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생물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는 방법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식중독균에 이를 적용하면 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선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서울대 우상렬 .이형호 교수 연구팀이 DNA에 결합해 유전자 발현을 저해하는 조절 단백질인 ‘억제인자'와 억제인자 단백질에 결합해 억제인자가 기능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항-억제인자’의 새로운 결합 및 분리 작용 메커니즘을 규명했다고 24일 밝혔다.
원하는 특정 유전자를 발현시키기 위해서는 DNA로부터 억제인자를 떨어뜨려야 한다. 지금까지는 억제인자 자체를 분해하거나 항-억제인자를 이용해 DNA로부터 억제인자를 떼어내는 방식 등이 연구돼 왔다. 이 가운데 항-억제인자를 이용하는 방법은 DNA 구조를 모방하는 항-억제인자가 DNA 대신 억제인자에 경쟁적으로 결합함으로써 억제인자의 DNA 결합을 방해하는 방식이다.
연구팀은 억제인자의 새로운 작동 방식과 더불어 항-억제인자의 결합에 의한 DNA로부터의 분리 메커니즘을 밝힘으로써 기존의 방식 뿐만 아니라 다양한 방식으로 억제인자가 유전자의 발현을 정밀하게 조절할 수 있음을 처음으로 밝혔다.
연구팀은 살모넬라균을 감염시키는 세균 바이러스 ‘SPC32H'로 부터 기존에 보고된 것과는 종류가 다른 억제인자 '항-억제인자 쌍'을 발견하고 작동 방식을 규명하고자 연구를 시작하였다.
먼저 X-선 결정학 기법을 이용해 두 단백질 복합체의 고해상도 3차원 구조를 규명하였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억제인자는 2량체를 이루어 DNA에 결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의 억제인자가 4량체(단백질 분자 4개가 모여 기능을 나타내는 단위체)를 이루어 DNA에 결합하며, 특히 서로 다른 2개의 비대칭적 2량체로부터 각각 하나씩의 DNA 결합 도메인(3차원 구조를 바탕으로 한 단백질의 부위 중 DNA에 결합하는 데에 관여하는 부위)이 관여해 DNA에 결합한다는 새로운 사실을 밝혔다.
또한 '항-억제인자 4량체'는 이러한 억제인자 4량체 가운데에서 억제인자와 결합해 이형 8량 복합체(서로 다른 2종 이상의 단백질 분자가 8개 모여 기능을 나타내는 단위체)를 형성하며, 이로 인해 억제인자가 더 이상 DNA에 결합하지 못하게 만든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 연구 결과는 미생물 세포의 유전자 발현을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개발하는 데에 활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억제인자-항-억제인자 쌍을 다양한 식중독균에 적용할 수 있다면 식중독균이 병을 일으키는데 필요한 유전자 발현을 선별적으로 조절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항생제의 저항성을 유발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으로 식중독균을 제어할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의 항미생물제제 개발의 가능성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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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렬 교수는 “이번 연구 성과는 유전자의 발현을 저해하는 조절 단백질이 DNA에 어떻게 결합하는지, 어떻게 분리되는지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며 "이 조절 단백질이 식중독균의 병원성 유전자 발현을 조절할 수 있도록 추가 연구가 진행된다면, 식중독 원인균에 대한 새로운 항미생물 제제를 개발하는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는 미래창조과학부 기초연구사업(개인연구 등) 등의 지원으로 연구를 수행했으며, 다학제 분야의 세계적인 학술지 PNAS 온라인판 4월 20일자에 게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