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스베이거스(미국)=임민철 기자]델과 EMC의 통합 법인명이 처음으로 공개됐다. 인수합병 절차를 밟고 있는 양사는 향후 '델테크놀로지스(Dell Technologies)'라는 이름을 쓰게 된다. EMC와 각 사업 부문 브랜드는 델의 하부 조직으로 유지될 전망이다.
지난해 EMC 인수 계획을 발표한 델의 마이클 델 회장은 2일(현지시각)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EMC월드' 1일차 기조연설 중 "합병되는 회사의 이름은 델테크놀로지스가 될 것"이라며 "합병회사 안에서 각 부문 브랜드명은 그대로 남는다"고 밝혔다.
통합법인 델테크놀로지스는 기존 델과 EMC 각 사업 부문 브랜드(EMC, VM웨어, 시큐어웍스, 피보탈, 버추스트림, RSA)를 아우르는 형태가 될 전망이다. 합병 회사의 클라이언트서비스 부문은 '델', 엔터프라이즈 사업 부문은 '델EMC'라 불리게 된다.
델은 지난해 10월 EMC를 670억달러에 인수한다고 예고했다. 이후 지난 2월 유럽연합(EU)과 미국 FTC의 인수합병 승인을 받았다. 5월부터 10월 사이에 중국 지역에서의 합병 승인과 특별 주주총회, 최종 거래 절차를 마무리하겠다는 계획을 잡고 있다.
비상장사 델이 EMC 인수합병을 위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에는 지난해 1월30일 마감한 회계연도 매출이 581억달러로 기록됐다. 지난해 12월 31일 마감한 EMC의 2015 회계연도 매출은 247억달러였다.
즉 델과 EMC가 합병 이후에도 각자의 매출 규모를 유지할 경우, 통합법인은 대략 연매출 830억달러에 달하는 대형 IT 업체로 변신하게 된다. 이는 2015 회계연도 매출 817억달러를 기록한 IBM을 넘어서는 수준이다.
그러나 델 회장은 통합법인 델테크놀로지스의 경쟁 상대로 지난해 11월부터 분리 출범한 휴렛팩커드인코퍼레이티드(HPI)와 휴렛팩커드엔터프라이즈(HPE)를 지목했다. PC 단말 제품과 서버, 스토리지 등 기업용 데이터센터 솔루션 영역에서 경쟁해 온 상대였기 때문이다.
델 회장은 "HP는 (HPI와 HPE로) 분할을 해서 회사 규모가 오히려 작아졌는데, 규모가 작아지면 R&D 투자가 감소하고 공급망이 축소되며 영업 인력도 줄게 된다"면서 "IT 시장에서 성공과 혁신을 이끌려면 확장(Scale)이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델과 EMC는 스페셜팀을 통해 '모던 데이터센터'를 만드는 전략을 수립했다"며 "모던 데이터센터의 시대를 열어 기업들이 디지털 경제와 차세대 산업 혁명을 통해 미래를 쟁취하도록 도울 것"이라고 말했다.
EMC월드는 EMC가 지난 2001년 처음 시작한 '엔터프라이즈위저즈컨퍼런스'를 확대한 연례 기술컨퍼런스로 올해 16년째 개최된 것이다. 델과의 합병에 따라 EMC월드라는 명칭의 행사가 내년 이후에도 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해진 상태다.
올해 행사엔 미디어 및 애널리스트와 EMC 협력사 직원, 외부 파트너 개발자와 EMC 및 고객사 임직원 등 300개국 1만여명이 자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3일간 9건의 기조연설, 500개의 분할세션, 1천개의 밋업 세션, 50여건의 'v랩스'와 EMC 및 파트너 기술 시연장인 '솔루션엑스포' 등에 참석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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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과 EMC가 합병한 이후에도 EMC월드가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연례 컨퍼런스로 지속될 수 있을지는 확실치 않다. 주최측에서는 EMC월드의 지속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지만, 주요 임원 기조연설과 공식발표 내용을 통해 델과 EMC의 합병이 새로운 시장 기회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결정이었다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또다른 기조연설자 데이빗 굴든 EMC 정보인프라 부문 CEO는 신형 올플래시스토리지 '유니티', 기업용 클라우드 '버추스트림스토리지클라우드', 복제데이터관리시스템 'eCDM', 소프트웨어정의스토리지 '바이퍼컨트롤러', 데이터센터 가시성을 제공하는 '마이서비스360' 서비스 등을 공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