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WP 포맷, 불완전 공개는 맞는데…"

문서형식 독점의도 비판에 대한 한컴의 변(辨)

컴퓨팅입력 :2016/02/16 10:36    수정: 2016/02/16 17:51

한글과컴퓨터(이하 '한컴')는 지난 2010년 6월 HWP 포맷을 공개했다. HWP 포맷은 한컴의 워드 프로그램 '한글'의 기본 문서 저장 형식이다. 개발자들은 한컴이 공개한 자료를 보고 한글처럼 HWP 포맷을 다룰 수 있는 새로운 소프트웨어(SW)를 만들 수 있게 됐다. 이론적인 가능성이었다. 특히 상용보다는 오픈소스SW 등장에 무게가 실렸다. 열악했던 리눅스PC용 HWP 처리 기술이 나오리란 기대가 형성됐다. 한글문서에 종속된 공공부문의 행정과 문서 생산 관행에 따른 국민들의 불편을 덜어줄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관련기사: 한글문서 HWP 파일 형식 공개된다]

[☞관련기사: 한글 HWP 포맷, 한컴판 '액티브X' ?]

5년 반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한컴 스스로는 PC를 넘어 모바일 환경에도 대응하고 있다. 반면 외부에선 HWP 포맷 공개를 통해 점쳐진 그 어떤 기대도 실현되지 않았다. 3년 전쯤 오픈소스 프로젝트 'libghwp' 개발이 시도되긴 했다. 개발자 커뮤니티가 기대했던 리눅스PC용 HWP 처리 기술로, 등장 이후 주목을 받았다. 그런데 코드와 설명 자료 등이 당시 한 정부지원 사업 과제를 따낸 사람들에게 무단 도용됐다. 이에 충격을 받은 개발자는 프로젝트를 접었다. 프로젝트의 소스코드는 보존됐지만 후속 개발로 이어지진 않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독점 파일 형식이었던 HWP 포맷을 2010년 6월 공개했다.

[☞관련기사: 오픈소스 HWP 기술, 공개 1년만에 파국]

[☞참조링크: Libhwp-incident

사건 이후 한컴의 HWP 포맷 공개와 연관지을만한 성과를 찾기 어렵다. 오픈소스 커뮤니티에선 언젠가 리눅스PC를 비롯해 오픈소스 플랫폼에서 HWP 포맷 문서를 원활하게 읽고 쓸 수 있는 기술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가, 전반적으로 희미해진 상태다. 처음부터 너무 높은 기대치를 품은 탓에 그 과정과 결과에 대한 실망도 컸을 수 있다. HWP 포맷 공개 당시 문을 열었던 한컴의 개발 지원 사이트(SW lab) 자료실도 더 이상 활발히 운영되지 않는 모습이다.

[☞참조링크: 한컴솔루션 개발자료실

사실 경쟁사나 외부 개발자들이 공개된 문서 내용만으로 HWP 포맷을 윈도용 한글만큼 다루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건 처음부터 실현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한컴이 HWP 포맷을 공개했다고는 하지만, 그 내용은 100% 완전하지 않았고, 지금도 그렇기 때문이다. 재작년 정부에서 주최한 공개SW 활성화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국내 오픈소스 관련 커뮤니티 회장도 비슷한 언급을 한 바 있다.

[☞관련기사: "공개SW 촉진? 문서포맷 오픈 시급"]

HWP 문서 파일 아이콘

공개된 포맷이 완전하지 않다는 얘기는 이런 뜻이다. HWP 포맷 문서는 한컴이 한글이라는 워드프로그램에서 HWP 포맷을 처리하는 규칙을 설명한 자료다. 그러나 실제 한글 프로그램은 HWP 포맷 문서의 설명에는 없는 동작도 수행한다. HWP 포맷 문서에 이처럼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존재하는 한, 이걸 바탕으로 구현한 HWP 처리 기술은 한컴의 한글과 차이를 보일 수밖에 없다.

이는 새로운 얘기가 아니다. 한컴의 HWP 포맷 문서를 면밀히 살펴 본 일부 개인 개발자와 워드 문서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경쟁사의 전문가들은 일찌감치 도달했던 결론이다. HWP 포맷 문서 공개 당시 한컴 측은 개발자들의 참여를 통해 2차 저작물이 활성화될 수 있다는 장밋빛 전망을 부각시켰을 뿐, 내용이 기술적으로 얼마나 충실한지에 대해 단언하지는 않았다.

최근 한컴의 기술총괄 임원도 이를 인정했다. 다만, HWP 포맷 문서를 참조할 경쟁사나 외부 개발자들의 결과물을 불완전하게 만들려는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강조했다. 오히려 포맷 문서의 완성도를 더 높이기 위해, 문서를 공개한 이래로 지속적으로 노력해 왔다는 입장이다. 다음 내용은 지난달 26일 오피스 신제품 출시 간담회에서 만난 양왕성 한컴 부사장에게 관련 질문을 통해 들은 답변 일부를 재구성한 것.

"(공개된 HWP 문서 포맷이) 100% 아닌 건 맞아요. HWP 포맷의 스펙 문서화를 시작하기 이전에 작성된 코드 때문에요. 우리가 HWP 포맷 스펙을 공개하기 위해서, 문서화 작업을 대대적으로 했어요. 하지만 오래된 코드의 세세한 부분을 100% 명시하지 못한 측면이 있어요. 하지만 계속 (스펙 문서를) 보완, 최신화하고 있어요."

실제로 한컴 측은 한컴오피스2014 VP 버전 출시 타이밍에 맞춰 배포용 문서, 수식, 차트 형식 관련 내용을 추가 공개했다. 5년반전 공개된 HWP 포맷 문서엔 없었던 내용이다.

"스펙 공개 후 1년 반만에 대대적인 업그레이드를 했고요, 이후 세세한 스펙 관련 정보에 대해서도, 외부 개발자들이 문의할 때마다 성실히 대응해 왔어요. 지적되는 부분 중에 예를 들면 문서 내 차트와 같은 삽입 요소의 처리가 잘 되지 않는다고 하는데요. 그런 사례 역시 저희 개발팀에 직접 문의나 요청을 준다면 성실하게 대응할 수 있는 문제라고 봐요."

양 부사장에 따르면 HWP 문서 포맷은 국가표준규격(KS)으로도 등록돼 있다. 그 규격의 공식명칭은 'OWPML'이다. HWP 문서의 XML 형식이다. 그는 한컴이 이 규격을 제안한 주체로서, HWP 포맷 문서와 같은 규격 명세 자료를 지속적으로 수정 및 보완해야 할 의무를 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는 한컴이 자사 문서 형식을 바이너리 파일(HWP 포맷)과 XML 형식(OWPML 표준), 2가지 형태로 공개했다는 얘기일 뿐이다. 국가 표준으로 관리된다는 OWPML의 내용이, 반드시 한컴의 HWP 포맷 문서상의 설명과 일치하리란 보장이 없다. 실제 한글 워드 제품이 HWP 파일을 생성하는 동작엔 OWPML 표준과 다르게 구현됐거나, 표준에 누락된 사항들이 여럿 보고된 상태다.

그럼에도 그는 HWP 포맷 문서의 불완전 공개가 경쟁사를 의식한 불순한 의도의 결과라는, 세간의 인식을 다소 억울하게 받아들이는 듯했다. 오히려 마이크로소프트(MS)같은 경쟁사가 내놓은 타 문서 포맷 관련 자료에 비해 한컴에서 공개한 포맷 문서의 내용이 더 충실하거나 HWP 파일 자체의 특성이 참조하기에 편리한 성격도 있다고 덧붙였다.

HWP 포맷과 설명자료를 배포하는 한컴 공식 사이트. 한컴은 2010년 6월 첫 공개 이후 꾸준히 포맷 규격 문서와 설명 자료를 보완해왔다고 밝혔다.

"지금도 완전하지 않다고 볼 수는 있겠지만, 절대 의도한 건 아니에요. 일각에서 우리가 (HWP 포맷을 처리하는) 경쟁 제품의 개발에 제약을 주려고 스펙을 제대로 공개하지 않았단 지적을 하는 것 같은데, 오해입니다. HWP 문서는 헤더만 읽어들여도 전체 구조를 다 열어 볼 수 있고, 어떤 측면에서는 오히려 타사 포맷에 비해 처리하기가 더 용이하다고 볼 수 있어요."

관련기사

그가 한컴의 한글이 정부와 공공시장 주류 워드 프로그램으로 자리잡은 배경이라 강조하는 지점도, 공공 부문이 독점성이 강한 HWP 포맷에 종속된 결과라는 통념과는 차이를 보인다.

"한글은 공무원들이 쓰기 쉬운 편리한 기능들을 제공하고, 행정 업무 시스템용 문서 규격으로의 변환 기능도 훌륭합니다. 우리가 오피스 비즈니스를 10여년 이상, 아래아한글부터 따지면 20년 이상 해왔는데요. 경쟁사 제품이 나와 봐야 알겠지만…이 비즈니스가 (문서 포맷과 관련된 이슈로) 하루아침에 바뀌지는 않을 거라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