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CES가 남긴 것...중국의 호기(?)

'세상 바꾼다' 패기 역동감 넘쳐...동서양 문화 융합 시너지

홈&모바일입력 :2016/01/11 08:48    수정: 2016/01/11 08:53

올해도 어김없다. 새해 벽두 태평양 너머 세계 최대 가전쇼 CES에서 들려온 화두는 역시 중국이었다.

중국 정보기술(IT) 업체들의 무서운 성장세는 최근 2~3년간 매년 되풀이된 키워드다. 그러나 올해엔 중국의 기술 성장세뿐만 아니라 이미 산업의 패권을 거머쥔듯한 이들의 자신감과 패기가 확연히 느껴진다. 13억 내수 시장과 막대한 자본을 토양으로 성장한 중국이 어느 덧 융합과 협력을 바탕으로 탈(脫)중국에 성공하고 글로벌 IT산업의 주도 세력으로 성장하는 형국이다. 이젠 중국 기업의 제품과 기술에서 어딘가 촌스럽고 투박한 구석을 찾기 어렵다.

이같은 징후는 이번 전시회 곳곳에서 눈에 띈다. 중국의 삼성전자로 일컬어지는 화웨이는 CES에서 2년 안에 세계 스마트폰 시장 2위로 발돋움하겠다고 호언했다. 지난해 화웨이의 연간 스마트폰 출하량은 1억800만대. 아직 삼성전자와 애플과는 2~3배 이상 큰 격차가 있지만 전 세계 네트워크-통신장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화웨이가 스마트폰마저 집어삼키는 것은 시간 문제로 보인다.

패러데이 퓨처의 1천마력짜리 전기자 'FFZERO1'이 CES 2016에서 공개됐다.(사진=패러데이 퓨처)

이에 질세라 PC 시장을 접수한 레노버 역시 수년 내 스마트폰 3위 대열을 자신하고 있다. TV시장에선 하이센스, 하이얼, 창홍, 콩카 등이 삼성과 LG가 리딩하고 있는 HDR-퀀텀닷 기술을 적용한 초고해상도 TV와 스마트홈을 화두로 들고 나왔다.

비단 스마트폰이나 TV 뿐만이 아니다. 미래 산업의 길목을 지키고 있는 전기차-자율주행차-드론-가상현실(VR)-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중국 기업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테슬라 대항마’를 자청하는 패러데이 퓨처는 중국의 자본으로 전기차 본토인 미국 공략을 시작했다. 이들의 약진은 경박단소에서 중후장대, 고도화된 플랫폼 분야에 걸쳐 넓고 다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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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업체들의 유연하고 탄력적인 기업 문화도 주목할 대상이다. 수년 전 모토로라 무선사업, IBM PC 사업을 인수한 화웨이와 레노버는 동서양을 아우르는 경영진과 조직문화로 이미 글로벌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해 있다. 레노버의 최고 임원 10명은 7개 국가 출신이며 상위 100명의 임원들은 20개국 인재들로 이뤄져 있다. 최고 임원 3명이 3개월마다 돌아가며 CEO를 맡는 화웨이의 조직운영도 독특하다.

현실적이고 인간 관계를 중시하는 동양과 신학적이고 합리적 제어장치를 장점으로 갖고 있는 서양의 융합이 미래에 어떤 기술 문화를 만들어낼지 궁금해진다. 이미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는 힘이 자신들에게 있다고 확신하는 중국 기업들의 호기(豪氣)가 두려울 따름이다. "애플의 아이폰을 만드는 중국의 제조업 기술력과 경쟁력은 이미 우리가 평가할 대상이 아니다"라는 전문가의 말이 새삼 떠오른다.