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14일 너무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가 잡혀 있는 것을 봤습니다"
“다들 안될 것이라고 했고 저 또한 처음엔 믿지 못했습니다"
세계 과학사에 한 획을 그을 사건으로 기록될 중력파 관측에 참여한 한국 연구진들은 역시적인 사건에 동참한 소감을 이렇게 표현했다.
12일 한국중력파 협력단은 서울 명동 이비스 앰배서더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중력파 측정의 의미와 한국 협력단의 역할 등을 소개했다.
한국중력파 협력단은 물리학자, 전문학자, 컴퓨터전문가 등 20여 명이 소속돼 있는 자발적인 연구 컨소시엄이다.
단장인 서울대 물리천학부 이형목 교수에 따르면 한국 연구단은 중력파 데이터 분석과 중력파원 모델링 두 분야에서 연구 해왔다. 이 교수는 "중력파 데이터가 진짜인지 판단하는 소프트웨어(SW)가 있는데, 이 SW개발과 성능향상에 기여했다. 또 신뢰도 높은 데이터를 얻기 위한 시뮬레이션 작업도 도왔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이어 “우리는 중력파 검출에 참여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 결과에서 빛나는 업적을 세웠다고 할 순 없지만 각자 맡은 바 역할을 다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중력파협력단은 2009년 라이고 과학협력단과 정식으로 양해각서(MOU)를 맺고 중력파 검출 연구에 참여하고 있다. 이형목 교수에 따르면 국제 협력단에 참여하는데도 까다로운 절차를 거쳤다. 500여 명의 회원이 모인 자리에서 한국 협력단이 어떤 역할을 할 것인지 발표한 후 찬반 투표를 거쳐 가입이 결정됐다고 한다. 이 교수는 “한국 협력단의 역할에 대해서 정확하게 적어 놓은 MOU문서는 400페이지에 이른다”며 “매년 1년마다 지난해 어떤 일을 했고 다음해 무슨 일을 할지 적어 MOU를 새롭게 체결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협력단은 앞서 설명한 것처럼 자발적으로 모인 연구집단이다. 20여 명의 연구원들은 별다른 대가 없이 연구자 각자의 흥미와 연구에 대한 열망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다.
한국협력단원인 부산대 김영민 박사는 "다들 안 될 거라고 공격을 많이 해 처음에 중력파가 검출됐다고 했을 때 나 또한 믿기지 않았다. 누군가 잘못된 데이터를 넣은 건 아닌지 의심스러웠을 정도다. 하지만 실제 데이터 분석을 해봤기 때문에 들여다 볼 수록 믿을 수 밖에 없었다”고 당시 놀라움을 표현했다.
국가수리과학 연구소 오정근 박사 역시 "첫 신호가 검출됐다는 이메일을 받고, 그 안에 너무 명백하고 아름다운 신호가 잡혀있는 것을 봤다”며 당시 감격을 표현했다.
한국협력단이 가장 어려웠던 점은 현실적으로 연구비가 적었다는 점이다. 김영민 박사는 "아무래도 연구를 진행하다보면 필요한 연구비 같은게 있는데, 다른 분야보다 연구비가 적기 때문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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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중력파 협력단은 중력파 검출 활동을 위한 연구비에 대한 지원 없이 연구를 진행 중인 상황이다. 2011년부터 3년동안 한국 연구재단의 글로벌연구네트워크사업의 지원을 받아 연구원들이 관련 대학을 장기 방문한 것과, 지난해 커뮤니티 활성화를 위해 4000만원을 지원 받은 것이 전부다. 이형목 교수는 “다행히 라이고에서 기여금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연구가 끊기지 않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 중력파 협력단은 독자적인 중력파 검출기도 연구하고 있다. 메릴랜드 대학 백정호 교수가 고안한 중력경사 측정기를 개선한 장치로, 3차원 중력파 검출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형목 교수는 “이 검출기로 (아직 존재가 밝혀지지 않았지만) 중간질량의 블랙홀을 관측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