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콘텐츠 中자본 종속 어떻게 볼 것인가

“콘텐츠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로 돌파해야"

방송/통신입력 :2016/05/26 11:15    수정: 2016/05/26 11:15

지상파 방송의 침체와 중국 자본 유입 등으로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의 위기의식이 확산되는 가운데 결국 콘텐츠 투자와 해외 시장 진출이 해법이라는 데 전문가들의 의견이 모아졌다.

특히 중국 자본의 유입과 우리나라 인재들의 중국 진출을 부정적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위기를 기회로 만들 수 있는 정부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공공미디어연구소는 지난 25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방송 콘텐츠 산업의 문제점과 발전방향’이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회는 공공미디어연구소 박상호 연구팀장의 발표를 시작으로 패널들의 종합토론이 이어졌다.

2015년 방송산업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프로그램 공급자(PP)는 수출입과 매출액 비중 등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 모든 분야에서 지상파를 앞질렀다. 또 프로그램 제작에 있어서도 PP가 지상파를 넘어선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국내 외주 제작사들은 대부분의 저작권이 지상파에 귀속돼 버리는 열악한 제작환경 탓에 어려움을 면치 못하는 실정이다. 이는 곧 중국 자본의 유입으로 이어졌고 당장 생계가 힘든 외주제작사들이 중국 자본을 쉽게 받아들였다.

나아가 중국 자본은 기획사, 스타급 제작인력뿐 아니라 인기 웹툰과 웹드라마까지 그 영향력을 넓혀나가는 상황이다.

박상호 팀장은 현재 국내 방송콘텐츠 시장에 대해 한미 한중FTA, 넷플릭스 국내 진출 등을 계기로 해외 자본의 국내 유입과 중국자본의 종속화가 가속화 되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인재나 기술 유출도 심각하다고 판단했다.

박 팀장은 “한미 한중 FTA로 방송시장이 개방되면서 나타난 해외자본의 국내 기업 지배력 강화가 우려스럽다”면서 “국내에서는 해외 자본의 힘이 커지는 반면, 비대칭적 규제환경으로 국내 콘텐츠는 중국에 진출하기 어려운 구조가 됐다”고 지적했다.

또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은 해외 진출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중국진출을 이뤄내지 못하면 사업 모델을 확립하기 어렵다”고 확신했다.

중국 자본 종속화의 우려와, 결국 한류를 이용한 국내 방송콘텐츠의 해외 진출이 필요하다는 박상호 팀장의 발표에 반론도 제기됐다. 방송콘텐츠 산업 자체가 수출 주도형 보다는 내수 주도형에 가깝기 때문에 자생할 수 있는 구조부터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왼쪽부터 최세경 중소기업연구위원, 김원동 아시아홈엔터 대표, 박상호 공공미디어연구소팀장, 문철수 한신대 교수, 이남표 MBC 전문연구위원, 김연성 HB엔터 이사, 곽규태 호남대 교수.

MBC 이남표 전문연구위원은 “방송콘텐츠 산업은 수출 주도형 산업이 될 수 없다는 게 개인적인 생각”이라며 “먼저 내부적으로 자생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져야 하고 한류 효과는 단순한 보너스로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또 그는 “한중 FTA의 방송미디어 분야는 결국 각국 법을 따르기로 돼 있어 중국은 자국 보호를 강화하는 정책을 계속 쓰고 있다”면서 “한중 FTA는 잘못됐다. 지금이라도 재고돼야 한다”고 비판했다.

중국에서 20년 넘게 엔터테인먼트 사업을 전개해온 김원동 아시아홈엔터테인먼트 대표는 ‘중국 자본의 종속화’란 비판적인 시각에 의문을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미국이나 유럽 자본이 들어오면 투자 ‘유치’로 보는 반면, 중국 자본은 ‘종속’이라고 폄하하는 이중적인 잣대가 문제라는 지적이다. 인재 역시 미국으로 가면 ‘진출’이고, 중국에 가면 ‘유출’로 보는 시각도 바로 잡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중국 시장 진출에 성공 사례를 만든 드라마 '태양의 후예'(사진=태양의후예 문화산업전문회사 & NEW 제공)

김 대표는 “지금의 중국 자본 유입과 그들의 투자를 과연 정부나 산업계가 막는다고 막아질 수 있는지 의문”이라면서 “이제는 패러다임을 전환해서 국내 인재들이 중국에 갔을 때 피해를 보지 않도록 정부 차원에서 무엇을 해줄 수 있는지, 어떤 안전장치를 마련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 “중국에는 이민법이 없어 중국으로 간 인재들이 언젠가는 반드시 본토로 들어오게 돼 있다”며 “그들이 성공해서 축적한 자본과 오랜 기간 쌓은 네트워크를 돌아올 수 있도록 사람에 포커스를 맞추는 정부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밖에 호남대 곽규태 교수는 국내 방송콘텐츠 산업 전략이 단순히 아시아권에만 머물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미국과 유럽을 겨냥해야 하고, 생산자 중심이 아니라 수요자 중심의 논의와 분석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개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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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연구원의 최세경 연구위원은 협소한 국내 방송콘텐츠산업의 활발한 투자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합리적인 위험 분산 시스템을 고민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HB엔터테인먼트 김연성 이사는 방송사로 대부분 귀속되는 저작권 문제 탓에 제작사들이 굉장히 열악한 환경에 처해 있다면서 정부의 더 많은 문화 콘텐츠 투자를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