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바람 탔던 애플, 왜 中서 발목 잡혔나

시장 포화 추가수요 한계…아이폰SE 돌파구 열까

홈&모바일입력 :2016/04/27 16:08    수정: 2016/04/28 09:21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아이폰 분기 판매량이 처음 5천만대를 넘어선 것은 2013년 12월 분기였다. 애플 회계기준으론 2014년 1분기인 그 때 아이폰 판매량은 5천100만대를 넘어섰다. 사상 최대 기록이었다.

당시 애플이 사상 최대 판매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건 크게 두 가지 이유 때문이었다.

그 중 하나는 아이폰5S와 함께 저가형 아이폰5C를 동시 출시한 점이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큰 요인은 따로 있었다.

아이폰 출시 행사 당시 환호하던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이런 모습을 또 다시 볼 수 있을까? (사진=씨넷)

아이폰5S 출시 때 애플은 사상 처음으로 중국을 1차 판매국에 포함시켰다. 중국을 싼 부품 생산기지 뿐 아니라 중요한 소매 시장으로 대접한 것. 이 전략은 그대로 주효했다. 이후 중국은 애플에겐 텃밭인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시장이 됐다.

서구 대부분 국가들이 시장 포화에 이른 상황에서도 애플이 아이폰 분기 최대 판매량을 계속 경신할 수 있었던 일등공신은 중국이었다. 하지만 이제 중국 시장마저 흔들리고 있다. 애플의 성장 정체를 단순하게 볼 상황이 아니란 진단이 나오는 것도 이런 상황과 무관하지 않다.

■ '중국+아이폰' 악재 겹치면서 성장세 꺾여

애플은 26일(현지 시각) 지난 3월 마감된 2016 회계연도 2분기 매출이 13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아이폰 역시 2007년 출시 이후 처음으로 판매량이 줄었다.

애플의 지난 분기 매출은 506억 달러였다. 이는 작년 동기 매출 580억 달러에 비해 12.8% 감소한 수치다.

이 중 아이폰 매출은 328억6천만 달러로 전체의 65%에 이른다. 지난 해 같은 기간 아이폰 매출은 402억8천만 달러. 아이폰 쪽에서만 74억달러(18.42%)가 줄어들었다.

이 수치를 지역별 매출 추이와 비교해보면 개략적인 그림이 나온다. 애플은 지난 분기 북미 지역 매출이 191억 달러로 작년에 비해 10% 가량 감소했다. 반면 중국 매출은 약 26% 감소한 125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다. 금액으로 따지면 43억 달러 가량이 감소한 셈이다.

중국 매출과 아이폰 실적 부진은 상당 부분 통한다. 중국 스마트폰 시장 자체가 예전 같은 ‘노다지’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시장 조사업체 자료에도 잘 나와 있다. 커낼리스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중국 스마트폰 출하량은 2% 상승하는 데 머물렀다. 이 수치는 올해도 5% 남짓한 수준에 머물 전망이다. 이젠 중국 시장조차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는 증거다.

■ 한 동안 통했던 확장전략, 점차 약효 떨어져

제품 전략 측면에서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 부분에 대해선 미국 경제 전문 사이트 쿼츠가 잘 분석했다.

애플이 지난 2014년 아이폰6 화면 크기를 5인치 수준으로 키우자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 소비자들이 엄청난 기대를 나타냈다. 그 무렵 패블릿으로 불렸던 대형 화면 스마트폰은 아시아 지역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기 때문이다.

시장 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012년에서 2013년 사이 아시아 패블릿 출하량은 6배가 증가했다. 애플이 고집을 꺾고 아이폰6 화면을 키운 건 이런 상황을 노린 조치였다.

또 다른 변수는 중국 최대 통신사 차이나 모바일이었다. 애플이 중국 시장에 처음 발을 들여놓은 것은 2009년이었다. 하지만 중국 최대 통신사인 차이나 모바일과 손을 잡은 건 한참 뒤인 2013년이었다. 덕분에 7억6천만 명에 이르는 고객들을 직접 공략할 수 있게 됐다.

이런 기반이 갖춰진 상태에서 대형 화면을 장착한 아이폰6를 출시한 것은 ‘신의 한 수’로 작용했다. 이 조치는 사상 최대 분기 판매량이란 결실로 이어졌다. 아이폰6 출시 당시 애플은 분기 판매량 7천450만대를 기록했다.

애플이 스마트폰 시장 포화란 관측 속에서도 지난 해 말까지 고속 성장을 구가한 건 중국 시장에서 이런 복합적인 상황이 상승 효과를 일으킨 덕분이었다.

■ 저가 제품으로 신규 수요 창출 전략 통할까

하지만 이젠 중국도 더 이상 이런 전략이 통하기 힘든 상황이 됐다. 중국 시장 자체가 포화 상태에 이른데다 대화면 아이폰 역시 초기 같은 폭발적인 수요를 이끌어내긴 힘든 상황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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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은 이런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아이폰SE란 보급형 제품을 내놨다. 중국 뿐 아니라 다른 이머징 마켓에서 신규 수요를 창출하겠다는 의도다.

이 전략이 애플 생각대로 잘 먹혀들 수 있을까? 지금까지 상황만 놓고 보면 녹록해 보이진 않는다. 몇 년 전 중국처럼 무한한 잠재력을 갖고 있는 미개척 시장은 그다지 잘 눈에 띄지 않기 때문이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