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기려면 초반부터 난전으로 몰고가 집 차이를 크게 벌려야 한다는 인공지능 전문가의 주장이 나왔다.
특히 끊임 없는 패(覇) 싸움을 유도해 경우의 수를 무한대로 늘려 알파고가 미처 집계산을 할 수 없게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인공지능 전문업체 마인즈랩 유태준 대표는 11일 "현재로서는 이세돌 9단이 알파고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다"며 "단 한 가지 가능성은 패(覇) 싸움을 통해 최대한 복잡한 전투를 이끌어 알파고가 미처 계산을 할 수 없게 만드는 것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에 따르면 알파고는 몬테카를로 트리탐색, 딥러닝, 강화학습 등을 이용해 최선의 착점을 계산해낸다. 이를 통해 오직 승리를 위한 관점에서만 알고리즘이 짜여졌다는 것이다.
또 알파고와 이 9단의 집 계산과 관련된 연산능력은 비교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번 대결은 기본적으로 불공정한 게임이라는 것이다.
유 대표는 그러나 "(연산 능력에서 불공정하다는 것은 이미 인정하고 시작한 게임인 만큼 그것은 논외로 치고) 이 9단이 이 불가능한 게임을 역전해 이길 수 있는 가능성은 알파고의 계산 능력을 떨어뜨리는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를 위해서는 속기를 둠으로써 알파고에게 계산할 시간을 안 주거나, 패 싸움의 난전을 통해 이 9단이나 알파고 모두 계산할 시간이 없을 정도로 내몰려가는 것 등 2가지 방법 밖에 없는데 게임 방식은 이미 정해져 있기 때문에 결국 남은 건 난전 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끊임 없는 패 싸움을 통한 난전이 아니라면 바둑이 진행될수록 경우의 수는 유한해지고 알파고는 이 모든 계산을 거의 완벽하게 끝내기 때문에 결코 이길 수 없다는 것이다.
2번의 대국에서 이런 특징이 잘 나타나고 있다는 게 유 대표의 설명이다.
프로기사들이 말했던 변칙수라는 것도 그렇게 해석하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알파고는 한참 싸움을 하다 엉뚱한 곳에 돌을 놓는다거나, 부분 전투에서 하수도 하지 않을 하책으로 실리를 잃는다거나, 극도로 패를 피하는 모습을 연출했는데, 이런 것은 인간 프로기사들을 잘 쓰지 않은 생경한 수였다 .
하지만 철저하게 집계산으로 프로그래밍 된 알파고에게는 당연한 수순일 수 있다.
관련기사
- 이세돌 "알파고, 완벽했다"2016.03.11
- 이세돌, 왜 진 줄도 모르게 또 졌다2016.03.11
- 알파고 무심(無心)과 이세돌 유심(有心)2016.03.11
- 이세돌 "진다는 생각 못했다...프로그래머들 존경"2016.03.11
2국에서 이세돌 9단이 이창호류의 집짓기 전략으로 대응했는데 이건 알파고를 반대로 이해한 전략이라는 게 유 대표의 생각이다.
이 9단이 알파고를 패의 함정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 지가 3국의 최대 승부처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