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이 국내 중대형세단 시장을 겨냥해 야심작으로 내놓은 '신형 말리부'의 초반 흥행추이가 심상치 않다. 사전계약 첫 날 2천대의 계약 대수를 돌파하며 판매 돌풍을 예고하고 있다. 신형 말리부는 한국GM이 수년간 침체된 국내 중형차 시장을 다시 부흥시킬 역작으로 꼽고 있는 모델이다.
28일 한국GM 관계자는 "전날 출시와 함께 사전계약에 돌입한 신형 말리부의 지난 27일 하루 계약대수가 2천대를 훌쩍 넘어선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실제 신형 말리부가 출시된 전날 한국GM 홈페이지는 방문자 폭주로 마비 상태가 한동안 지속됐다. 각종 포털사이트 검색어 상위권도 신형 말리부가 독점하다시피 했다. 한국GM 각 영업점에서도 신형 말리부에 대한 문의 전화가 폭주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한국GM 관계자는 "계약 첫 날 숫자로 판매량을 가늠하거나 모델별 비중을 파악할 만한 수치는 아니다"면서도 "아직 차량이 전시장에 실제로 선보이지 않은 상황인 점을 감안하면 고무적인 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적으로는 1.5 터보가 주력 모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있다"며 "2.0 터보 모델 역시 성능과 차체가 기존 준대형 세단에 버금가는 만큼, 수요를 끌어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초기 반응에 회사 내부에서도 기대감이 고조되고 있다. 내달 고객 인도가 시작되기 전 어린이날 연휴가 끼어있어 영업일수가 모자른 상황이지만 내심 1만대 이상 계약을 기대하고 있다. 신형 말리부는 다음달 중순께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갈 예정이다.
경쟁 차종인 르노삼성 SM6의 경우 사전계약 첫 날 1천300대의 계약대수를 기록하고 한 달여 만에 1만대를 넘어선 바 있다. 현대차 LF쏘나타는 사전계약에 들어간 지 3일 만에 1만대를 돌파한 바 있다.
한국GM은 현대차 그랜저, 기아차 K7 등 한 차급 위인 준대형 세단과의 경쟁도 염두에 두고 있다. 데일 설리반 한국GM 영업·AS·마케팅 부문 부사장은 전날 출시 행사에서 "신형 말리부는 해당 세그먼트인 중형세단 경쟁은 물론 중형차 세그먼트 이상의 (준대형)경쟁도 자신한다"고 밝힌 바 있다.
신형 말리부가 갖춘 경쟁 차종 대비 높은 성능과 가격 경쟁력이 차급을 넘는 세단시장 장악의 요인이 될 것이라는 게 한국GM 측 설명이다.
신형 말리부는 성능을 대폭 개선하고도 가격은 기존 모델보다 100만원 이상 낮아졌다. 북미 가격보다 트림별로 평균 400만~500만원 낮아졌다. 특히 엔트리 트림인 신형 말리부 1.5ℓ 터보 LS 모델의 가격은 2천310만원부터 시작한다. 르노삼성 1.6ℓ 터보 모델보다 400만원 이상 싸다. 국내 2ℓ 자연흡기 가솔린 엔진 모델과도 비슷한 수준이다.
말리부의 전장은 4천925㎜로 기존 모델보다 60mm 길어졌다. 경쟁차종인 쏘나타(4천855mm)와 SM6(4천850mm)보다 각각 70㎜, 75㎜가 더 길다. 한 차급 위 그랜저(4천920mm)보다도 5㎜ 길다.
실내 공간을 결정짓는 척도인 휠베이스(축거) 역시 동급 최고 수준이다. 신혐 말리부의 휠베이스는 2천830mm로 이전 모델보다 93mm 늘어났다. SM6보다도 20mm, 쏘나타보다는 25mm 더 넓다. 특히 전 모델의 단점으로 꼽히던 뒷좌석 레그룸도 33mm 확대됐다.
차체는 커졌지만 무게는 오히려 130kg 줄었다. 여기에 기본 탑재된 스탑 앤 스타트 기능과 엔진 다운사이징을 통해 연료 효율성도 높였다. 주력 모델인 1.5 터보 모델의 16~17인치 타이어 기준 국내 공인 복합연비는 13.0㎞/ℓ로 동급 최고 수준이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의 구체적인 판매 목표를 밝히지는 않았지만 국산 중형세단 판매 1위인 쏘나타가 지난달 7천53대, SM6가 출시 첫달 6천751대 판매된 점을 감안하면, 내심 월 5천~7천여대 수준을 목표로 잡은 것으로 업계는 분석하고 있다.
설리반 부사장은 "신형 말리부는 현대차 쏘나타, 기아차 K5, 르노삼성 SM6 등 모든 국내 경쟁차종의 판매 수치를 추월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비쳤다.
■르노삼성 "수요 이탈 없을 것"...현대차, 연식변경 모델 조기 투입
르노삼성은 신형 말리부의 시장 가세를 내심 반긴다는 입장이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SM6, 신형 말리부, 쏘나타 등 모두 성능과 사양 측면에서 각 차종 만의 장점이 있다. 디자인은 고객 개인별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려 우위를 점치기가 힘들다"며 "오히려 중형세단 시장의 전체 파이가 늘게 돼 업체마다 판매 상승 등 시너지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다만 터보 모델의 경쟁 구도에 대해서는 "SM6 1.6터보의 판매 비중을 보면 대부분 고객들이 고급 사양의 최상위 RE 트림을 선택하고 있다"며 "말리부 1.5 터보 모델의 출시에 따른 수요 이탈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SM6의 이달 판매량은 지난달과 비슷하거나 소폭 상회하는 7천여대 안팎의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알려졌다.
중형세단 전통의 강자인 쏘나타를 보유한 현대차는 바짝 긴장한 모양새다. 현대차는 이달 가격 인상 요인을 최대한 억제하며 안전·편의사양을 강화하고 인기 옵션을 기본 장착한 2017년형 쏘나타를 조기 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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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 연식변경 모델이 하반기 투입되는 점을 감안하면 3개월 이상 출시를 앞당긴 셈이다. 업계에서는 SM6와 신형 말리부 등 경쟁 차종의 신차 효과를 조기에 차단하기 위한 방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다음달 신형 말리부의 판매가 본격화되는 시점부터 중형세단 시장을 놓고 쏘나타, SM6 등과 치열한 판매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계약 첫날 수치로 신형 말리부의 성공을 판단하기는 다소 이른 감이 있지만, 침체돼 있던 중형세단 시장의 판세를 뒤흔들 만한 잠재력이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