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맥스 OS 재도전, 이번엔 성공할까

OS 시장서 고민해야 할 네 가지 변수

2016년 4월 20일. 티맥스가 독자 개발한 운영체제(OS)라며 ‘티맥스OS’를 공개했다. 2009년 티맥스윈도우의 처참한 실패 후 7년만의 OS 시장 재도전이다. 티맥스는 정식버전을 10월에 출시한다. 이어 전세계 OS 시장의 50%를 차지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박학래 티맥스오에스 대표는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OS 밑바닥 기술부터 하나하나 제대로 설계했다”며 “티맥스OS가 성공한다면 미들웨어와 데이터베이스, OS까지 핵심 원천기술을 모두 확보했다는 의미가 크다”고 강조했다.

박 대표는 “연말 클라우드 인프라 서비스를 발표하기 위해 연구개발중”이라며 “OS와 클라우드 기반으로 미래 4차산업 혁명이란 지능정보 사회에서 국내외 시장을 선도하도록 매진하겠다”고 덧붙였다.

티맥스의 포부와 별개로 OS시장은 여러 변수를 갖는다. 아무리 좋게 만들었어도 수많은 이유로 외면받아 사라진 OS가 대부분이다. 처음부터 모든 것을 만들기도 어렵고, 성공시키기는 더 어렵다. 티맥스의 OS 시장 재도전, 성공할 수 있을까.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아 보인다.

■PC OS 시장은 가치있는 곳인가

현재 전세계 PC OS 시장은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의 천하다. 전체의 10%도 안 되는 시장에서 구글이 크롬OS로 조금씩 파이를 넓히고 있고, 애플은 OS X로 변함없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리눅스 데스크톱도 일부에서 쓰인다.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세계 PC 출하량은 6천60만대였다. 전년동기 대비 11.5% 줄어든 규모다. 무엇보다 출하량이 10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PC 시장 자체가 정체된 수준을 넘어 위축 단계로 접어들었다.

티맥스가 티맥스윈도우를 선보였던 2009년만 해도 아직 PC 시장이 성장기조를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스마트폰과 태블릿의 확산으로 하락세로 돌아섰다. MS도 분기마다 윈도 OS 매출이 지속적으로 줄어들고 있다. MS에서 윈도 새버전을 내놓을 때에 맞춰 늘어났던 PC 교체수요도 전같지 않다. 소비자는 구매한 PC를 쉽게 바꾸지 않으며, 휴대폰과 다른 가전에 돈을 쓴다. 기업과 공공기관은 업무용 PC를 쉽게 교체하지 않는다. 사용하는 업무용 애플리케이션을 새로운 PC 환경에서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한 뒤에야 PC를 교체한다. 신흥국가의 IT디바이스 시장은 데스크톱PC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모바일로 건너뛰었다.

이제 PC OS를 독자적으로 개발하려는 회사는 많지 않다. 오픈소스 진영의 리눅스 데스크톱이 매년 업데이트되며 명맥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중국, 러시아 같은 국가에서 정부주도로 OS를 만들려 하지만, 그도 리눅스 커널을 기반으로 변형하는 수준이다. 최근 수년사이 경쟁은 모바일 시장에서 치열하다. 애플과 구글이 iOS와 안드로이드로 점유율 싸움을 벌이고 있다. 모든 용도의 OS 시장을 기준으로 보면, 상용 유닉스가 경쟁의 기미를 유지하는 상황이지만 그 시장도 위축되고 있다.

티맥스는 고정된 OS 시장 상황을 MS 윈도의 독점 탓으로 진단했다. MS가 비표준기술로 시장을 장악하고 있어 시장이 고정됐다는 것이다.

유웅진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윈도는 표준이 아니며, MS의 기술도 표준이 아니다”라며 “OS에서 돌아가는 개발, 실행, 서비스 플랫폼이 다양한 기술과 얽히고 설켜 제대로 된 경쟁을 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표준을 놓고, 그 표준을 준수하면서 품질 경쟁을 일으키자는 게 우리의 일관된 주장”이라며 “티맥스OS는 시스템 커널과 그래픽, 애플리케이션 구동 부분을 분리하며, 티맥스원플랫폼이란 환경에서 다른 OS에서 만들어진 애플리케이션을 바로 사용할 수 있는 호환성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호환성과 생태계, 협력을 끌어낼 수 있을까

TOP는 티맥스에서 제공하는 애플리케이션 개발 환경이다. MS 윈도, 애플 OS X, iOS, 안드로이드 등을 위해 개발된 애플리케이션도 티맥스OS에서 바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100% 호환을 호언장담했다.

마우스, 키보드, 프린터, 그래픽카드 등의 디바이스 드라이버 호환성도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티맥스OS는 애플리케이션 호환성을 별도의 계층에서 처리한다. 윈도 기반 앱을 구동하는 계층이 별도로 있다는 것이다. 시연장에선 MS 오피스 애플리케이션을 실행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직 베타기 때문에 세계에 존재하는 무수한 애플리케이션을 모두 구동할 수 있을지 확인 불가능하다. 다만 윈도용 크롬을 설치하려 했을 때 실패했다.

하드웨어 제조업체의 호응을 끌어내야 하는 부분도 난제다. 리눅스의 경우 엔비디아에서 수년간 리눅스용 그래픽 드라이버를 지원하지 않았었다. MS는 윈도 생태계의 드라이버를 표준화하는데 10년넘게 걸렸다. 윈도의 악명높은 ‘죽음의 블루스크린’은 디바이스 드라이버 충돌이 대부분이었다.

티맥스OS가 여러 PC에서 사용되려면 디바이스 드라이버를 문제없이 쓸 수 있어야 한다. 드라이버 제공의 책임은 하드웨어 제조사에 있다. 한국 내 제조업체라면 용이할 수 있지만, 글로벌 제조사의 협력을 이끌어낼 수 있을 지 불확실하다.

■클라우드 시대, PC OS의 의미

IT 시장의 격전지는 현재 클라우드 컴퓨팅이다. 아마존웹서비스,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이 퍼블릭 클라우드 인프라 시장에서 치열하게 싸우고 있다. 클라우드 IaaS에서 VM 내부에 설치되는 OS는 서버용이다.

클라우드 시장에서 OS의 의미는 전보다 대폭 축소된다. OS는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하기 위한 지극히 기본적 요소에 불과하며, 애플리케이션 아키텍처와 개발환경, 서비스 구성, 안정적 관리 등에 관심이 집중된다.

기업의 IT지출은 클라우드 시장으로 이동한 지 오래다. 서버, 스토리지, 네트워킹 등을 고민하지 않고 애플리케이션만 개발하면 되는 PaaS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아예 애플리케이션을 웹 상에서 서비스 형태로 이용하는 SaaS는 일찌감치 자기만의 시장을 형성했다.

티맥스오에스 측은 연말께 클라우드 관련 발표를 하겠다고 밝혔다. 리눅스 기반 클라우드 OS란 설명을 덧붙였다. IaaS 외에 TOP를 확장한 PaaS도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내년 티맥스OS 임베디드, 모바일 에디션도 공개하면, 소형 디바이스부터 클라우드 데이터센터까지 전 범위의 운영체제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티맥스OS는 매력있나

티맥스OS의 UI는 우분투 리눅스 데스크톱과 OS X, 윈도7을 혼합한 모습이다. 왼쪽 하단에 윈도의 시작메뉴 역할을 하는 ‘앱리스트’ 버튼이 있으며, 화면 하단은 실행중인 앱을 보여주는 ‘독’ 바가 있다. 화면 상단에 우분투 리눅스와 OS X처럼 각종 메뉴를 제공하는 ‘테스크톱패널’이 있다.

회사측은 워크스페이스 기능을 특징으로 내세웠다. 4개의 데스크톱 화면을 별도로 띄워놓고 이동할 수 있다. 윈도나 우분투, OS X에서 모두 유사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다.

보안성의 경우 4단계로 보안계층을 구성해 안전한 구동을 보장한다고 한다. 시큐어존이란 공간에서 애플리케이션이 독립적으로 구동되고, 시큐어존 외부 자원에 영향을 주고 받지 않는다고 한다.

브라우저는 ‘투게이트’란 웹브라우저를 제공한다. 동영상 플레이어와 화면캡처, 메모장 등이 공개됐다. 티맥스는 다양한 문서포맷을 실행할 수 있는 티맥스 오피스 제품에서 경쟁력을 강조하고 있다.

OS는 기본 에디션인 ‘티맥스OS 홈 에디션’을 개인 사용자에게 무료로 제공한다. 프로페셔널 에디션과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유료로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과연 티맥스OS가 진정한 의미의 독자개발된 OS라 볼 수 있을지 쉽게 정의내리기 힘들다. OS 커널은 BSD 유닉스 계열이고, 그래픽 처리와 GUI 부분을 독자 개발했다고 한다. 커널을 직접 만들어야 OS를 개발했다고 할 수 있는지 논란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