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英, 엇갈린 합병 결과...한국은?

"방통융합 글로벌 대세" vs "경쟁제한 인정"

방송/통신입력 :2016/05/15 16:48    수정: 2016/05/16 08:37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기업결합 심사가 장기화 되면서, 해외 방송-통신 기업간 합병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간 합병이 국내 최초의 방송-통신 기업간 결합이어서, 해외 M&A 사례가 중요한 판단 근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영국과 미국에서 각각 다른 ‘합병 불허’와 ‘승인’ 이란 결정이 내려지면서, 이들 해외 사례들이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기업 심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당장, 당사자인 SK텔레콤은 미국의 판례를, KT-LG유플러스 등 反 SKT 진영에서는 영국의 판례를 부각시키며 신경전을 연출하고 있는 상황이다.

■英, 2-3위 통신사 '합병 불허'

(사진=유럽연합 집행위원회)

먼저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영국 통신시장을 뒤흔들 초대형 합병이 무산되면서 국내 통신시장에도 큰 시사점을 던졌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영국 3위 통신사인 쓰리와, 2위 업체인 O2간 합병 승인을 거부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가격이 인상되고 모바일 소비자들의 선택감소 같은 위협 요인이 있다”며 불허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특히 그는 “합병이 승인될 경우, 영국 모바일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면서 “EU가 합병을 통제하는 목적은 소비자와 비즈니스를 희생시키면서 경쟁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막기 위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사의 인수합병 계획은 지난해 3월, 쓰리의 모회사인 홍콩의 CK허치슨 홀딩스가 O2 모회사인 스페인 텔레포니카와 합병 계약에 합의하면서, 전격적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영국 모바일 시장에서 한 회사가 40%의 점유율을 갖게 되면서 시장 독점화 우려가 제기됐고, 결국 영국 규제기관인 오프콤이 EC에 두 회사의 합병을 막아줄 것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합병 불가 움직임 확산되자, 인수합병 주체인 쓰리는 합병 승인을 위해 5년 간 요금 인상 금지 등을 제안하고 O2 지분을 양도할 의사까지 내비쳤으나, 결국 최종 결정권자인 EC는 두 회사의 합병을 불허했다.

■美, ‘차터-TWC’ 합병 '만장일치' 의결

컴캐스트와 합병이 무산된 타임워너 케이블이 차터 품에 안기게 됐다. [사진=씨넷]

EC에서 거대 통신기업간 빅딜을 무산시킨 다음 날, 미국 캘리포니아 공익사업위원회는 만장일치로 케이블TV 사업자인 차터 커뮤니케이션과 타임워너 케이블-브라이트 하우스 네트워크 인수합병 건을 의결했다. 이번 인수합병 규모는 무려 710억 달러(83조원) 규모에 달하는 거대 합병으로 주목을 받아왔다.

이번 인수합병 건을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에서는, 케이블TV 4위 사업자인 차터 커뮤니케이션이 이번 인수합병으로 강력한 2위 사업자로 부상함으로써, 미국 케이블TV 1위 사업자인 컴캐스트를 견제할 수 있게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실제 차터는 이번 합병으로 24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 단숨에 2720만 명의 가입자를 보유한 컴캐스트의 뒤를 바싹 쫓게 됐다. 미국 방송계는 이번 인수합병이 경쟁촉진과 산업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외에도 공익사업위원회가 인수합병을 통과시킨 배경에는, 차터 커뮤니케이션 측이 인터넷을 하기 힘든 정보화 소외 지역과 저소득층을 위한 인터넷 대책을 제시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차터 커뮤니케이션은 타임워너 케이블의 인수합병에 필요한 모든 승인 절차를 마친 만큼, 양사 간 시스템 통합을 빠르게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SK텔레콤-CJ헬로비전 심사영향은?

SKT-CJ헬로비전 인수합병 공청회

국내 방송통신 업계는 SK텔레콤-CJ헬로비전간 합병심사가 한창인 상황에서, 영국과 미국에서의 엇갈린 결과가 합병 심사에 어떤식으로 반영될지 서로 엇갈린 반응을 나타내고 있다.

인수합병 주최인 SK텔레콤은 차터와 타임워너 케이블의 인수합병 승인에 더 많은 가치를 인정하는 반면에 경쟁사인 KT와 LG유플러스는 영국의 합병불허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영국의 사례는 이동통신 시장 2위와 4위 업체인 동종 업체간 합병의 사례기 때문에 이종 사업간 결합인 CJ헬로비전 합병과 다른 부분이 많다”며 “쓰리와 O2가 합병할 경우, 이통 가입자가 약 3400만 명이 돼 현재 1위 사업자인 EE의 가입자 3100만 명을 상회하고 점유율도 40%에 달하기 때문에 불허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SK텔레콤은 “그 동안 해외 방송통신 기업 인수합병 사례를 보면, 통신과 방송의 융합은 글로벌 추세”라면서 “동종 간의 결합은 경쟁제한성 이슈 등을 고려해 불허한 사례가 일부 있으나, 통신과 방송의 이종 간 결합은 하나의 대세적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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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KT와 LG유플러스는 “유럽 규제 당국은 통신사업자가 4개에서 3개로 줄어드는 것만으로도 경쟁구도를 파괴하고 소비자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해 불허한 것”이라며 “SK텔레콤이 케이블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할 경우, 장기적으로 시장 집중화에 따른 요금 인상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EU 당국은 2015년 덴마크 2위 이동통신사업자 텔레노르와 3위 텔리아소네라의 인수합병도 불허한 바 있다”면서 “인수합병으로 사업자 수가 줄어 소비자 선택권의 축소, 요금 인상, 혁신서비스 저해를 부를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