 타임워너에 인수를 제의했다는 소식이 나왔습니다. 기사는 지난주에 나왔지만 인수 제안이 오갔던 정확한 시점은 지난해 말입니다. 26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즈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말 타임워너 맨하튼 본사에서 애플 에디 큐 수석부사장이 올라프 올라프슨 타임워너 기업전략 수석을 만나 이 같은 제안을 던졌다고 합니다. 앞서 지난 1월 뉴욕포스트도 이 같은 정황을 포착하고 애플의 타임워너 인수 가능성에 대해 보도한 바 있습니다. 파이낸셜타임즈 보도가 그간 풍문으로 떠돌던 이야기가 사실이었다고 쐐기를 밖은 셈이죠.
이들이 만나게 된 배경을 살펴보면, 이렇습니다. 에디 큐 수석부사장은 애플에서 아이튠즈 스토어, 애플뮤직, 아이클라우드 등의 서비스를 총괄하고 있는 인물입니다. 주요 플랫폼을 책임지고 있는 만큼 콘텐츠 확보에 관심이 많겠지요. 타임워너와도 콘텐츠 확보를 위해 만났다고 합니다. 애플이 준비하고 있는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에 타임워너 케이블 채널을 포함시키는 걸 논의하기 위한 자리였다고 합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다가 '아예 애플이 타임워너를 인수하는 건 어떨지’까지 얘기가 이어졌나 봅니다. 역시 스케일이 다르네요.
하지만 애플 CEO 팀쿡도, 타임워너 CEO 제프리 뷰케스도 없이 오간 이야기라 초기 제안 단계를 넘어가지 않았다는 게 파이낸셜타임즈의 설명입니다.
더 재미있는 것은 이 소식 이후 주식 시장의 반응입니다. 타임워너 주가는 3% 넷플릭스 주가가 3.8% 가량 뛰어 오른 것이죠. 타임워너 인수는 단순한 논의에 그쳤지만, 애플이 미디어 회사를 인수할 가능성이 있다는 소식에 시장이 화답한 겁니다. 특히 애플이 추후 미디어 회사를 인수한다면 넷플릭스같은 스트리밍 서비스 업체를 원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 넷플릭스 주가는 더 올랐습니다. 투자자들도 애플의 타임워너, 넷플릭스 인수 시나리오가 나쁘지 않다고 받아들인 걸로 보입니다.
미디어 격전지 애플 참전에 관심집중
애플이 미디어 산업에 눈독을 들인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닙니다. 지난해 3월에는 애플TV를 통해 HBO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볼 수 있는 스트리밍 서비스 'HBO 나우’를 선보였죠. 애플은 월 10달러에 이용할 수 있는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인 애플뮤직에서 조금씩 비디오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습니다. 최근엔 힙합 프로듀서이자 애플 임원인 닥터드레를 주연으로 내세운 전기적 드라마 '바이탈 사인’ 6부작을 제작해 애플뮤직을 통해 공개한다는 소식도 나왔습니다.
이런 가운데 타임워너 인수 제안 사실이 밝혀지면서, 애플이 미디어 산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드는 건 이제 시간문제가 됐습니다.
애플은 왜 미디어 시장에 눈독을 들이는 걸까요?
많은 사람들이 애플의 매출구조가 지나치게 아이폰 하드웨어 중심적이라는 점을 들어 사업다각화를 위한 조치라고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지난 1분기 애플 전체 매출은 506억 달러 였는데, 이 중 아이폰이 차지하는 비중은 329억 달러로 3분의 2를 넘었습니다. 단일 제품이 매출 전체에 차지하는 비중이 너무 높으니, 회사 명운이 아이폰 하나에 달린 상황입니다. 서비스를 다각화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겠지요.
더군다나 13년간 성장만 거듭하던 아이폰 판매는 지난 분기 사상 처음으로 줄어들었습니다. (☞관련기사)
최근 중국 차량공유 업체 디디추싱에 10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사업다각화를 위한 행보입니다.
차량공유 서비스보다 미디어 사업은 애플이 좀 더 잘할 수 있는 분야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애플은 현금만 2160억 달러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입니다. 타임워너 시가총액은 570억 달러, 넷플릭스의 기업가치는 460억 달러라고 하니 총알이 문제 될 건 없어 보입니다.
이미 소기의 성과를 내기도 했죠. 애플 뮤직은 서비스 출시 1년만에 유료 가입자 1300만명을 넘었습니다. 1위 사업자인 스포티파이 가입자가 3000만명이니, 단기간 괜찮은 성과입니다. 팀쿡도 이런 성과에 대해 “첫번째 구독형 비즈니스의 초기 성공에 대해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애플이 타임워너나, 넷플릭스를 인수할 것인지 아닌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리지만, 애플이 비디오 스트리밍 사업에 본격 뛰어들려면, 기업 인수가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데는 대부분 의견이 일치합니다. 기존 미디어 기업들은 애플과 콘텐츠 거래를 꺼려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이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 유료TV 가입자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빼앗기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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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타임즈는 “애플이 타임워너 같은 회사를 인수해서 영화스튜디오(워너브라더스), 프리미엄 케이블 채널(HBO)를 확보한다면 한순간에 애플은 미디어 세계 협상 테이블에서 우위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며, 다른 미디어 회사들과 유통 계약을 맺을 때 협상카드로 써먹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애플이 비디오 스트리밍 서비스를 내놓고 방송 미디어 시장에 본격 뛰어드는 건 이제 시간 문제로 보입니다. 애플이 미디어 시장에서도 맹주 자리를 차지할지 지켜봐야 겠지만, 재미있는 구경이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