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 "5:0으로 승리 못할 수도..."

"혼자 바둑 두는 느낌 들 것 같아"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와 바둑 대국을 앞둔 이세돌 9단의 표정에는 긴장감이 흘렀다. 예전의 자신감은 여전했지만 자신의 완승을 100% 확신하지 않는 모습도 보였다.

이세돌 9단은 8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 대국과 관련된 기자간담회에서 "이번에 알고리즘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긴장을 해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며 "5:0으로 이기는 것은 안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22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는 승리를 확신한 바 있다. 알파고와 판 후이 2단의 대국을 분석해 본 결과, 자신과의 승부를 논할 정도의 대국은 아니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당시 이세돌 9단은 3대 2 정도가 아니라, 5대 0이나 4대 1정도가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이세돌 9단

이세돌 9단은 인공지능에 탑재된 알고리즘의 정확한 의미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 그러나 이번 간담회에서 데미스 하사미스 구글 딥마인드 CEO가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는 걸 듣고 보다 긴장하게 됐다.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대국을 벌인다는 점도 긴장을 더하는 요인이다.

알파고는 트리 검색과 심층 신경망을 결합한 아키텍처에 기반한다. 심층 신경망은 정책망(Policy network)과 가치망(Value network)으로 이뤄진다.

이세돌 9단은 "숱한 대국을 해왔지만, 이런 생소한 느낌은 처음"이라며 "새롭고 기분이 좋지만, 아무래도 대국 상대가 사람이 아니니 준비하는 것은 다르다"고 말했다.

그는 사람과의 대국이면 상대방의 기운이나 기세 등을 읽는 것이 중요한데, 이번 대국에서는 그런 것을 읽을 수 없기 때문에 혼자 두는 느낌도 들 수 있다고 말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이세돌 9단은 하루에 한 두 시간 정도 가상훈련을 실시했다.

이번 대국에서 이세돌 9단이 알파고에 패할 경우, 바둑은 인간이 아닌 컴퓨터가 가장 잘하는 게임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에 그는 "물론 질 수도 있지만, 바둑의 아름다움이나 인간의 아름다움은 컴퓨터가 이해하고 둔 것은 아니다"며 "그런 것들을 지켜낼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다"며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