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영종도=정기수기자)볼보자동차코리아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XC90'이 사전계약에 돌입한 지 두 달여 만에 사전계약 500대를 돌파했다. 국내 고급 대형 SUV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독일 브랜드의 대항마로 단숨에 떠올랐다.
이윤모 볼보차코리아 대표는 31일 인천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XC90 미디어 시승행사에서 "XC90이 지난 3월 사전계약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500대가 넘는 예약대수를 기록했다"며 "특히 이 기간 이탈고객이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또 "본격 출고 직전인 내달 말께는 600~700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XC90은 오는 7월부터 국내 고객 인도를 시작한다. 전 세계적으로 대기 물량이 4만여대에 달한다. 국내 역시 지금 계약해도 9월에나 차를 건네받을 수 있다. XC90은 볼보 스웨덴 공장에서 생산된다. 복지에 치중한 국가지만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이례적으로 24시간 3교대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XC90의 월 생산량은 8천~9천대 정도다. 연간 기준으로는 11~12만대 정도 규모로 볼보 전체 연간 생산 규모(50만대)의 22%에 달한다. 이중 미국 3천대, 유럽 3천600대를 제외하고 아시아와 중남미 등에 나머지 물량이 배정되는 상황이다.
이만식 볼보차코리아 상무는 "XC90이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어 추가 물량 배정은 확보하기 힘들다"면서도 "다만 올해 물량은 이미 확보된 상태로 연간 판매 목표치 1천대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헀다.
이어 "내년에는 2천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경우 동급 경쟁 모델 중 가장 많이 팔리는 모델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경쟁 모델로 꼽히는 BMW X5는 지난해 2천여대가 판매됐다. 메르세데스 벤츠 ML시리즈(현 GLE)와 아우디 Q7의 지난해 판매량은 1천대에 미치지 못했다.
한편 XC90의 모델별 계약량을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친환경차량에 대한 선호도가 급증한 점이 눈에 띈다. XC90은 디젤과 가솔린, 플러그인하이브리드(PHEV) 모델로 국내에 판매된다. 사전계약 물량 중 PHEV인 XC90 T8의 비중이 15%에 달한다.
볼보차코리아는 당초 T8의 비중을 한 자릿수 정도로 예상했다. T8(1억1천20만~1억3천780만원)의 가격은 디젤인 D5 AWD(8천30만~9천60만원)보다 최대 5천만원 이상 비싸다. 디젤인 D5 AWD는 65%의 계약 비중을 차지했다.
디젤 모델보다 다소 낮게 가격이 책정된 가솔린 T6 AWD(9천390만~9천550만원)의 비중은 20%로 집계됐다. 트림별로도 고급형인 '인스크립션'이 80%를 차지했다. 가격이 가장 낮은 '모멘텀'은 20%에 불과했다.
이만식 상무는 "최근 디젤 이슈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이지만 XC90이 다양한 엔진 라인업을 보유한 것이 다양한 수요층을 유입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가격 대비 모든 트림 라인들을 2천만원 가까이 저렴하게 출시하면서도 당초 디젤 기본형이 주력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며 "비중이 한 자릿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던 PHEV와 고급 모델의 비중이 예상 외로 높아 놀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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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불거진 '더티 디젤' 논란이 고객들의 친환경차 선호도로 이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디젤 엔진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깊어진 것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면서 "디젤 트림의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게 책정됐지만 XC90이 프리미엄 대형 SUV라는 점에서 가격에 크게 구애받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