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미국)=김우용 기자] 한 시각 장애인이 집을 나서 거리를 걷는다. 그 앞으로 쏜살같이 스케이트보드를 탄 남자가 지나간다. 멈춰선 그가 선글라스 한쪽을 만지자 ‘한 남자가 스케이트 보드를 타고 점프하고 있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동료들과 회의를 하면서도 자신의 말을 상대방이 어떤 표정으로 듣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식당에선 홀로 메뉴판을 읽어 주문할 수도 있다. 선글라스의 인공지능이 카메라로 장면을 인식해 그에게 알려주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의 인류 위협을 걱정하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AI가 일자리를 빼앗아가고, 종국엔 인간을 죽일 것이란 영화같은 상상이 곧 현실화될 것처럼 느껴진다. 이에 MS는 강한 낙관론을 펼친다. 선택권을 가진 인류가 기술을 바람직한 방향으로 발전시켜 가면, 인공지능 기술이 인간에게 새로운 힘을 줄 수 있다는 메시지다. 앞서 설명한 장면은 시각장애인에게 AI가 어떤 힘을 줄 수 있는가에 대한 것이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30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컨퍼런스 ‘빌드2016’ 기조연설에서 ‘플랫폼으로서 대화’ 란 개념을 들고 나왔다.
그는 “MS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과 조직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한다는 미션을 갖고 있다”며 “나는 기술이 일상에서 우리에게 힘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고 말했다. 그는 "인간 대 기계의 대결을 원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2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올해 빌드 컨퍼런스의 첫날 기조연설은 AI와 인간의 대화를 주제로 삼았다. 인공지능비서 코타나는 더 똑똑해져 사람의 요청없이 먼저 도움을 준다. MS는 개발자에게 AI를 쉽게 활용할 수 있는 API, 개발도구를 제공한다. 사람은 일상 언어로 AI와 대화하고, 생산성 높은 일상을 살아간다.
나델라가 강조한 ‘플랫폼으로서 대화’는 인간과 AI비서, 봇 등으로 이뤄진다. 오랜 시간 사람과 사람이 대화를 통해 소통했는데, 이제 시리나 코타나 같은 AI가 사람과 대화하게 됐다. AI 비서는 사람에게 필요한 봇을 곳곳에서 찾아 연결해 준다. ‘인간-AI 비서-봇’로 연결은 사람의 언어를 소통수단으로 삼는다.
AI가 자연속 사물의 존재뿐 아니라, 주위 상황과 맥락을 이해하게 되면서 이 플랫폼은 더 강해졌다. 인간을 위협할 수 있는 능력 만큼, 인간을 도와줄 수 있는 능력 또한 강해졌다.
MS는 수많은 개발자에게 AI 기술을 이용하기 쉽도록 함으로써, 도움을 원하는 곳에 AI의 역량이 투입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심심해서 슬랙 봇과 몇가지 단순한 대화만 하는게 아니라 실제 업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슬랙 봇과 할 수 있다.
당신은 코타나와 여행계획을 짤 수 있다. 코타나는 자신의 주인에게 여행할 도시의 유명 식당을 추천하고, 예약까지 해준다. 전에 갔던 곳이라면 다시 가고 싶은데 이름을 잊어버린 가게도 찾아준다. 당장 서비스 회사의 도움을 필요로 한다면, 그를 맡은 전문 채팅 봇을 찾아 연결해준다. 사람은 고객센터 상담원과 얘기하듯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
시각장애인에게 세상에서 벌어지는 일을 이해해 말로 설명해주고 삶의 질을 한차원 끌어올린 AI는 코타나였다. 코타나의 도움을 받은 시각장애인은 MS에서 근무하는 10년차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사키브 사이크 씨다. 그는 컴퓨터와 대화하게 됨으로써 어둠 속에서 벗어나 전혀 다른 삶을 살 수 있게 됐다. 그는 세상을 설명해주는 스마트 글래스를 꿈꿔왔고, 만들어냈다.
그의 일상은 기조연설 마지막 동영상으로 나왔다. 그가 스마트글래스를 한번씩 만질 때마다 청중들이 환호했다. 동영상이 끝나고, 사키브 사이크 씨가 무대에 올라 사티아 나델라와 나란히 섰다. 모두가 기립해 박수갈채를 보냈다.
나델라 CEO는 “사이크는 빌드에 참석해 다른 개발자와 만나고 있다”며 “그는 이곳에서 두개의 세션도 강연자로 나설 것이고 매우 잘 할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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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개발자로서 우리는 이같은 가공할 기회와 책임을 갖는다”며 “우리는 미래의 꿈을 꿀 뿐 아니라 미래를 만들기 때문이다”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빌드 컨퍼런스는 MS란 회사의 거침없는 전진을 보여줬다. 올해 빌드 컨퍼런스는 AI와 인류에 대한 묵직한 감동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