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한달 "돈 내고 보시겠습니까?"

"매니아 공략 성공" VS "유료화 공략 한계"

방송/통신입력 :2016/02/06 10:03    수정: 2016/02/09 09:14

7일이면 넷플릭스가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지 한달이다. 넷플릭스에 대한 국내 소비자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고품질의 VOD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볼만한 게 별로 없어 실망이라는 사람도 있다. 미국 드라마에 익숙한 특정 매니아들의 취향은 자극시켰지만, 국내 방송 콘텐츠 시장에서는 '찻잔 속 태풍'에 그칠 것이란 평가가 우세하다.

특히 매월 구독료를 내고 콘텐츠를 스트리밍 하는 문화가 아직 제대로 자리잡지 못해, 비단 넷플릭스 뿐만 아니라 OTT 시장이 제대로 정착되기 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넷플릭스 코리아 트위터 캡처

넷플릭스 상륙 한달, 소비자 반응 살펴보니…"홀릭 아니면 실망"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SNS에는 “넷플릭스 때문에 현망진창(현실 생활이 엉망진창 됐다는 뜻의 신조어)”이라는 사람이 제법 많다. 원래 미드를 좋아하던 사람들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넷플릭스가 지난 1월 7일 처음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을 때만 해도 '하우스 오브 카드' 같은 대표 콘텐츠도 없다는 이유로 콘텐츠 부족에 대한 지적이 많았지만, 새로운 콘텐츠가 계속 추가되고 있어 적어도 미드 매니아들 사이에선 콘텐츠가 적어 불만족스럽다는 반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하우스 오브 카드 아니어도 재미있는 콘텐츠가 많다는 반응이다.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데어데블', '나르코스', '제시카 존슨', '고담' 등이 SNS상에선 재미를 보장하는 콘텐츠로 회자되고 있다.

특히 넷플릭스는 정교한 추천 알고리을 통해 사용자가 가장 좋아할 만한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있는데, 추천된 콘텐츠에 대한 만족도도 꽤 높은 편이다. 넷플릭스 사용자인 최 모씨(36세)는 “넷플릭스에서 ‘언더 더 돔’이라는 미드를 추천한다는 메일이 왔는데 평소 공포 미스테리 스릴러물을 좋아하던 취향과 딱 맞아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보고싶은 영상을 찾아보는 것보다 보고싶을 것 같은 영상을 미리 알려주기 때문에 넷플릭스에서 볼만한 콘텐츠가 없다는 불만은 더욱 줄어든 모습이다.

특히 2월 중엔 오리지널 영화 '와호장룡: 운명의 검', '덱스터', '가십걸' 등도 공개될 예정이다.

가입 후 한달 간은 무료인데다 태블릿, 모바일, PC, 크롬캐스트, 애플TV, 플레이스테이션 등 인터넷 연결이 가능한 거의 모든 디바이스에서 사용 가능하다는 점, 또 가입과 해지가 간편하고 가입부터 결제, 시청 전과정에서 액티브X 같이 불편함을 유발하는 요소가 없다는 점 등에서 넷플릭스에 후한 점수를 주게 된다.

반면 미드 위주의 콘텐츠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들도 많다. 국내 콘텐츠도 꾸준히 올라오고 있지만 여전히 볼 만한 콘텐츠가 많지 않다. 최근 '이웃사람', '건축학 개론', '은교', '포화 속으로', '내일도 칸타빌레', '장난스런 키스' 등 한국 콘텐츠도 추가됐지만 여전히 콘텐츠 수도 적고 포함돼 있는 콘텐츠의 영향력도 높지 않은 편인 게 사실이다.

사진 출처=pixabay.com/ko/users/jarmoluk-143740/

넷플릭스 유료 전환...“음...그건 좀..."

미드 콘텐츠 중심인 넷플릭스에 대한 반응은 뚜렷하게 엇갈린다. 그렇다면 적어도 미드 콘텐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유료 결제로 전환할까? 그러나 미드 매니아라고 해도 선듯 정기적으로 돈을 내고 시청할까 하는 점에서는 부정적인 견해가 많다.

티빙, 푹, 호핑 등 한국 콘텐츠로 무장한 OTT 서비스이 제공하는 유료서비스 이용률도 10% 안팎인데, 한정된 소비층을 대상으로한 넷플릭스의 유료전환은 더욱 어려울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2010년 선보인 티빙은 지난 5년간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엔 적자폭이 좀 감소했지만 지난 몇년 간 적지않은 적자를 봤다고 한다. 지상파 콘텐츠를 가지고 있는 푹은 조금 더 사정이 나은 편이라 서비스 출시 3년만에 흑자를 내긴 했지만 여전히 의미있는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다.

전문가들은 국내 OTT 성장이 더딘 이유에 대해 "국내에는 아직도 돈주고 콘텐츠를 보면 바보”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 업계 전문가는 “OTT라는게 PC나 모바일로 영상을 시청하는 건데, 국내에서는 PC는 물론 모바일에서도 콘텐츠를 접할 수 있는 기반이 너무 잘 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상적인 방법으로 드라마 한편을 볼 때 1200원을 내야한다면, 불법적인 방법으론 100원~200원이면 볼 수 있고 공짜로도 다운받을 수 있는 방법도 많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OTT서비스 성공하려면...

국내 음원 시장은 시장은 이미 월 정액 스트리밍 방식이 자리잡아가고 있다. 국내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 시장 규모는 약 3500억원~4000억원 규모로 추산된다. 전체 음반시장의 약 75~80% 수준이다. 음원 시장도 스트리밍 방식이 대세로 자리잡기 전까지 '음원=공짜’라는 인식과 P2P 사이트를 통한 불법 다운로드 문제가 심각했다. 수년간에 걸친 저작권사들의 불법 다운로드 근절 캠페인과, 소비자들이 지불할만한 합리적인 가격과 프로모션 등이 적용되면서 점차 시장에서 자리잡은 것이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OTT서비스가 성장하려면 우선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문화가 변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 업계 전문가들은 "저작권을 가진 지상파나 케이블방송 제작사(PP)들이 콘텐츠 저작권 보호에 대해 좀 더 적극적인 노력을 펼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플랫폼 사업자와 콘텐츠를 가진 사업자들이 현재 콘텐츠 가격을 놓고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데, 우선 불법 콘텐츠 근절 캠페인 등 근본적인 콘텐츠 소비 문화부터 바꾸는 것이 우선”이라며 “건전한 콘텐츠 소비 생태계가 생겨냐야 콘텐츠 사업자는 물론 플랫폼 사업자들도 서로 상생해 궁극적으로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 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넷플릭스의 출시와 함께 티빙, 푹 등 국내 OTT서비스들이 서비스를 개선해 나가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 OTT 시장이 성장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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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동영상 플랫폼 관계자는 “미드 중심의 넷플릭스가 출시됐고, 푹은 지상파 콘텐츠, 티빙은 E&M 콘텐츠 중심으로 개편하는 등 특정 소비자층을 겨냥한 OTT서비스들이 한국 시장에 존재하게 됐다”며 “시장이 성숙하지 않은 단계라 모든 사람이 다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긴 어렵기 때문에 지금처럼 특정 집단에서 만족할 만한 서비스들이 등장하는 것이 적정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사업자 입장에선 수익이 담보되지 않으면 더 좋은 서비스를 만들기 어렵다”며 "우선 소수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해서 그들로 부터 수익을 얻어 서비스를 향상시켜 나간다면 향후 더 많은 사용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