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에서 17조원 규모 초대형 통신 합병이 무산됐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EC)는 11일(현지 시각) 영국 3위 통신사 쓰리(Three)와 2위 업체 O2간의 합병 승인을 거부했다고 아스테크니카를 비롯한 주요 외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마르그레테 베스타게르 EC 집행위원은 이날 “두 회사가 합병할 경우 가격 인상과 모바일 소비자들의 선택 감소 같은 위협 요인이 있다”고 불허 이유를 설명했다.
베스타게르 위원은 또 “합병이 승인될 경우 영국 모바일 시장 상황이 더 악화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EU가 합병을 통제하는 목적은 소비자와 비즈니스를 희생시키면서 경쟁을 약화시키는 일이 없도록 막기 위한 것”면서 “우리는 모바일 시장이 경쟁을 유지해서 소비자들이 혁신적인 모바일 서비스를 합리적인 가격과 뛰어난 통신 품질로 즐길 수 있길 원한다”고 말했다.
■ 성사 땐 영국 통신시장 40% 점유
쓰리 모회사인 홍콩 재벌 CK 허치슨 홀딩스는 지난 해 3월 O2 모회사인 스페인 텔레포니카와 합병 계약에 합의했다. 합병 회사는 단숨에 영국 모바일 시장 40%를 차지하면서 선두 업체로 부상하게 된다.
두 회사가 합병 의향을 밝히자마자 ‘독점 우려’가 제기됐다. 외신들에 따르면 영국 규제기관인 오프콤은 EC에 두 회사 합병을 막아달라고 강하게 로비해 왔다.
쓰리 역시 합병 승인을 받기 위해 각종 장밋빛 약속을 쏟아냈다. 특히 쓰리는 O2 합병을 승인해 줄 경우 5년 동안 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다.
쓰리는 또 테스코 모바일 조인트벤처에 있는 O2 지분도 양도할 의향이 있다고 제안했다.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유럽 규제 기관인 EC의 입장은 단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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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병이 무산되자 CK허치슨 홀딩스는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면서 “EC 결정을 자세힌 살펴본 뒤 소송을 비롯한 다양한 조치를 강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반면 합병에 반대해온 오프콤 측은 “모바일 고객들을 위한 올바른 결정이라고 믿는다”고 논평했다. 또 “쓰리와 O2는 영국에서 중요하고 효과적인 경쟁자들로 수 년 동안 혁신과 투자, 경쟁적인 가격을 제공해 왔다”면서 “경쟁은 계속되어야 하며, 규제기관들은 경쟁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