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사비스가 본 '신의 두 수'…4국 78수 vs 2국 37수

4국 78수 후 알파고 실수…2국 37수후 이세돌 '멘붕'

인터넷입력 :2016/03/14 10:14    수정: 2016/03/14 10:27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 기자 페이지 구독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바둑이 얼마나 복잡한 게임인지 확실히 보여줬다.”

이세돌 9단이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13일 오후 1시 서울 포시즌스 호텔에서 속개된 알파고와 4차전에서 불계승을 거두면서 반격에 시동을 걸었다.

알파고의 아버지인 데미스 하사비스도 이날 경기가 끝난 후 “이세돌 9단이 워낙 뛰어났기 때문에 알파고가 실수를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9단이 4국에서 뒀던 78수와 알파고가 2국에서 둔 37번째 수는 두고 두고 거론될 명수라고 평가했다.

데미스 하사비스. (사진=뉴스원)

■ 하사비스, 4국 대국 끝난 뒤 트위터에 글 올려

이 9단을 연패의 늪에서 구해준 4국 78수는 바둑 전문가 뿐 아니라 구글 인공지능 팀조차 감탄을 금치 못했다.

이런 반응은 하사비스의 트위터에도 그대로 올라와 있다.

하사비스는 이세돌 9단이 78수를 둔 뒤 알파고는 79수를 두면서 승률 70%로 예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알파고는 87수를 둘 무렵 “78수가 실수였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하사비스가 털어놨다.

78수를 둘 무렵 이세돌 9단은 최악의 상황으로 내몰렸다. 판세가 불리한 데다 초읽기에 몰려 있는 상태라 또 다시 패배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었다.

하지만 그 때 이 9단의 회심의 승부수가 나왔다. 중앙에서 78로 끼우는 묘수를 둔 것. 이 한 수 이후 알파고는 어이 없는 실수를 연발하면서 무너졌다.

이세돌 9단이 4국에서 둔 78수(붉은 표시)는 승부를 가른 신의 한 수였다. 하사비스도 이 수를 둔 이후 알파고가 실수를 연발했다고 밝혔다.

하사비스가 밝힌 대로 79수로 응수할 때 알파고 가치망은 70% 가까운 승률을 예상했다. 하지만 87수 무렵에 “그 때 그 수가 패착”이란 사실을 알파고가 뒤늦게 깨달았다.

데미스 하사비스는 알파고가 2국에서 둔 37수도 함께 거론했다. 실제로 알파고가 2국에서 37수를 둘 당시에도 엄청난 충격이 일었다.

당시 이세돌 9단은 36번째 수를 두면서 우변 실리작전을 구사했다. 그러자 알파고는 장고를 하더니 37수로 응수했다. 바둑계에서 흔히 표현하는 ‘어깨 짚기’ 전략이었다.

2국 판세를 가른 알파고의 37수(붉은 표시). 하사비스는 이 수도 두고 두고 거론될 명수라고 평가했다.

이세돌 9단은 알파고의 37수에 굉장히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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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핏 보기엔 굉장히 이상한 수였다. 실제로 그 수가 처음 나올 당시엔 의문을 표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한 수는 2국을 승리로 이끈 결정타 역할을 했다. 동아사이언스 보도에 따르면 중국의 바둑 영웅 섭위평 9단도 2국 37수를 보면서 알파고에게 경의를 표했다.

이 수 이후 현장에서 중계를 하는 바둑 전문가들도 알파고의 수에 대해 섣불리 실수라거나 패착이란 용어를 쓰지 않게 됐다.

김익현 미디어연구소장sini@zdne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