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델이 EMC를 인수하자 업계에서는 시스코의 넷앱 인수설이 확산됐다. 델이 시스코와 협력했던 EMC를 샀으니 시스코는 넷앱을 인수해 통합 솔루션을 강화할 것이라는 전망이었다.
이후 3개월. 시스코의 넷앱 인수는 아직까지도 소문, 추정으로만 남았다. 넷앱 주가는 그동안 하락을 거듭했고 시가총액도 5년 이내 최저 수준이지만 시스코가 넷앱을 인수하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이 가운데 17일(현지시간)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시스코가 넷앱을 인수할 가능성이 낮다는 분석기사를 게재했다. 시스코는 인수보다는 통합 전략에 잘 맞는 스토리지를 직접 개발,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기업용 스토리지 시장은 연간 360억달러(43조원)에 달한다. 꽤 큰 규모의 이 시장이 최근 변화를 맞았다. 스토리지, 서버, 네트워크,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판매하는 통합 솔루션으로 무게 중심이 옮아가면서다. 스토리지만을 판매하는 회사의 주가는 하락세다.
넷앱은 최근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넷앱 주가는 22달러 수준으로 5년 내 최저치다. 시가 총액은 69억달러(8조원) 수준이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절반, 2011년과 비교해도 2/3 수준이다.
넷앱 시가 총액 정도면 현금 부자 시스코가 무리 없이 살 수 있다. 업계에는 시스코가 넷앱을 싸게 사려고 지난 3개월을 기다렸다는 풍문도 돌았다. 넷앱은 스토리지 업계 5위 업체다.
그러나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시스코가 넷앱을 인수하기 보다는 스토리지 신기술 개발에 집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넷앱의 인수 매력이 주가만큼이나 하락했다는 의미다.
넷앱 주가가 하락한 이유는 최근 플래시스토리지로의 전환 기회를 놓쳤기 때문이다. 기업용 스토리지가 하드디스크에서 플래시 기술 기반으로 이동한 것은 큰 기회였다. 넷앱은 이 기회를 그냥 흘려 보냈다. 지난달에야 겨우 플래시스토리지 업체인 솔리드파이어를 8억7천만달러에 인수했다.
넷앱은 ‘융합’이라는 추세에서도 벗어나 있다. 최근 IT업계는 컴퓨터,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통합해 구매하려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EMC, 넷앱 등 스토리지 중심 회사의 전략은 환영받지 못했다.
넷앱 뿐만 아니라 스토리지 중심의 솔루션 업체의 인기는 예전만 못하다. 플래시스토리지 등 신기술을 공급하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최근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의 주가는 하락세다.
기업공개를 앞둔 퓨어스토리지에 대한 자본시장의 관심은 줄었다.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 님블스토리지 주가는 7달러선이 무너졌다. 1년전만 해도 님블스토리지 주가는 52달러에 달했다. 또 다른 플래시 스토리지 업체 바이올린메모리는 주가는 급락해 이달 들어 1달러선을 밑돌고 있다. 동전주 신세다.
시스코는 이들 업체와는 달리 IT 융합 시대의 선도업체로 꼽힌다. 시스코 UCS(유니파이드 컴퓨팅시스템)는 컴퓨터, 네트워크, 스토리지를 통합한 대표 융합 솔루션이다.
시스코는 스토리지 분야에서 다양한 업체와 협력하고 있다. EMC 뿐만 아니라 넷앱, IBM, 퓨어스토리지 등이 시스코 협력사다.
시스코도 한때 자사 스토리지를 강화하려는 시도를 했다. 이 시도는 실패했다. 시스코는 지난 2013년 윕테일이라는 SSD업체를 4억5천만달러에 인수했다. 이후 2년만에 윕테일의 존재는 사라졌다. 척 로빈스 시스코 CEO는 윕테일 제품을 없앴고 인력을 전부 해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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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니스인사이더는 시스코는 앞으로 인수보다는 내부 인력을 통해 기존 제품을 개발하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더 크다고 전망했다. 시스코 주요 기술진인 마리오 마졸라, 프렘 제인, 루카 카피에로 등이 새 팀을 구성해 기술을 개발할 것이라는 예상이다. 이들은 시스코 SDN(소프트웨어 정의 네트워크)를 개발한 인시미 기술진이기도 하다. 인시미는 넥서스9000라우터,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서 시스코가 SDN 시장에서 자리 잡는데 핵심 역할을 했다.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스토리지 시장이 플래시를 넘어 새로운 추세로 나가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인텔, 마이크론은 빅데이터 시대 인메모리 시장을 겨냥해 X포인트 기술을 내놨다. 스토리지 속도전이 가속화된 것이다. 인텔은 X포인트가 기존 낸드플래시에 비해 1천배 이상 성능을 높였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