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프트웨어정의네트워킹(SDN)이 데이터센터에 클라우드를 도입하려는 통신사와 기업들의 화두로 꼽힌다. SDN은 흔히 '차세대'라 부르는 대규모 IT인프라 전환 프로젝트를 경험한 조직들에겐 부담스러운 지출을 떠올리게 한다. 이들에게는 SDN이든 클라우드든 그 맛을 보기 위해 큰 돈을 써야 할 것처럼 인식되는 개념이다. 쓸 수 있는 자원이 한정된 조직에선 대세를 애써 외면하거나 무시하게 만드는 배경이었다.
한국 스타트업 쿨클라우드의 박성용 최고기술책임자(CTO)가 최근 이런 인식을 뒤집는 메시지를 던졌다. SDN 구축에 목돈을 쓸 필요가 없다는 내용이다. 글로벌 네트워크 업체들이 SDN 구축 장비를 비싸게 파는데, 그럴 거 없이 자사의 SDN솔루션을 탑재한 화이트박스 장비를 쓰면 OK라는 얘기다.
그의 비전을 요약하면 이렇다. 화이트박스 스위치 제조업체에 쿨클라우드의 SDN솔루션을 제공해 성장이 유망한 SDN시장에 물류, 유통, 마케팅 비용을 걷어낸 고성능 가상라우터 제품을 공급한다. 이로써 고객사는 비싼 글로벌 업체의 네트워크 장비 대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서드파티 솔루션을 갖춘 SDN장비를 싸게 사서 쉽게 쓸 수 있다. 쿨클라우드와 서드파티 솔루션 업체는 이로써 발생한 매출을 분배한다.
박 CTO는 중요한 국내외 파트너십 가운데 의미가 크지만 협의 단계에 있는 경우가 많다면서 말을 아꼈다. 솔루션을 실제 도입 중인 사례에 대해선 더욱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다만 중국의 모 통신사가 이중화 기능을 적용한다든지 스트레스테스트로 견딜 수 있는 트래픽 한도를 파악한다든지 하는 내용으로 3~4개월째 테스트 중이라고 한다.
■"가상라우터 프리즘으로 SDN 시장 잡겠다"
세계 데이터센터 네트워크 장비 시장은 SDN 트렌드로 급성장을 예고했다. 박 CTO가 인용한 글로벌 SDN시장전망 보고서(SDxCentral SDN and NFV Market Size Report)에 따르면 이 시장은 2020년까지 연간 10조원 이상 규모를 형성한다. 현재도 5년마다 감가상각이 발생해 매년 20%씩 신규 구매가 발생하는 식으로 매년 성장이 예상된다.
박 CTO는 이 분야에서 브로케이드, 시스코, 아리스타, 주니퍼 등 장비 업체와 빅스위치, 쿠물러스 등 신생 전문업체의 각축을 점쳤다. 쿨클라우드의 솔루션을 비롯한 경쟁력있는 신제품의 진입에 유리하다는 분석을 곁들였다. 차세대 네트워크 인프라 시장에서 화이트박스 스위치 장비의 지분이 확 커질 거란 전망을 전제했다.
쿨클라우드는 지난 2012년 국내 최초로 SDN컨트롤러를 만든 전문업체다. 작년엔 비(非)SDN망과 연동되는 SDN기반 가상라우터 '프리즘(PRISM)'을 선보였다. 프리즘은 화이트박스 스위치를 기존 네트워크 장비와 연동되는 라우터로 만들어 주는 소프트웨어(SW)다. 이걸 넣은 장비는 MPLS, OPFS, BGP 라우팅을 지원하며 방화벽과 로드밸런서 기능을 제공한다. 이중화, 오픈스택 뉴트론과의 연결도 된다.
박 CTO는 프리즘이 화이트박스 스위치용 솔루션뿐아니라 기성 네트워크 장비업체의 제품과 비교해서도 밀리지 않을 거란 기대를 내비쳤다. 쿨클라우드가 SDN 시장을 겨냥한 라우터 장비 대비 자사 프리즘 솔루션의 경쟁 우위를 자신하는 요소는 낮은 비용과 높은 사용성, 2가지로 요약된다.
■"글로벌 네트워크 장비업체 대비 싸고 좋게"
쿨클라우드가 자신하는 낮은 비용의 비결 하나는 제조사 입장에서 방대한 SW 코드를 유지해야 하는 기성 업체 대비 효율적인 개발이 가능하다는 점.
"시스코나 주니퍼같은 회사는 SDN 시장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제품의 SW를 업그레이드하는데요. 이들 장비의 기능은 발주 요구명세서 기준 5천500개 정도예요. 소스코드만 1천만줄을 넘어요. 여기에 SDN 기능을 더하려면 그 소스코드를 여기저기 고치느라 많은 인력, 비용, 시간이 들죠. 반면 신생 벤처들은 처음부터 그런 기능에 초점을 맞춘 기술을 개발합니다. 더 적은 리소스로 더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거죠."
낮은 비용의 또다른 비결은 사용자 입장에서 전용 하드웨어가 아니라 가격이 저렴한 화이트박스를 기반으로 구동 가능하다는 점으로 실현된다.
"글로벌 장비 제조사의 제품 개발 비용은 전체의 30~40% 수준입니다. 나머지는 유통, 물류, 마케팅 비용이죠. 이걸 바꾸면 기술 개발업체의 이윤을 높이면서 사용자의 효용도 높일 수 있어요. 쿨클라우드가 바라보는 SDN 시장이 그렇습니다. 통신사업자가 라우터로 시스코같은 글로벌 벤더의 장비를 쓸 때보다 SW기반 화이트박스를 쓸 때 구매비용은 3분의 1, 운영비용은 2분의 1로 절감된다는 가트너 분석도 있죠."
■"빅스위치·쿠물러스보다 쉽게"
프리즘의 또다른 차별화 요소, 높은 사용성은 쿨클라우드가 빅스위치나 쿠물러스 등 비슷한 전략을 내건 외국 벤처업체와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부각하는 부분이다.
"여타 화이트박스용 SDN솔루션은 성능 확장이 쉽지 않은 측면이 있는데요. 프리즘은 하드웨어 전문지식 없이도 고성능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들어졌어요. 게이트웨이에 에이전트를 설치하고 추가 화이트박스 1대 연결하면 되는 식이에요. 초당 처리량을 화이트박스 1대당 1테라비트(Tbps), 포트별 10기가비트(Gbps)까지 보장한다든지. 1.2Tbps 지원하는 장비로 구성시 60대까지 확장해 최대 72Tbps를 처리할 수 있죠."
높은 사용성을 떠받치는 요소가 하나 더 있다. 쿨클라우드는 프리즘을 탑재한 화이트박스로 상용 라우터 못잖은 기능을 제공할 가능성도 열어 뒀다. 자사 솔루션에 기술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SDN 애플리케이션(이하 '앱')을 추가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프리즘 에이전트를 설치하는 리눅스 기반의 화이트박스 스위치에는 오픈소스 기반 라우터, 방화벽, 로드밸런서가 기본 탑재돼 있어요. 쿨클라우드는 제휴 파트너와의 협력을 통해 서드파티 솔루션을 추가 제공할 계획입니다. 필요한 기능을 마켓플레이스에서 내려받을 수 있는 구조를 갖춰야겠죠. 파트너십 규모가 커지면, 누구나 프리즘용 솔루션을 만들 수 있는 서드파티용 SDK를 제공하는 방향으로 가려고 해요."
박 CTO의 언급에 따르면 프리즘에 탑재되는 솔루션 개발업체는 쿨클라우드와 수익을 배분받게 된다. 모바일 앱 장터를 운영하는 애플이나 구글이 그 앱개발자들의 판매 수익을 배분하는 것과 비슷하다.
■"국내외 SDN 파트너와 함께 간다"
이미 쿨클라우드는 SDN솔루션의 높은 사용성을 구현하고 파트너 솔루션을 유통하는 마켓플레이스 체계를 갖추면서 저비용으로 공급할 수 있도록 타이완 화이트박스 스위치 제조사 액톤(Accton)을 비롯한 여러 업체와 기술 파트너십을 맺고 있다.
액톤은 자회사 '엣지코어네트웍스'를 통해 페이스북, 아마존 등이 SDN인프라 구축을 위해 쓰는 화이트박스를 대량 공급한 업체로 알려져 있다. 쿨클라우드의 역할은 기본적으로 제조사 액톤의 장비를 위한 SW솔루션 파트너 성격이 크지만, 총판 역할에 대한 요청도 받고 있다.
"쿨클라우드는 액톤과 함께 신제품을 개발 중입니다. 이 회사가 우리뿐아니라 페이스북의 오픈컴퓨트프로젝트(OCP)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고, 쿠물러스나 빅스위치와도 협력하고 있긴 하지만요. 액톤 측에선 비교적 우리와의 협력에 더 적극적인 것 같아요. 그쪽 요청에 대응하는 데만 우리 인력이 전부 동원되는 수준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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쿨클라우드는 피카에잇(Pica8), 노비플로(NoviFlow), 웹NMS(WebNMS), 옴니트론(Omnitron systems), 파이오링크(PIOLINK) 등과도 파트너십을 확보했다. 박 CTO는 쿨클라우드가 액톤과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업계에서 보폭을 키울 수 있었다고 언급했다. 쿨클라우드는 이와 별개로 국내 사업자와의 협력도 진행하고 있다.
"(액톤의 소개로 연결된) 다른 글로벌 업체와의 기술개발 프로젝트도 병행하고 있습니다. 시스코나 주니퍼는 아니지만 이름 들으면 누구나 알만한 곳과… 협력 체제가 정착되면 글로벌 사업 채널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요. 액톤 측의 채근으로 한 클라우드 업체와도 손잡을 기회가 주어졌는데, 아직 저희 사정이 여의치는 않습니다. 이들과 별개로 국내 파트너도 확보해서, 곧 대외 공개할 예정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