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형SUV 가성비 전쟁...강자 티볼리 vs 하이브리드 니로

쌍용차 시장 1위 수성에 기아차 도전장...판도 변화 촉각

카테크입력 :2016/03/30 08:50    수정: 2016/03/30 09:19

정기수 기자

기아자동차가 하이브리드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니로'를 내놓고 국내 소형SUV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경쟁 차종은 쌍용차 '티볼리', 르노삼성 'QM3', 한국GM '트랙스' 등이다.

국내 소형 SUV시장은 지난해 8만6천233대가 판매되며 전년 대비 161.9% 늘어났다. 이 중 티볼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50%(4만5천21대)를 넘는다. 실제 기아차는 지난 29일 열린 니로 출시행사에서 티볼리를 '국내 소형SUV 시장의 절대 강자'라고 언급하며 주요 경쟁모델로 여러 차례 지목했다.

기아차는 하이브리드 차량의 경쟁 모델 대비 앞선 연비와 실구매가를 앞세운 가격 경쟁력으로 단숨에 소형 SUV 시장의 주도권을 틀어쥔다는 복안이다. 초반 흥행 추이는 성공적이라는 평가다. 니로는 지난 16일 사전계약에 돌입한 이후 29일 기준 누적계약 1천500대를 돌파했다. 10여일간의 영업일 동안 일평균 150여대 이상의 계약대수를 기록한 셈이다.

남양연구소 풍동시험장에서 진행된 '니로'의 고속주행 시 공기흐름 측정 테스트(사진=기아차)

니로의 올해 내수 판매 목표는 1만8천대다. 남은 9개월간 월평균 2천여대를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소형SUV 판매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티볼리의 지난해 월평균 판매대수는 3천700여대다. 이어 QM3 2천여대, 트랙스 1천100여대 등의 순이다. 특히 티볼리는 올 1월과 2월에도 각각 3천222대, 3천374대가 판매됐으며 이달에도 4천여대 가까운 수준의 판매량을 유지하고 있다.

니로가 월평균 목표를 달성할 경우 단숨에 시장 2위 모델로 부상하게 된다. 경쟁 차종 중 어느 모델의 수요를 잠식하느냐에 따라 1위 경쟁에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모델별 비교 우위는?

우선 연비는 하이브리드 차량 특유의 고연비를 갖춘 니로의 압승이다. 니로의 복합연비는 19.5km/ℓ(16인치 휠기준)다. 티볼리 디젤(14.7km/ℓ), QM3(17.7km/ℓ), 트랙스 디젤(14.7km/ℓ)보다 연료 효율성이 뛰어나다. 토요타가 국내 첫 도입한 하이브리드 소형SUV 라브4 하이브리드(13.0㎞/ℓ)도 니로의 연비에는 미치지 못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전용 엔진, 6단 더블클러치변속기(DCT), 알루미늄 소재 적용을 통한 차체 경량화 등으로 연료 효율성을 대폭 높였다"고 설명했다.

특히 니로는 연비 향상을 위해 전고를 낮췄다. 티볼리보다는 45mm나 낮다. 여기에 루프탑 디자인도 바꿔 공기저항계수(Cd) 0.29를 달성했다. 우수한 공기저항계수를 갖춘 SUV가 0.31~0.33 수준이다. 통상 SUV는 세단에 비해 전고가 높아 상대적으로 공기저항의 영향을 더 받아 연비 향상에 불리하다.

신형 트랙스(사진=GM)

차체 역시 니로가 경쟁차종들을 압도한다. 니로는 전장 4천355mm, 전폭1천805mm, 전고 1천545mm다. 전장과 축거는 동급 최대 크기다. 실내공간을 좌우하는 척도인 축거(휠베이스)는 2천700mm로 한 단계 윗 차급인 스포티지·투싼(2천670mm)보다도 30mm 길다.

티볼리는 전장 4천195mm, 전폭 1천795mm, 전고 1천590mm와 축거 2천600mm며 QM3는 전장 4천125mm, 전폭 1천780mm, 전고 1천565mm와 축거 2천605mm다. 트랙스는 전장 4천245mm, 전폭 1천775mm, 전고 1천670mm, 축거 2천555mm다.

수치상 성능은 니로와 트랙스 디젤이 경쟁 모델 중 가장 우수하다. 트랙스 디젤은 최고출력 135마력, 최대토크 32.8kg·m를 발휘한다.

니로는 기아차가 하이브리드 전용으로 개발한 최고출력 105마력, 최대토크 15.0kg·m의 신형 카파 1.6GDI 엔진과 32kW급 모터 시스템을 적용해 합산출력 141마력, 합산토크 27.0kg·m을 지녔다. 티볼리 디젤은 최고출력이 115마력, 최대토크가 30.6kg·m, QM3는 최고출력 90마력, 최대토크 22.4kg·m다.

가격은 좀 더 자세히 따져봐야 할 필요가 있다. 니로의 가격은 2천317만~2천741만원이다. 경쟁상대인 티볼리(1천606만~2천450만원), QM3(2천239만~2천533만원), 트랙스(1천920만~2천465만원)이다. 순수 차량 가격만을 따지면 티볼리가 가장 저렴하다.

다만 하이브리드 차량인 니로는 취득세가 140만원 한도, 공채가 200만원 한도에서 감면된다. 또 정부 보조금이 100만원 지원된다. 이를 적용한 실구매가격은 2천235만~2천655만원 수준으로 표시가격보다 66만~92만원 내려간다. 경쟁 가솔린·디젤 SUV 주력 트림의 경우 취득세와 공채매입 등으로 표시가격보다 150만원가량 실 구매가격(개소세 3.5%, 공채할인 5% 기준)이 오르게 된다.

이를 감안하면 니로의 럭셔리 모델(2천235만원)이 티볼리 디젤 LX 모델(2천427만원)보다 192만원, QM3 LE 모델(2천511만원)보다는 276만원, 트랙스 디젤 LT 모델(2천469만원)보다는 246만원 각각 저렴해진다는 게 기아차 측 설명이다.

■향후 시장 판도는?

다만 일각에서는 동급 차종이라도 파워트레인이 다른 모델을 단순히 구매 비용만으로 따져 가성비를 비교하기는 힘들다는 의견도 나온다. 니로의 차체가 소형SUV 체급으로는 보기 힘들다는 시각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하이브리드 모델과 가솔린·디젤 모델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하게 구매 비용만으로 가성비의 우위를 가리기는 힘들다"며 "니로의 차체가 SUV치고는 전고가 낮은 데다, 엄밀히 따지면 소형보다는 준중형 체급에 가깝다는 점도 단순 비교가 힘든 점"이라고 말했다.

니로의 차체는 준중형 다목적차량(MPV) 카렌스(4천525×1천805×1천610×2천750mm)보다 조금 작지만 전체 형태는 흡사하다. 타사의 크로스오버유틸리티차량(CUV)들과도 유사한 차체의 형태를 지니고 있다.

기아차 역시 니로가 정통 SUV차량은 아니라는 지적에 큰 이견은 없다. 다만 SUV에 대한 소비자의 니즈를 잡으면서 친환경차의 장점과 차별화된 디자인을 더한 만큼, 2539세대의 미혼남녀와 젊은 가족에 적극 어필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는 "하이브리드 차량은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라면서 "여기에 소형SUV라는 인기 체급을 결합한 니로의 제품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니로의 시장 진입으로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으로 본다"면서도 "다만 니로가 잠식하는 수요가 소형SUV가 아닌 하이브리드나 MPV, CUV 등 파워트레인과 차종이 다른 시장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티볼리 에어(사진=쌍용차)

한편 니로의 최대 경쟁상대로 지목된 쌍용차는 티볼리의 특장점을 내세워 시장 1위 수성에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쌍용차 관계자는 "티볼리는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는 소형 SUV 중 유일하게 4륜구동 옵션을 선택할 수 있는 차량"이라고 말했다.

실제 니로와 QM3, 트랙스는 4륜구동 옵션 자체가 없다. 여기에 쌍용차가 최근 티볼리의 차체 길이를 늘린 롱바디 모델 '티볼리 에어'를 출시한 점도 경쟁의 변수다.

티볼리 에어는 기존 숏바디 모델의 리어 오버행(후면부터 뒷바퀴 차축 중심까지의 거리)을 245mm 늘려 기존 숏바디 모델의 아쉬운 점으로 지목됐던 적재공간을 대폭 확대했다.

쌍용차는 티볼리 에어의 직접적인 경쟁 모델은 기존 1.7ℓ급 준중형SUV 모델로 잡았지만, 내심 소형은 물론 준중형SUV 시장 모두를 사로잡겠다는 복안이다. 이달 초 출시된 티볼리 에어의 계약대수는 사전계약을 포함해 이달말까지 3천500여대 수준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한국GM 역시 트랙스가 지닌 강점으로 시장 점유율 확대를 자신하고 있다.

한국GM 관계자는 "트랙스는 국내 소형SUV시장의 포문을 연 모델"이라며 "소형SUV 전용 플랫폼으로 개발된 트랙스는 SUV 본연의 퍼포먼스에 차별성을 갖고 있어 지속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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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노삼성 QM3 역시 국산차업체가 판매하는 수입차 프리미엄으로 수요가 꾸준하다.

업계 관계자는 "소형 SUV시장은 국내에서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차급"이라며 "부동의 베스트셀링 모델로 자리잡은 티볼리가 롱바디 모델을 추가하며 1위 굳히기에 나섰고 QM3와 트랙스 각 모델의 차별성을 앞세워 점유율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여기에 니로의 시장 가세로 향후 판도 변화에 관심이 쏠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카본 그레이 컬러가 새롭게 적용된 2016년형 QM3(사진=르노삼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