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UHD 암호화 논란..."저작권 보호" vs "접근권 저해"

기술규격 도입여부 찬반 공방

방송/통신입력 :2016/05/10 08:38

내년 2월 지상파 초고화질(UHD) 방송을 앞두고 UHD 방송 암호화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상파 방송 사들은 콘텐츠 저작권 보호를 위해 암호화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 접근을 제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다.

10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 업계에 따르면 최근 지상파 UHD 방송 표준 규격을 정하는 민간 협의체는 표준안에 암호화가 가능한 수신제한시스템(CAS방식) 도입을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UHD 기술 규격을 논의하기 위해 구성된 'TTA PG802'(지상파방송프로젝트그룹)에는 미래부, TTA(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등 정부기관과 지상파 방송사, 유료방송사, TV제조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UHD 기술 규격에 암호화를 포함해야 한다는 요구는 지상파 측에서 제기돼, 다수의견으로 표준안에 포함됐다. 지상파 측은 해외에서 무단으로 UHD 콘텐츠가 유통되는 문제를 막기위해, 암호화 도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국방송협회 관계자는 “현재 HD 콘텐츠는 암호화가 되어 있지 않아 방송을 녹화해 해외에서 유통하는 행위를 막을 방법이 없다”며 "UHD로 프로그램이 제작되면 콘텐츠 가치는 더 높아지는 만큼, 저작권 보호를 위해 서도 콘텐츠 보호 기술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진=삼성전자 SUHD TV

그러나 일부 유료방송 업계와 전문가들 가운데에서는 암호화 기술채택이 무료 보편적 서비스인 지상파 방송의 접근성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부정적인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 7월 정부가 지상파UHD 방송의 무료 보편적 서비스를 위해 700MHz 주파수 일부를 방송사에 대가 없이 할당해 줬는데, UHD 방송을 암호화하는 것은 이런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주장하고 있다.

현재는 누구나 안테나만 있으면 지상파 UHD 시험방송을 시청할 수 있지만, UHD 방송 신호에 암호화가 적용될 경우, 별도의 암호화 해독 장치를 구비해야 방송 시청이 가능해진다. 또 해외에서 구입한 TV의 경우 국내 암호화 규격이 맞지 않아 UHD 방송 수신이 불가능 할 수도 있다. 따라서 해외 콘텐츠 불법 유통을 막기 위해 국내 시청자들의 보편적 직접 수신을 저해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것이다.

한양대 융합전자공학부 박승권 교수는 “콘텐츠 보호도 중요하지만 보편적 직접 수신을 저해하지 않는 방식으로 발전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말했다.

암호화를 건다고 해도 콘텐츠 불법 유통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없다는 게 방송 전문가들의 공통된 입장이다. 암호가 해제돼 시청자들이 방송을 보게되면, 궁극적으로 방송 녹화를 금지할 방법이 없다.

방송계 일각에서는 지상파들이 UHD 암호화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려는 시도로 평가하고 있다.

방송계 한 관계자는 "실제, 불법복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 불가능한데도 암호화를 추진하는 이유는 가전사와 유료방송사의 UHD방송 수신, 전송을 모두 컨트롤해 수익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UHD 방송에 암호화가 적용될 경우, 유료방송에 콘텐츠 공급을 원천 차단할 수 있게 돼, UHD 재전송 대가 계약 시 지상파 측이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TV 제조사 등 UHD 방송 수신 단말기 제조 업체에 대해서도 인증비를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게 반대진영의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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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파UHD 방송 표준안은 5월 한달간 의견수렴을 거친 후 6월 경 열리는 TTA 표준 총회에서 승인되면 최종 확정 될 예정이다.

미래부 측은 이같은 논란에 대해, 기술적 표준규격을 만든다고 UHD 방송에 암호화가 바로 도입되는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미래부 관계자는 "민간 표준으로 논의가 되는 것이라 표준에 담기는 것들이 100%로 구현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