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가 유료방송사들에 가입자당 재전송료를 42%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지상파 재전송권을 분석한 정부 보고서가 나와 주목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그간 지상파 3사가 받아온 재전송 대가는 매년 큰 폭으로 성장했다. IPTV와 케이블TV 디지털 가입자가 증가하면서 지상파 3사의 재전송 매출이 크게 성장했다. 반면 시청환경 다변화로 인해 광고 매출은 줄어 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광고 매출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유료방송 쪽에 전가하려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올 수 있는 부분이다.
■지상파, 광고 줄자 유료방송 팔비틀기?
방송통신위원회는 ‘지상파 방송채널 재전송 거래’ 시장 분석이 포함된 ‘2015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를 30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방송 3사와 계열 지상파방송사의 재전송 대가 규모는 2011년 345억 원, 2012년 594억 원, 2013년 1255억 원, 2014년 1551 억원(23.6%상승) 으로 매년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방송사의 전체 방송사업 매출액 중 지상파채널 재전송 수익이 차지하는 비중도 2014년 3.87%로 전년과 비교해 0.65% 포인트 증가했다.
보고서는 IPTV와 케이블TV 디지털 가입자 증가로 인한 재전송 거래시장 규모가 지속적인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재전송료 대가 산정 대상이 아닌 아날로그 케이블TV가입자는 줄고 IPTV 가입자와 케이블TV 디지털 가입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따라 향후 지상파방송사의 재전송 수익도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할 수 있다.
하지만 지상파 방송 3사는 이에 만족하지 않고, CPS(가입자당 지불하는 재전송료)를 현 280원에서 400원으로 42% 인상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유료방송 업계는 42% 인상에 대한 근거가 없다며 "지상파가 광고 수익이 줄어들자 유료방송 사업자의 팔을 비틀고 있다"고 맞서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상파방송사의 방송광고매출 규모는 2014년 1조 6862억 원으로 전년 대 비 8.0% 감소해 2012년 이후 3년 연속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상파 VS 케이블 대결...배트맨 VS 슈퍼맨?
그렇다면 재전송료 협상에서 지상파와 케이블 중 누가 이길까?
보고서는 비등비등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놨다. "공급자인 지상파방송3사의 공급 집중도가 상당하고 수요자인 유료방송 플랫폼의 대응력 역시 높은 편”이라는 설명이다.
지상파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들의 수요가 여전히 높고, 종합편성채널 등 다른 방송채널로 대체할 수 없다는 게 지상파의 무기다. 보고서에는 지상파채널 전체가 제외된다면 유료방송서비스 이용 자의 61.6%가 지상파가 나오는 다른 서비스로 전환할 의향이 있다는 설문조사가 포함돼 있다.
반면 보고서는 "유료방송사업자도 지상파 방송사에 대한 높은 수준의 협상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했다. 실제 광고주 대상 설문조사에서 케이블TV에서 특정 지상파TV 재 전송이 중단 되면 해당채널 광고지출액의 27.9%를 삭감하겠다는 응답결과가 나왔다. 케이블TV사업자들이 VOD협상 과정에서 지상파 실시간 광고 중단 카드를 꺼내들은 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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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상황은 케이블보다 지상파3사의 힘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서도 "최근 유료방송 시장의 경쟁환경 변화 등에 따라서 수요자인 유료방송 플랫폼이 공급자인 지상파 방송사측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협상력이 약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유료방송 플랫폼간 가입자 유치 경쟁이 치열해져 핵심 콘텐츠 확보가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IPTV 시장 진입 이후 가입자는 최소 5개의 유료방송 플랫폼(IPTV3사, 지역 케이블1사, 위성1사)을 선택할 수 있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