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전력 장거리 통신 기술(LPWA)을 지칭하는 ‘소물인터넷’ 기술을 통해 본격적인 사물인터넷(IoT) 시대가 활짝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사물인터넷 적용 대상이 더 작고 세분화되면 될수록 사물에만 인터넷이 연결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는 사람도 인터넷에 상시 접속된 상황에 놓이게 된다.
공공 부문과 문화, 관광 등 다양한 분야에 사물인터넷 기술이 생활의 편리함을 높여줄 것이란 기대감도 크지만, 한편으로는 해킹으로 인한 무분별한 사생활 노출과 ‘디지털 족쇄’로서의 우려감도 커지고 있다.
■소물인터넷 기술로 모든 것 연결되는 ‘사물인터넷’ 시대
최근 국내 이동통신 3사는 저전력으로 소량의 데이터를 멀리 보내는 데 이용되는 기술인 LPWA(Low Power Wide Area)를 차세대 IoT 사업으로 지목했다. 이들 통신 3사는 IoT 전용 전국망 구축과 통합 관제센터 운용, 전용 모듈 개발 등의 계획을 밝히며 다양한 서비스와 비즈니스 모델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다.
SK텔레콤, KT는 IoT 전용 전국망 서비스 계획과 함께, 중소기업 및 벤처와의 협업과 지원을 통한 기술 확산에 주력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KT는 소물인터넷 모듈 10만개를 개발 업체에 무상 고급하고, 2018년까지 400만개의 사물을 연결한다는 계획이다.
LG유플러스는 소물인터넷 전용 LTE 통신 모듈을 출시하고, 기존 LTE 통신망을 활용한 소물인터넷 서비스 준비를 마쳤다.
소물인터넷은 기존 초고속인터넷, 최신 장비를 활용한 홈IoT, 헬스케어 IoT 등을 넘어 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작업 환경 등에 많은 변화를 몰고 올 전망이다. 특정 공간과 분야에 한정됐던 IoT가 언제 어디서든 이용되는 보편적인 기술과 서비스로 생활 곳곳에 자리잡게 된다는 뜻이다.
예를 들어, 도시가스 원격 검침 서비스, 공원 내 미아방지 서비스, 자전거 위치 파악, 주차 공간 확인 등에 활용이 가능하다. 또 공연장이나 놀이공원의 혼잡 정도를 파악하는 것도 가능하고, 공장과 같은 작업 공간에서 장비를 효과적으로 관리하고 인부들의 작업 효율을 높이는 데에도 쓰일 수 있다.
저전력, 저가 단말기, 낮은 구축 비용, 안정적인 커버리지 제공 등으로 진정한 사물인터넷 시대가 더 빨리, 또 더 넓게 확산된다는 뜻이다.
■'모든 사물 연결', 사람을 감시?
하지만 동전의 양면처럼 사물인터넷 기기가 늘어나고, 사용처가 확대된다는 것은 무조건 긍정적인 변화만을 뜻하진 않는다.
결국 사람도 관리되고 통제되는 하나의 사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소물인터넷 기술이 발전되면 모듈 크기가 점점 축소되고 단추 정도 크기의 모듈로도 사람의 위치 추적과 행동 파악이 실시간으로 가능해진다.
고용주인 기업 입장에서는 업무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직원들의 위치와 작업량 분석이 가능해져 매우 바람직한 기술일지 모르지만, 근무자 입장에서는 감시 도구가 되는 셈이다.
미아방지와 같은 서비스도 악용하면 누군가를 남몰해 감시하는 데 잘못 쓰일 염려도 있다. 특히 통신 모듈이 갈수록 소형화 되고, 탈부착이 가능할 만큼 편리해지기 때문에 오용될 소지가 있다.
나아가 사물인터넷 기술과 서비스의 확산으로 단순 노동자들의 일자리가 줄어들 염려도 크다. 굳이 똑똑한 인공지능 수준의 로봇이 아니더라도, 간단한 작동이 가능한 기계에 통신 모듈만 장착되면 매장의 재고를 파악하거나 필요한 물품 등을 주문하는 등의 작업이 가능해진다.
미국에서는 진열대에 상품이 떨어졌거나 가격 표시 오류를 잡아주는 매장 검사 로봇 ‘탤리’가 테스트 중이다. 본체에 장착된 카메라가 진열대를 확인하고 상품의 품절을 모니터링 한다. 또 제품의 가격표 실수도 확인해 줄 뿐 아니라, 진열된 상품 수가 줄어드는 것을 실시간으로 알려준다.
이처럼 사물인터넷은 단순히 집에 있는 에어컨이나 전등을 끄는 정도의 편리함을 제공하는 수준이 아니다. 가까운 미래에는 직장인 출퇴근 확인부터, 작업량과 작업속도, 업무 효율성 등을 점검하고 이를 평가하는 데까지 활용될 가능성이 있다.
엡손이 개발한 업무용 스마트 헤드셋 '모베리오'는 와이파이 통신 기술로 운영자가 작업자에게 원격으로 업무를 지시하거나, 반대로 작업자가 운영자에게 자신이 보고 있는 대상을 실시간 영상으로 전송이 가능하다. 운영자가 작업자 시각에서 무엇을 보고있는지 까지 실시간 감시할 수 있다는 뜻이다.
■더 중요해지는 보안…“뚫리면 다 털린다”
만약 보안에 구멍이 뚫릴 경우 생활 전반에 깔린 사물이 누군가의 일상을 감시하고 들여다 보는 빅브라더로 전락할 위험도 존재한다.
기존에는 해킹으로 인한 보안 사고가 발생할 경우 개인정보가 유출돼 금전적 손실이 발생하는 수준이었다면, 사물인터넷 시대에는 가장 사적인 공간까지 누군가 들여다보고 이를 악용할 위험에 처할 수 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이 최근 발표한 ‘2015년 인터넷이슈기획조사’에서 80.6%에 달하는 대부분의 인터넷이용자들은 미래인터넷사회를 '세상 모든 것이 상호작용하는 초연결사회', 즉 사물인터넷 시대로 인식했다.
또 미래인터넷사회에 대비하기 위해 '안전한 정보보호 체계(62.4%)', '신뢰할 수 있는 정보유통 공간(14.1%)' 등이 필요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생활이 더욱 편리(95.8%)'해지고 '산업간 경계가 허물어질 것(71.4%)' 등 더 나은 미래인터넷사회를 전망하지만, '해킹(96.0%)'에 대한 우려와 한계도 함께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인터넷진흥원 김주영 정책연구단장은 “사물인터넷 시대가 되면서 다양한 생활 기기들에 인터넷이 붙고 있는데, 자칫 해킹 등으로 오용될 경우 흉기나 감시 기기가 될 수 있다”면서 “사물인터넷 시대가 된다고 해서 무조건 사생활 노출이 심해지고 사람들이 통제받게 된다고 볼 수는 없겠지만, 사업자들이 안전하게 관리해야 할 정보가 확대되고 보안의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한편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1월 발표한 ‘2015년 사물인터넷 산업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사물인터넷 시장매출액(잠정)은 전년대비 28% 증가한 4조8125억원(2014년 3조7천597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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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야별로는 제품기기 분야의 매출액이 2조2천58억원으로 가장 높은 비율(45.8%)을 차지했다. 네트워크 분야의 매출액은 1조4천848억원(30.9%)으로 뒤를 이었다.
서비스 분야별로는 개인화서비스(스마트홈, 헬스케어, 미아방지 등)의 비율이 31%로 가장 높았다. 이어 지불/결제(매장판매관리, NFC결제서비스 등 19.5%), 사회/문화(도서관리, 관광정보제공 등 8.5%) 순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