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의 미국산 '임팔라' 고수, 묘수될까?

업계·고객 긍정적 반응...노조 반발이 변수

카테크입력 :2016/04/18 11:21

정기수 기자

한국GM이 최근 준대형 세단 '임팔라'의 국내 생산을 포기하고 수입 판매를 지속키로 최종 결정했다. 작년 9월 국내 출시된 임팔라는 앞으로도 GM(제너럴모터스)의 미국 디트로이트 햄트리믹 공장에서 생산해 전량 수입·판매된다.

우선 이번 결정에 대해 국내 고객들은 반색하는 분위기다. 사실 임팔라의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은 미국에서 10세대에 걸쳐 검증된 성능도 한 몫 했지만 국산차 가격의 수입차 프리미엄이 크게 작용했다.

올 2월 임팔라 2.5 LT 트림을 계약하고 이달 초 차량을 인도받은 김모(35.서울)씨는 "임팔라의 국내 생산이 임박했다는 언론 보도를 접하고 서둘러 계약했다"고 전했다.

쉐보레 '임팔라'(사진=한국GM)

임팔라의 경우 수입차 프리미엄을 떼고도 국내에서 인기가 지속될 수 있을 지 여부가 미지수였다. 한국GM이 국내 생산을 포기하게 만든 가장 큰 이유다.

한국GM 역시 임팔라의 수입 판매 배경에 대해 "임팔라가 갖고 있는 수입 세단의 프리미엄 가치를 원하는 고객의 기대에 부응하는 한편, 정부의 단계별 탄소규제에 탄력적·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을 종합적으로 고려했을 때 국내 생산보다 수입 판매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을 내놨다.

현재 임팔라의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효과 등을 누릴 수 있는 수입 판매가 불가피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사실 국내생산 임팔라의 경우 생산라인 설치에 투여되는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감안하면, 오히려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고객들이 임팔라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수입차이면서도 경쟁 국산차 대비 뛰어난 가성비였다"면서 "사실상 국내 탄소 규제를 맞추기 위한 설비 증설에 들어가는 비용을 감안하면 애초 임팔라의 국내생산은 기업 입장에서는 타산에 맞지 않는 검토였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9월부터 국내에 본격 판매를 시작한 임팔라는 올 3월까지 7개월간 총 1만473대를 판매했다. 월평균 1천700여대 수준이다. 전신인 GM대우와 한국GM을 통틀어 준대형 세단이 월간 판매량 1천대를 넘은 적은 없다.

단순히 수치상으로 확신할 수는 없지만 임팔라가 현재 판매 추이를 이어갈 경우 연간 최대 2만여대 수준까지 판매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전 준대형 모델 알페온의 연간 판매량이 약 4~5천대에 불과했던 점을 감안하면 4배 이상 신장이 가능한 셈이다.

지난달에도 2천9대가 판매돼 전월 대비 60.1% 늘었다. 본사로부터 물량 공급이 늘어나며 판매가 다시 탄력을 받고 있다. 지난해 출시 당시 4개월여에 달했던 인도 대기기간도 2개월여로 줄었다. 올 들어 2개월 연속 지켜오던 국내 준대형 세단 2위 자리에서 밀려나긴 했지만, 신형 K7 등 경쟁차종의 신차 효과가 본격화된 점을 감안하면 선방한 것으로 한국GM은 받아들이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임팔라의 판매 추이는 당초 기대치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다"며 "적체 물량이 해소되는 시점인 5월 이후 판매량이 더 확대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팔리고 있는 수입차 중에서는 가장 많은 판매고를 올렸다. 임팔라는 올 1분기(1~3월) 총 4천815대가 팔렸다. 같은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방식으로 국내에 들여오는 수입산 승용차 르노삼성 QM3(2천664대)는 물론, 1분기 국내 수입차 베스트셀링카인 메르세데스-벤츠 E220 블루텍 디젤(2천849대)도 큰 폭으로 제쳤다.

한국GM 입장에서는 현재 만족스러운 판매고를 올리고 있는 '미국산 임팔라'를 외면하고, 굳이 위험 부담을 감수하며 국내 생산에 뛰어들 이유가 없는 셈이다.

■노조 반발 풀까

임팔라의 수입 판매 결정이 업계와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는 것과는 달리, 노조의 반발은 거세다.

한국GM 노조는 사측의 임팔라의 국내생산 포기를 결정한 직후 "노사간의 합의를 지키지 않고 신뢰를 깬 것에 대한 엄중한 책임과 대가를 치르게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중형차, 중대형차 라인업을 갖춘 부평2공장의 생산능력이 축소될 우려가 있어 임팔라를 국내에서 생산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주장이다. 지난해 임팔라가 수입 판매되면서 기존 알페온의 생산 라인은 사실상 가동을 멈췄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 교섭에서 부평2공장의 중대형차 후속모델 생산요구 등 글로벌 GM의 한국GM 축소에 맞서는 투쟁을 전개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사측은 노조에 임팔라 국내 생산의 당위성을 설득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한국GM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으로 입장을 밝힐 단계가 아니다"면서도 "임팔라의 수입 판매가 불가피하다는 점에 대해 노조 측에 이해와 협조를 구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노조 반발의 핵심이 임팔라의 국내 생산보다는 부평2공장의 가동률 제고에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GM 노조 반발의 본질적인 쟁점은 특정 차종의 국내 생산 여부가 아닌, 국내 공장의 물량 보전 요구"라며 "결국 한국GM이 국내 생산하고 있는 모델들의 판매가 증가하는 게 궁극적인 해법"이라고 말했다.

신형 말리부(사진=GM)

한국GM이 최근 잇따라 투입하고 있는 신차들이 초반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점은 고무적인 대목이다. 오는 22일부터 출고에 들어가는 '신형 캡티바'는 계약 호조로 전체 모델의 판매량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2011년 출시된 캡티바는 국내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시장에서도 가장 큰 규모를 갖고 있는 중형 SUV로 2014년에는 9천370대까지 판매량이 치솟기도 했다.

올 상반기 최대 기대주 중 하나로 꼽히는 중형 세단 '신형 말리부' 역시 다음달부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한다. 현재 부평 2공장은 신형 말리부의 시험용 차량 생산에 돌입, 해당 공장의 가동률을 점차 높여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GM은 오는 27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9세대 풀체인지(완전변경) 모델인 신형 말리부의 출시 행사를 갖는다. 이와 함께 사전 계약에도 돌입할 예정이다.

말리부는 지난 2011년 국내 첫 선을 보인 후 지난해까지 총 6만3천83대 판매된 한국GM의 볼륨 모델이다. 모델 노후화로 판매량이 감소한 지난해에도 1만6천382대가 팔려나가며 월평균 1천400여대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한국GM은 신형 말리부가 투입되면 판매량이 크게 확대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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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GM은 궁극적으로 국내 4개 공장 중 생산성이 낮은 부평2공장과 군산공장의 효율적인 운영을 위한 다각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지난달 신형 캡티바 출시 행사에서 황준하 한국GM 파워트레인부문 전무는 "5월부터 신형 말리부가 부평2공장에 들어가면 풀 케파가 될 것"이라며 "군산 파워트레인 공장에는 연말에 새로운 크루즈가 생산에 들어간다. 한국GM은 4개 공장을 모두 풀 케파로 돌아갈 수 있게 노력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